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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31. 2020

아는 길을 물었더니 생긴 황당한 일

#3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인간이 계획하고 하늘이 실천한다고 했지..!!


천하절경 돌로미티 여행의 계획이 첫날부터 삐거덕 거렸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산 그림자를 가슴 깊이 품은 환상적인 란드로 호수(lago di landro)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발단은 휴대폰 때문이었지만 알고 보니 19박 20일 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 돌로미티를 여행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초행길의 돌로미티는 우리를 천천히 천천히 안단테로 돌로미티 깊숙이 밀어 넣고 있었다. 수영을 위해 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물과 친숙하기 위한 절차를 먼저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다. 과정은 이랬다.



여행사진, 돌로미티 란드로 호수의 아침

_Foto di viaggio, La Mattina sul lago di Landro delle Dolomiti




하니 보다 먼저 이탈리아의 문화에 맛 들인 나는 이탈리아인들의 좋은 습관을 이야기할 때가 적지 않았다. 길을 묻는 등 물음을 표할 때면 이탈리아인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물음에 답한다. 그냥 대답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을 붙들어 놓고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이며 자기 일처럼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친절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하니는 그 모습을 보며 너무도 좋아했다.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그들을 칭찬하는 것. 



이탈리아의 건축부터 예술문화 분야까지 두루두루 사랑하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우리말에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라고 했지 않는가. 그래서 하니는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는 우리 속담을 가끔씩 인용하며 나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말도 안 돼! 아는 길을 왜 물어서 가..?!"라고 응수했다. 


돌로미티의 베이스 캠프라 불러야 마땅한 꼬르띠나 담뻬쬬(Cortina d'Ampezzo)를 방문 하면 위 자료사진의 4륜기(?)가 새겨진 돌로 만든 육교를 만날 수 있다. 꼬르띠나 담뻬쬬는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 열린 최초의 동계 올림픽 장소였다. 제7회 동계 올림픽이 1956년 1월 26일부터 2월 5일까지 코르티나 담뻬쬬에서 열렸던 것이다. 아래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제7회 동계올림픽은 1939년 6월 6일부터 9일까지 런던에서 열린 CIO의 38차 회의에서 개최가 확정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무산되었다. 


그후 1946년 밀라노에서 열린 FISI 회의에서, 시의회와 CONI의 승인을 받아, 6차 동계 올림픽을 위한 코르티나의 입후보를 다시 제안하기로 결정했다.꼬르띠나 담뻬쬬는 필란드의 오슬로에 겨우 두 표 차이로 이긴 후 1949년 4월 27일 로마에서 열린 IOC의 43차 회의에서 올림픽을 조직,개최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 후 70년의 세월이 경과한 2026년, 이탈리아 베네토 주는 다시 한 번 더 올림픽을 개최할 꿈에 부풀어 있다. 우리가 다녀온 돌로미티 꼬르띠나 담뻬쬬 지역 곳곳에 새로운 스키장 건설 장면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Il conte Alberto Bonacossa con sua moglie Maria, d'accordo con le autorità sportive del tempo, incoraggiò l'Amministrazione comunale di Cortina d'Ampezzo a porre la propria candidatura per i Giochi olimpici invernali del 1944. Nella trentottesima sessione del CIO del 1939, tenutasi a Londra dal 6 al 9 giugno, Cortina ottenne l'assegnazione battendo le altre candidature di Oslo e Montréal. Lo scoppio della seconda guerra mondiale stroncò tuttavia l'iniziativa.
Nel 1946 la FISI, convenuta a Milano, decise, con l'avallo della giunta comunale e del CONI, di riproporre la candidatura di Cortina per ottenere i VI Giochi olimpici invernali; la presentazione fu affidata a una delegazione condotta sempre dal conte Bonacossa. Cortina fu battuta di solo due voti da Oslo.
Alla terza candidatura, presentata durante la quarantatreesima sessione del CIO svoltasi a Roma il 27 aprile 1949, Cortina finalmente ottenne di poter organizzare i Giochi. La sua candidatura prevalse stavolta, molto nettamente, su quelle di Colorado SpringsMontréal e Lake Placid.
La città veneta tornerà a ospitare i Giochi 70 anni dopo, nel 2026.



돌로미티로 떠나기 하루 전, 우리는 그동안 사용하던 휴대폰 통신사 두 곳을 바꾸게 됐다. 두 통신사의 고객 서비스는 엉망진창을 너머 우리를 호구로 보고 있었다. 매월 충전할 때마다 비용은 꼬박꼬박 챙겼지만 인터넷 접속은 형편없었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은 고사하고 외부에서 인터넷 접속은 거의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통신사가 충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를 보내 귀찮게 군다. 예컨대 5유로만 더 충정하면 몇 지가(Giga)를 더 준다거나 마음껏 사용하는 인터넷에 비용 얼마를 지불하면 된다라는 메시지 등이었다. 울화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행사진, 꼬르띠나 담뻬쬬로 가는 길

_Foto di viaggio, strada per la Cortina d'Ampezzo




그런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하니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가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이탈리아 우체국 통신망을 권유하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비용도 엄청나게 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어디를 가나 인터넷이 빵빵하게 잘 터지는 것. 가입비용(유심) 15유로에 1년간 비용 100유로를 한 번에 지불하면 1년 후에 다시 충전하게 되는 기막힌 절차이자 비용이었다. 



여행사진, 라고 디 란드로의 환상적인 비경

_Foto di viaggio, una fantastica visione del Lago di Landro




그런데 당초 돌로미티로 떠난 후 인터넷을 사용해 구글 지도를 참조하기로 했지만 우체국 사정으로 나흘 후에나 통신사 교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게 화근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따라서 혹시나 모를 사정에 대비하여 잡기장에 돌로미티 지도를 수기로 기록하고 정보를 옮겼지만, 막상 현지에서 세심한 안내 지도가 필요할 때는 전혀 무용지물이었다. 



돌로미티에 도착한 첫날밤은 하늘에서 별이 쏟아졌지만 계곡의 밤은 깜깜했다. 겨우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야영을 준비하고 취침에 들어간 게 전부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세상이 천국으로 변해있었다.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면서 천국 천국 천국 또 천국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될 텐데.. 생전 이런 풍경은 처음 보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게 된 말이다. 아마도 인간 세상 밖에 천국이 있다면 돌로미티가 곧 천국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돌로미티에 사는 사람들을 향해 '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아예 대못을 박고만 것이다. 



그런 천국에서 아는 길도 물어가게 된 사연은 기막히다. 아침에 눈을 뜬 후 우리가 맨 먼저 찾아가고 싶었던 곳은 뜨레 치메란 곳으로 돌로미티의 백미로 생각한 명소였다. 따라서 짐을 챙기고 다시 길을 나서면서 꼬르띠나 담빼쬬로 향하는 길에 이탈리아인 부부를 만나 돌로미티로 가는 길을 물었다. 아직은 청춘으로 보이는 이탈리아인 남자는 휴대폰을 열어놓고, 나의 물음에 매우 친절하게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 가며 대략 5분 정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며 설명을 해 주었다. 



그동안 나는 나의 휴대폰이 사정상 먹통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의 손바닥 위에서 돌로미티 지도가 나침반처럼 빙그르르 돌고 또 돌았다. 내게 보다 더 세심한 설명을 하기 위해 몸을 비틀어 가며 휴대폰을 돌려가며 열심히 설명을 해 준 것이다. 나는 곧 그의 설명 전부를 잘 이해하게 됐다. 그러니까 우리가 돌로미티에서 첫날밤을 샌 장소 혹은 이탈리아인을 만난 장소 근처에 뜨레 치메가 위치해 있었으나 곧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은 없었으므로, 그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 빙 둘러가면 목적지에 잘 도착할 것이라는 것. 룰루랄라.. 



우리는 즉시 애마를 몰고 하산길에 올라 그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 운전을 시작했다. 수십 미터 크기의 침엽수 숲길은 꼬불꼬불하게 이어졌고, 산길을 다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환상적인 물빛을 한 호수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 호수의 이름이 란드로(Lago di Landro)라는 것을 안 것은 시간이 꽤 지난 후였다. 



솔직히 우리는 돌로미티의 호수에 별 관심이 없었으며 오로지 웅장한 산과 거대한 암봉과 야생화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런 우리 앞에 나타난 호수는 비현실적인 모습이었으며 영롱한 물빛에 산 그림자 전부를 껴안고 있었다. 거기에 어느새 가을 향기가 물씬 배어나는 야생화까지 곁들였으므로 입에서 다시금 천국 천국이라는 소리가 삐져나오는 것. 그러나 곧.. 천국이 우리를 배신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만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에 설명을 곁들인 이탈리아인이 가르쳐준 뜨레 치메 가는 길은 대단한 착오가 끼어들었다. 우리가 바를레타에서 단숨에 달려간 돌로미티의 깊은 산중 뜨레 치메를 바로 곁에 놔두고, 이때부터 돌로미티 전 지역을 샅샅이 뒤지는 강행군에 돌입한 것이다. 덕분에 덤으로 챙긴 풍경이 란드로 호수였으며, 훗날 이 호수는 뜨레 치메 트래킹을 끝마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제야 우리가 헛발질을 한 사실을 눈치채고 무릎을 치고만 것이다. 좌충우돌.. 돌로미티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영상, 돌로미티로 가는 길

_Immagine, Strada per le Dolomiti




서두에 천하절경 돌로미티 여행의 계획이 첫날부터 삐거덕 거렸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산 그림자를 가슴 깊이 품은 환상적인 란드로 호수(lago di landro)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라고 끼적거렸다. 초행길은 누구나 한 번쯤 헛발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헛발질 때문에 여행을 보다 즐겁고 아름답게 만든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노라면 희로애락 별의별 상황을 다 만나게 된다. 그런데 아는 길도 물어서 간 길이 연출한 황당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31 Agost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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