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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월 Aug 06. 2019

한일 무역 분쟁과 반도체 산업 특성



오늘 증권시장이 크게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가 7.46%, 거래소도 2% 이상 하락하였다. 미중 무역 분쟁에 한일 분쟁까지 격화되면서 시장이 공포감에 싸인 것 같다. 한일 무역 분쟁은 양국 정부가 모두 장기전을 준비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인내와 냉정함이 요구된다. 이런 국면에서 눈앞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리에만 휘둘리면 상황을 크게 오판하기 쉽다.

지난주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 배제 발표를 하였고 우리 정부도 즉각 대응하고 있다. 배제 대상이 1,100개 이상의 품목이기 때문에 1차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여타 산업 소재 분야에도 후속 견제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무역 분쟁의 승패는 뭐라 해도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분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번 무역 분쟁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이 한국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규제하였다는 소식을 자주 듣다 보니 어떤 이들은 반도체를 마치 최종 소비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반도체도 엄연히 부품 소재이다. 불화수소나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를 만드는 소재이지만 이를 이용해 만든 반도체 역시 정보화 산업 시대 핵심 소재이다. 그래서 산업을 구분할 때 반도체도 석유 화학, 철강처럼 소재 산업으로 분류한다. 과거 중공업 시대 산업의 쌀이 철강이었다면 정보화 시대 이후 산업의 쌀은 단연코 반도체이다. 즉 반도체는 전 세계 산업계가 첨단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 부품인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장치 산업인 소재 산업이 그러하지만 특히 반도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생산 라인 하나 건설하는 데도 최소 2조 이상의 거대 자금이 필요하고, 공정 설계와 운영에는 최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즉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아 무역 분쟁으로 우리 기업이 잠시 주춤하더라도 경쟁사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분야에서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DRAM 생산 능력으로 전 세계의 약 62%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반까지 초호황을 보이던 반도체 가격이 연말부터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작년 7월 대비 올해 50% 이상 가격이 하락하였다. 그로 인해 올해 상반기 반도체 양사의 이익 규모가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4차 산업 혁명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인 증가 추세이다. 특히나 인공 지능과 무인 자동차, 데이터 센타 증가 등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향후 4~5년 내에 반도체 수요가 현재의 4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한 수요 증가를 공급이 맞추지 못한다면 4차 산업 혁명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재고 조정 기간임에도 각각 100조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유도 그래서이다.

그런 반도체 시장에서 만약 삼성과 하이닉스가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30% 정도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거의 20% 정도 부족을 초래하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은 수급에 따라 가격 등락이 매우 격심한 곳이다. 과거 반도체 가격 동향을 보면 반도체 공급이 수급 균형점에서 5% 이상만 벌어져도 가격 등락이 최대 10배까지 움직였다. 즉 일본의 규제로 인해 만약 삼성과 하이닉스 생산에 30% 정도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반도체 가격은 현재보다 최소 2배에서 10배까지도 폭등할 수 있다. 그 피해는 전 세계 전자업체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나라 반도체 양사는 30% 정도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인해 대규모 이익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를 일본 입장에서 보면 수출 규제로 오히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익은 폭증하는 반면 그 반도체를 사서 써야 하는 대부분 일본 전자 기업들은 원가 부담으로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또 소재를 공급하던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모두 파산할 것이다. 즉 현재와 같은 분쟁이 1년 정도 간다면 일본 소재 수출 규제로 발생하는 이익은 고스란히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 돌아가고, 일본은 손실만 떠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에 한국은 소재 부분에서 완전한 국산화나 대체 공급선을 마련할 것이다.

이런 반도체 산업 특성 때문에 한일 무역 분쟁이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오히려 외국인들은 1조 원 이상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매집하였다. 적어도 금융 시장은 이번 싸움의 승리를 한국 반도체 기업에 두고 베팅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무역 분쟁은 당장에는 다소 힘들고 혼란스럽더라도 우리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 기업과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도 된다. 일부 매국적 인사들이 비아냥 거리듯 우리가 정신 승리나 팔고 있는 그렇게 허접한 나라가 아니다. 조만간 진정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만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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