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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3. 2020

돌로미티가 품은 속살의 향기

#6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돌로미티에 취하면 깨어날 줄 모른다..?!!



   서기 2020년 9월 3일 목요일 오후, 다시 사진첩을 열어 돌로미티의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대략 일주일 전 공간 이동을 하여, 멀리 알삐에서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까지 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돌로미티 산중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꿈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있거나 환상적인 풍경에 도취되어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리에 눕거나 일어나서 발품을 팔며 산책을 해도 돌로미티의 향기는 숙취 보다 더 독하게 내 몸안에 머물고 있다. 숙취 따위는 비교할 바 아니지만 돌로미티의 향기는 그 어떤 색깔도 지니지 않은 무색무취이나 몸속 깊이 물든 상큼함을 생각하면 두 번 다시 그 어떤 세제를 사용해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돌로미티를 다녀온 후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산은 모두 네 곳.. 우리나라 설악산과 파타고니아의 피츠로이와 또레스 델 빠이네 그리고 돌로미티 산군이 그곳이다. 그곳들은 각자 독특한 자기만의 향기와 색깔을 지니고 있었는데 돌로미티의 속살은 개성이 뚜렷했으며 향기 조차 아침 이슬을 머금은 야생화의 짙은 색깔을 그대로 뽐내고 있었다. 내가 잃어버렸던 유년기의 흔적과 색깔과 향기가 그대로 박제되어 우리를 맞이한 것이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의 브런치를 열어보신 이웃분들이나 독자님들은 입을 열 때마다 돌로미티 예찬을 하고 있는 내가 식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브런치는 특정인이 자랑질을 해댈 망정 그 어떤 이익을 배당하는 동기부여는 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저 글쓰기와 기록이 좋아서 끼적거릴 뿐이다. 혹시라도 유튜브의 영상이 등장하면 광고(에드센스)를 클릭하지 마시고 그냥 시청하시기 바란다. 



한 때 시사문제에 매달려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얼마간의 수익을 안겨주었지만, 민주화 시대에 그런 일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자 마음에도 없는 일이다. 또 유튜브를 열면 여전히 흡혈귀처럼 우리 국민들의 피를 핥아대는 무리들이 보이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안중에도 없다. 아니 곧 사라질 악몽일 뿐이겠지.. 후배들이 알아서 처리하거나 민주시민들이 슬기롭게 극복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asso di Pampeago: 높이 1,983미터의 빰뻬아고 고갯길은 볼싸노와 토렌트 사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봘데가 숲과 봘소르다 산꼭대기를 연결하는 알파인의 통로이자, 봘데가 퓌엠메와 봘데가를 연결한다. 마지막 2킬로미터는 2011년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를 통과하기 위해 포장된 바 있다. 남쪽에는 알뻬 디 빰뻬고(Alpe di Pampeago)와 스키센터 라테마르의 승강기가 있다.

Il passo di Pampeago (Reiterjoch in tedesco), (1.983 m), è un valico alpino fra la selva di Ega e la Cima di Valsorda, ai confini fra le province di Trento e Bolzano, nelle Dolomiti. Mette in comunicazione la val di Fiemme alla val d'Ega e gli ultimi 2,5 km sono stati asfaltati nel corso del novembre 2011 per il passaggio del Giro di Italia 2012. Sul versante meridionale si incontra l'Alpe di Pampeago con gli impianti di risalita dello Ski Center Latemar.



Passo di Lavaze'관련 자료를 뒤져보니 빠쏘 디 라바제는 단순히 봘데가( la Val d'Ega in provincia di Bolzano)로부터 620번 국도 봘레 디 퓌엠메(comunicazione la Valle di Fiemme)로 이어주는 도로 역할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80킬로미터에 달하는 슬로프를 자랑하며 동계 스포츠 중 가장 유명한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메카로 자리 잡은 곳이었다. 

Il passo di Lavazè (Lavazè-Joch in tedesco) è un valico alpino a 1.808 m s.l.m., nel territorio del comune di Varena in provincia di Trento.
Attraverso la strada provinciale numero 620 mette in comunicazione la Valle di Fiemme, precisamente Cavalese, con la Val d'Ega in provincia di Bolzano, anche se il confine non passa sullo spartiacque, ma più a valle di esso, cosicché il valico rimane tutto sotto la provincia di Trento. Dai pressi del passo parte la strada per il passo d'Oclini, quest'ultimo situato in provincia di Bolzano.
Il passo di Lavazé non è solo una via di comunicazione: con i suoi 80 km di piste, in inverno si trasforma in uno dei centri sportivi più rinomati per lo sci di fondo. L'estate offre diverse possibilità a livello turistico, dal trekking alle passeggiate in mountain bike.


우리나라 설악산의 야생화 '금강초롱'을 쏙 빼 닮은 돌로미티의 야생화 Campanula persicifolia는 이탈리아 남부 깔라브리아 주를 제외한 이탈리아 전 지역에 자생하는 야생화로 알려졌다. 주로 삼나무 숲이나 개간지, 초원에 살며 개화 시기는 5월부터 8월까지란다.


그러나 우리 이웃분들이 나의 브런치에 기록되고 있는 돌로미티의 기록은 눈여겨봐 두시기 바란다. 알삐에 관한 정보를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세계관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확신한다. 여행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다녔고, 세상을 주유하는 동안 적지 않은 볼거리를 통해 세계를 향한 시선을 넓혀왔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돌로미티를 다녀오면서 그동안 쌓아온 나의 가치관이 한순간에 무뎌지거나 무너지고만 것이다. 기막힌 일이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이 돌로미티 산중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마른기침처럼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던 기억 속의 생채기들이 어느 순간부터 다 아무는가 하면, 온몸이 투명인간처럼 말갛게 변하며 스트레스로 찌든 때 모두가 사라지고만 것이다. 



그런 일은 돌로미티에 도착한 직후부터 우리에게 일어난 대단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같은 사건의 주범(?)이 누구인지 찾아 나서면서 수상한 녀석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두곤 했다. 그중 하나는 돌로미티의 울창한 숲이었으며 숲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야생화였다. 그리고 말끔히 세탁한 것 같은 신선한 공기와 더불어 수정을 액체로 만든 듯한 옥수가 우리의 정체성을 확 바꾼 수상한 녀석들이라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나열된 수상한 녀석들은 곧 무색무취라는 이름으로 돌로미티에 머무는 동안 우리와 함께한 돌로미티의 향기이자 속살이었다. 하니와 나는 작대기에 의지한 채 빠쏘 디 라바제의 숲 속 길을 처음 내디뎠는데 트래킹이 시작되면서부터 돌로미티의 향기가 진동을 했다. 따로 촉각을 세우지 않아도 이들은 발밑에서 혹은 저만치 앞에서 손을 흔들거나 방긋 웃으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평생을 살아왔던 세상을 까마득히 잊고 오로지 돌로미티 삼매경에 빠져 시간을 보내며 19박 20일의 일정을 보내게 된 것이다. 믿기지 않을 것이다. 산중에서 뜨거운 여름을 다 보내고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로 돌아오는 길은 큰 죄를 짓고 구속 사유가 생긴 것처럼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면 누가 믿을까..



하니와 함께 빠쏘 디 라바제의 숲길을 트래킹 하는 동안 우리 곁을 지나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숲길을 전세 내고 우리만 다녀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산중을 구름처럼 휘돌아 산 중턱(대략 해발 2000미터)에 도착하니 저만치 돌로미티의 빠르꼬 나뚜랄레 몬떼 꼬르노(Parco Naturale Monte Corno)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돌로미티를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큼지막한 산들은 사람들이 범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는 그저 우리 실정이나 사정에 눈높이를 맞추어 즐겨야 한다는 것. 발아래 혹은 주변의 야생화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자료사진의 장소는 우리가 감행한 돌로미티의 처녀 트래킹 장소의 끄트머리이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온 사실만으로 감개무량했다.



우리가 만약 꼬르띠나 담뻬쬬에서 처음부터 뜨레치메(Tre Cime)로 발길을 돌렸다면 얼마나 교만에 넘쳐났을까.. 하늘의 일은 늘 우리의 계획과 다르게 작용하며 천천히 천천히 안단테로 돌로미티에 발을 디디게 만들어준 것이다. 



아직은 트래킹 첫날.. 우리가 돌아갈 곳은 빠쏘 디 라바제의 고갯길 마루. 그곳에 가면 돗자리를 펴고 나무 그늘에 누워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야생화와 눈을 마주치게 될 것이며, 졸졸졸 쉼 없이 흐르는 옥수에 발을 담그거나 멱을 감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장차 일어날 해프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 무리의 트래킹족이 우리 곁을 지나간 후 하산길에 상상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과 함께 하산길에 담은 빠쏘 디 라바제의 풍경은 다음 편에 싣는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03 Se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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