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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un 29. 2016

브렉시트가 대 중국 사업에 미치는 영향?

[유재석의 중국 이모저모] '낀' 나라 한국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상징하는 키워드 ‘브렉시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웃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골자인데요. 거칠게 정리를 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파운드 폭락

유로 폭락

엔화 폭등

달러 폭등

위안화?


일반적으로, 환율이 폭등하면 수출과 내수 관광에 유리합니다. 반대라면 수입과 해외 관광에 유리하겠죠. 8–9년 전 엔고 현상으로 인해 한국에서 돈을 펑펑 쓰던 일본인 교환학생 친구들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저는 이듬해 중국에서 공부를 했는데요. 1위안 당 230원까지 중국 환율이 치솟은 덕분에(…) 보릿고개를 보내야 했습니다.


많은 영역이 있겠지만, 관광과 역직구(수출) 두 가지 관점에서 언뜻 한국에 유리한 요소들이 보이는 듯 싶습니다. 이는 최근의 트렌드 변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선, 중국인 관광객 확보를 할 수 있다는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불과 2015년만 하더라도 메르스 악재, 엔저 현상 등으로 인해 중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일본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찾는 유커가 일본을 찾는 유커에 견줘 여전히 많기는 하다. (2015년) 4월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64만1610명이다. 그러나 증가율은 일본 방문 유커에 견줘 낮다. 14월 사이 방한 중국인은 206만787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엔화 약세가 한단계 더 진척되거나 한국의 메르스 파동이 수습되지 않으면, 유커들의 일본행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엔화 약세는 한국인의 일본 여행을 늘렸지만, 일본인의 한국 여행은 줄이고 있다. 14월 사이 일본인은 65만5553명이 방한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6.9% 줄어든 것이다. 한국인은 올 들어 4월까지 125만2500명이 일본을 찾아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43.5% 늘어났다. – 중국 관광객들, 한국 대신 일본으로 몰려간다(한겨레)


2015년 전체 기준 일본으로 여행을 간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방문한 숫자보다 많았다는 이야기도 나오죠. 추가적인 요인으로는 한국의 저가 여행상품으로 인한 퀄리티의 문제, 단체 관광객 중심의 운영, 바가지 씌우기 등의 요소도 들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한국 대신 이젠…中 관광객, 비싸도 일본 간다(이코노미스트)


이로 인해 중국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리서치 역시 2015년에 2위로 랭크했던 한국을 3번째 자리에 갖다놓기에 이릅니다.

2015-2016 중국 관광객의 해외 여행 시 방문하는 주요 국가. 출처: 아이리서치

하 지 만

가령, 100만원으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를 150만원에 가야 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번 브렉시트 발표 직후 엔화 환율은 1달러 당 100엔 선이 무너졌습니다. 원화 대비 엔화 환율은 7% 이상 올랐죠.


관련 기사: 브렉시트로 엔화와 달러의 가격이 치솟는 이유를 아주 쉽게 풀이했다(허핑턴포스트)


단순히 비행기, 호텔 값 뿐만 아니라 현지 여행에 드는 비용이 급증한다는 것은 여행객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돈을 여기에 쓰느니 유럽이나 미국에 가지”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죠.

반면,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에는 호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마침 어제(27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도 열렸죠.환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관련 기사: 중국 원·위안화 직거래 첫 개장…원화 국제화 시험대 올랐다(한국경제)


역직구 관점에서도 ’호재’란 진단들이 보입니다. 원화 대비 위안화 환율도 급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승기류를 보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국인들의 관심은 한국 뿐만 아니라 파운드와 유로화의 약세로 인해 영국 및 유럽에 집중돼 있는 양상입니다. 정리하면 아래 기사와 같은 상황이죠.


파운드화와 유로화 하락에 따라 직구족과 여행객이 유럽으로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달러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며 미국과 일본 직구와 여행은 타격이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에 따라 일본으로 빼앗겼던 중국인 여행객의 발길을 다시 한국으로 돌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 “버버리 비싸지고, 다이슨 싸지고···” 브렉시트가 바꿀 일상(이데일리)


이와 연관지어 과거에 쓴 글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중국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왕이(王毅) 위챗 최고경영자(CEO)는 “웨이상 숫자가 올해 5월 이후로 급감했다”고 말을 합니다. 거의 절반 이상의 웨이상이 위챗을 떠났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수요가 감소한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중국인들의 경제력 향상을 들 수 있습니다. 화장품의 브랜드 가치를 보면 프랑스 화장품이 최고급이고, 한국은 그보다 아래 단계에 배치돼 있습니다. 대신 한국 화장품은 ‘한류’라는 효과를 등에 얹고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했죠. 고가 정책을 펼쳐도 효과를 보던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이제는 한국 제품을 거치지 않고 프랑스 화장품 구매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당신이 아는 중국이 아니다(모비인사이드)


즉, 정리하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을 향하던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유입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싼 가격에 유럽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역직구도 마찬가집니다. 가령, 한국 화장품의 입장에서는 위안화의 약간 우세로 인해 매출이 늘어날 수 있으나 프랑스의 화장품이 더욱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요우커들의 해외 여행 목적지(잠재치). 출처:아이리서치


저는 이 시점을 두고 최근 모 마케팅 전문가의 강연에서 나온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모 광고대행사 면접에서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한 친구가 수석을 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마케팅은 제품이 갖고 있는 약간의 차이를 이용해 소비자 입장에서 거대한 차이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마 지금 관광, 역직구 관점에서 한국이 견지해야 하는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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