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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4. 2020

돌로미티, 알몸으로 겪은 돌발사고

#7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살다 보면 별일 다 생겨요..!!



돌로미티, 알몸으로 겪은 돌발사고


이런 황당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있을까 모르겠다. 먼저 위 자료사진 한 장을 설명하면서 오늘 포스트를 이어가기로 한다. 두 발이 가지런히 놓인 곳은 중국산 싸구려 왕골 돗자리(3.5유로짜리) 위에 누어서 찍은 사진 한 장이다. 돌로미티 빠쏘 디 라바제 고갯길 근처의 도로변에 위치한 이곳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돗자리만 깔면 기막힌 명소로 변한다. 가끔 폭우가 쏟아졌는지 도로 가장자리에는 작은 도랑이 생겼고, 그곳으로 자갈들이 자갈자갈 깔려있어서 돗자리를 깔기에 마침맞은 곳이었다. 


사진은 4시간짜리 짧은 트래킹을 다녀온 후 작은 도랑에서 멱을 감고 돌아와 온몸이 뽀송뽀송한 기분 좋은 상태였다. 그리고 조금 전에 일어났던 해프닝을 생각하며 주변의 경치를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돌발사고는 하니와 함께 멱을 감고 난 후 나 혼자서 마무리를 하던 중에 일어난 전혀 뜻밖의 사고(?)였다. 두 발 앞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길은 트래킹에 나서는 입구로 라바제 고갯길에 있는 몇 개의 진입로 중에 하나였다. 


우리가 이곳에 잠시 여장을 풀고 쉬는 동안 트래킹족 네 명이 이 길을 지나 숲 속으로 사라졌다. 남자 사람 1인과 여자 사람 3인.. 우리도 잠시 후 이 길을 따라 트래킹을 시작한 것인데 사고는 트래킹이 끝난 직후 멱을 감던 중에 일어난 것이다. 


하니와 나는 훌러덩 다 벗어던지고 알몸의 선녀처럼 작은 도랑에서 시리도록 찬물을 몸에 끼얹으며 멱을 감으며 땀을 식혔다. 하니가 먼저 돌아간 후, 나 혼자 옥수 속에 빠져 돌로미티의 물맛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곁에 여자 사람들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도란 거리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여자 사람(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셋이서 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헉! 맘마미아!!) 나는 속으로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속옷은 작은 도랑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풀숲에 올려두었고, 몸을 가릴만한 그 어떤 것도 주변에 없었다. (이를 어쩌나..ㅜ) 


그래서 "아가씨덜.. 미안해요. 나 홀라당 다 벗고 있어요"라며 급한불부터 먼저 껐다. 그리고 "저쪽으로 돌아가시면 안 되겠어요"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그제야 여자 사람 3인은 나의 발칙한 상황을 감지하고 잠시 의논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하는 듯했다. 의논은 너무 빨리 끝났다. 1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에 내린 결정은 내 곁으로 통과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해 왔다.


"아저씨. 절대로 안 보고 그냥 지나칠게요.(씩~^^)"


(안돼! 그걸 어떻게 믿어..!) 나는 그녀들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안 보겠다잖아..ㅜ) 그래서 엉겁결에 손빨래를 위해 가져온 작은 바가지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상상이 가실지 모르겠다. (나.. 이런 발칙한 경험 처음이야!!ㅜㅜ) 여자 사람 셋은 대략 5미터 앞.. 코앞에서부터 작은 도랑의 징검다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향우 자세로 사열하듯 내 곁을 지나갔다. 


영화나 가십에서 이런 장면이 등장하면 누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단박에 가려질 것이지만, 이 경우 나는 피해자가 겪는 아픔(?)을 겪었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면 바가지 맨(?)으로 낙인찍힐 게 아닌가. ㅜ 그녀들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누가 알아 손바닥에는 아니 손가락에 작은 틈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ㅜ  아무도 없는 것으로 생각한 산중에서 일어난 돌발사고는 금세 아물었지만 여운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이하 돌로미티 빠쏘 디 라바제에서 건져온 사진들을 대거 방출한다. 즐감하시기 바란다. ^^



누워서 올려다본 빠쏘 디 라바제의 숲






우리가 잠시 여장을 푼 돗자리 주변의 풍경










빠쏘 디 라바제 숲 속의 이끼와 작은 식물군들을 잊을 수가 없다. 두고두고 생각날 장면들이다.




빠쏘 디 라바제에서 트래킹을 끝낸 지점에서 바라봤다. 병풍처럼 드리워진 돌로미티의 일부






내가 젤 잘났다







볼수록 빠져드는 풍경 속으로












잠시 여장을 푼 장소 빠쏘 디 라바제로 돌아가는 길





하니가 저먼치 먼저 여장을 푼 장소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꿈같은 일이다. 우리는 사정상 이곳을 두 번 더 방문했다. 그때 마다 감흥이 달랐다. 


이곳이 해발 1808미터의 빠쏘 디 라바제 정상 부근의 모습이다.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애마가 주차된 곳이다. 돌로미티 처녀 트래킹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빠쏘 디 라바제의 도랑에서 멱을 감고 누워서 뭉기적 거리며 바라본 풍경





돗자리에 누워 빠쏘 디 라바제의 길을 올려다보니 오토바이를 탄 연인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은 대략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무시로 자동차와 바이크족들이 넘나드는 장소로 돌로미티 대부분의 고갯길은 같은 사정이었다.




나의 브런치에 부하가 걸릴 정도로 많은 자료사진을 올려두었다. 아마도 돌로미티의 풍경사진들은 아니 풍경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다시금 열어봐도 별로 다르지 않은 감동감화를 준다. 여행 경험상 어쩌면 같은 장소에 두 번가기 힘들어 남긴 기록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이 풍경들은 내 속에 내재된 불순물을 중화시키거나 지워버린 세제와 같은 작용을 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같은 습관은 돌로미티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므로 내 속이 말갛게 변했을 게 아닌가. 대자연으로부터 얻게 된 감흥이 내가 꿈꾸던 세상 코 앞까지 인도하며 기분 좋은 나날을 맞이하고 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영상, 돌로미티의 자연과 야생화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04 Se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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