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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Nov 23. 2015

박진영이 말했다

자신만의 목소리, 호흡으로 노래하라고

박진영이 K팝스타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한 마디가 있다.


너의 호흡으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어


그는 어제(11/22) 첫 방송을 한 K팝스타 시즌5에서도 시종일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순박하게 생긴 서경덕 군의 다소 투박하나 깊이 있는 목소리를 잡아내고 극찬한 것에 반해, 그보다 뛰어난 실력으로 노래를 끝마친 김사라 양에게는 "노래를 잘하는, 기교가 뛰어난 가수는 더 이상 필요 없잖아"라고 면박을 줬다.


나는 이상하게 매년 K팝스타에서 박진영의 멘트를 볼 때마다 나의 글을 되돌아보게 된다.


글을 잘 쓰고 싶다. 그리고 인기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박증처럼 쫓아올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 반응이 적을 텐데부터 생각할 때도 잦았다.


나도 00일보의 문화부 데스크처럼 수려한 문체의 글을 쓰고 싶어 종일 그의 칼럼을 받아적으며, 표현 하나하나를 따라한 적도 있다.


이 주제로 쓰면 많은 사람들이 보겠다는 생각에 신나서 쓴 적도 있었다. 거의 최근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박진영의 매 시즌 멘트는 회초리가 되어준다. 그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보면 가야할 길이 보이곤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곤 한다.


그런 글을 쓰려고,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진 않았어


이런저런 시선에 사로잡히다보면, 어느새 나는 없어지고 주위의 이러저러함만 내 글에 남아있더라.


가장 필요한 건 필력이 아니라 용기였다.


정신을 가다듬고 한 문장, 한 문장씩 적어내릴 때, 가끔은 희열이 나는 글을 쓰곤 한다. 그러한 글을 쓸 때면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많은 인기를 얻지 않더라도 벅차오르곤 했다.


그런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나만의 관점이 녹아들어져, 완전히 소화된 상태의 글.


고 유재하 씨의 '사랑했기 때문에'를 그의 목소리를 본떠 부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목소리에 녹였던 서경덕 군처럼.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쓰겠다.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을 써야겠다는 것. 그런 다짐을 다시금 하게 만든 K팝스타 시즌5의 시작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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