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후회하는 당신에게

나는 상당한 결정장애다

by 한끗


일상의 자질구레한 순간까지 모두 다 힘겹게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아닌데, 커리어와 인간관계 측면에서는 각 선택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끌고 들어가는 편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몇 년 이어지는 고민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고통스럽다. 그래도 지금 딱 하나 아는 게 있다면 저렇게 고민하는 순간이 제일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A든 B든 결정을 내리고 고통의 순간이 끝나면 그 뒤부터는 내가 고른 선택지, 그것을 목표 삼아 쭉 밀고 나가면 된다. 그저 고민하고 있는 그 순간, 두 선택지를 재고 따지며 어떤 게 조금이나마 나에게 더 유리한 선택인지를 샅샅이 파헤칠 때가 제일 머리도 복잡하고 마음도 무겁다.




그래도… 내가 아무리 이 순간이 지나간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 괴로운 순간 자체가 견디기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난 아래 두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 이런 결정을 할 수도 있고, 저런 결정을 할 수도 있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건,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 결정이나 저 결정이나 똑같다는 거다.


우리가 고민할 때 보통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둘 중에 하나는 나에게 대단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그런 환상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하지만 두 개를 두고 고민한다는 것은 두 가지 선택지가 불러올 결과가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A 선택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비약적으로 나아지지도 않고 B선택을 한다고 해서 쫄딱 망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에는 그렇다.


중요한 건 A를 택하든 B를 택하든 그 이후다. 우리가 에너지를 써야 할 때는 고르는 순간이 아니라 일단 하나를 아무거나 고르고 그게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밀어붙여야 하는 선택 바로 그 이후의 순간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선택이 똑같이 매력적이어서 고민이 된다면? 그럴 때 나는 “멀티버스” 기법을 쓴다. 내가 그냥 만든 건데… 다중 우주의 개념을 이용해 보는 거다.


A와 B 중 A라는 선택지를 택한 내게 B는 내가 경험하지 못하게 된, 소위 말해 기회비용이다. 왜,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A를 선택하는 순간 B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B 역시 다른 멀티버스 속 내가 선택한다면?


이 세계의 나는 A를 택했고, 다중 우주 속 다른 세계의 나는 B를 택했다. 다른 세계지만 어쨌든 ‘남’이 아니라 ‘나’니까 딱히 배 아플 일도 없다.


다른 선택을 한 나는 다른 세상에서 그 선택을 바탕으로, 멋지게 그리고 또 열심히 살아나가면서 그걸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 거고, 이 세계의 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랑스러워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뿌듯한 마음으로 내 선택지를 다시 한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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