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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월 Aug 04. 2019

한일 무역 분쟁과 검도 문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한일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분쟁이 확전 되는 과정을 짚어 보면 처음부터 일본은 중도 협상을 통한 외교적 타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시작하였음이 분명하다. 애초부터 외교적 타결의 여지를 고려했다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보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를 먼저 선행했을 것이다. 그리고도 협상이 부진할 시 나중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거론해 한국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었을 것이다. 그리했다면 아마 한국에서도 강제징용 피해 보상에 대해 국론이 분열되고, 외교적으로 문제 해결을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베는 우리를 너무 얕잡아 보고 처음부터 충격 요법으로 초강수를 둔 것 같다.

WTO 제소를 담당하는 산업통상 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수출액 중에서 대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3개 품목의 비중은 0.001%이다. 반면 한국에서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25%이다. 자국의 0.001%를 버리면서 상대방 이익의 25%를 훼손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록 무역 분쟁이라지만 소위 인근 우방국에 대한 조치라기에는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의도가 불순하고 사악하다. 아마 일본은 불시 일격으로 한국 산업을 완전히 좌초시킬 의도로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배제도 일본이 주장하듯 단순히 특별 혜택을 일반 무역 거래로 전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후속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 여론에서도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가 바보스럽고 자해적 공격이라고 비판한다. 내가 보기에 이번 일본의 도발 방식은 마치 2차 대전 중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 군사 작전을 보는 듯했다.

일본의 이익에서 0.001%를 희생하는 대신 한국 이익의 25%를 훼손할 수 있다면 승리라는 일본의 계산법은 전형적으로 일본 검도 문화의 특성과 유사하다. 검도인들은 일본 검도와 한국 검도의 차이로 공격과 수비에 대한 관점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한국 검도는 연습할 때 공격과 수비 모두를 중시해 내 몸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상대를 공격하도록 가르친다. 이에 반해 일본 검도는 공격 중심이어서 일부러 내 수비의 빈틈을 보여주어 적의 공격을 유도하고, 상대가 이를 공격할 때 상대의 더 치명적인 부위를 타격하는 방식으로 훈련한다는 것이다. 즉 내 팔목을 하나 내어 주면서 그 틈에 상대의 목을 치겠다는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실력이라면 일본 검도가 더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검도 문화는 정신 수양을 위한 무도라기보다는 상대를 죽이는데 목표를 둔 살상 기술이다. 이런 살상 기술을 우방국과의 무역 갈등에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 양국 국민들의 자세를 보면 일본의 의도와는 많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애초 일본이 기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 사이를 이간질하겠다는 전략은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두려움을 주어 우리 정부나 국민들을 일거에 굴복시키겠다는 목표도 오히려 사악한 일본의 저의에 대해 국민적 분노만을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한국 국민의 단합과 결사 항전의 결기만 더 키워주었다. 반면 일본 정부가 이번 수출 규제가 한일 과거사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수출품 관리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다 보니, 일본 국민들은 우리만큼 분쟁에 임하는 결기가 충만하지 않다. 우리의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여행 자제가 계속된다면 아마도 일본 국민들은 아베 정부가 실익도 없는 불필요한 분쟁으로 이웃 국가와 분란만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로부터 전쟁에서는 천시(天時)보다 지리(地利)가 더 중요하고, 지리보다 인화(人和)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비록 소재 산업에서 일본 제품의 기술과 영향력이 크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쟁에 임하는 국민적 단합이다. 차제에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은다면 이번 무역 분쟁의 승리는 분명히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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