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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6. 2020

돌로미티, 알타 바디아의 선경_仙境

#9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세상에.. 꿈같은 일이 현실이라니..?!!


돌이켜 보니 마치 꿈을 꾼 듯한 시간이 우리와 함께 했다. 하니는 그 과정을 "제정신이 아니었어. 미쳐 돌아다녔던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즉시 하니의 표현에 동의를 했다. 미치지 않으면 갈 수 없거나 미쳐야 갈 수 있는 곳.. 아니면 그곳에 가면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랄까..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의 서두에 이렇게 썼다.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이 확 달라져있었다. 우리는 간밤에 애마를 몰고 돌로미티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북서쪽 빠쏘 디 라바제에서 알타 바디아(ALTA BADIA)로 이동을 했다. 알타 바디아는 돌로미티의 중심부에 위치한 곳으로 뿌에즈 오들레 국립공원 (Parco Naturale Puez Odle)이 위치한 곳이었다. 


빠쏘 디 라바제에서 알타 바디아로 가는 여정. 거리는 멀지 않지만(대략 80킬로미터) 꼬불꼬불한 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생각보다 도착 시간이 길어졌다.


우리가 알타 바디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현재의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잡기장에 끼적거려둔 지도를 찾아 목적지를 정하고 이동했을 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휴대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최악의 상태에서 애마를 몰고 돌로미티 북서쪽을 빙돌아 한밤중에 도착한 곳이 알타 바디아였다. 



초행길의 알타 바디아로 가는 길은 멀게 느껴졌다. 날이 어두워지자 창밖은 칠흑처럼 변했으며 꼬불꼬불한 산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환한 불빛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애마를 달래어 머리 뉠 곳을 찾아 나섰다. 지구별 촌놈이 하니와 함께 머리를 뉜 곳은 위 자료사진이 위치한 곳으로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쉼터가 있는 곳이다. 장의자 하나가 놓인 곳에 하니가 선경을 연출한 알타 바디아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눈을 뜨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이 주변을 산책하는 것과 비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돌로미티에 빠져드는 것. 사람들이 왜 돌로미티에 열광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쉼터 가까운 곳에 흘러내리는 옥수에 세수와 양치질을 하니 이빨이 시리고 손을 담그니 뼛속까지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저만치 멀리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소리를 간접적으로 듣고 있었다. 녀석들의 목에 매단 풍경이 댕그랑 거리며 아침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선경(仙境)이 아침나절 내내 우리를 붙들고 놔두지 않았다. 자리를 조금 더 옮기니 우리네 삶을 쏙 빼닮은 풍경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돌로미티, 알타 바디아의 선경(仙境)




거대한 암봉이 구름에 휘감긴 풍경 위로 달님이 아직까지 모습을 감추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달님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거니 보이지 않는다면 '앙꼬 빠진 풀빵'처럼 선경은 물 건너갔을지도 모르겠다. 달님은 꼭 필요한 시점에 나의 뷰파인더 속으로 출연해 여행자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동양적 세계관에 따르면 이런 풍경 속에 신선이 노닌다고 했던가. 



위키피디아의 신선설(神仙說)에 따르면 불로불사의 신선 또는 선인(仙人)이 실재한다는 것과 인간이 선인이 될 가능성을 가졌다고 믿는 사상을 말한다. 또 선인의 종류는 몇 가지로 구별되었다. 포박자(抱朴子)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바로 선인이 되는 시해선(尸解仙. 예: 한나라의 무제), 수행을 쌓아서 단약(丹藥)을 복용하면 천선(天仙)이 될 수 있는 지선(地仙. 예: 팽조), 또한 낮에 승천하여 천지의 사이를 자유자재로 비상하면서 천상계(天上界)에 살고 있는 천선(天仙. 예: 황제)의 3종으로 구별되었다. 



현대인들이 이 같은 설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사해선, 지선, 천선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코로나 시대에 광화문 앞에서 지랄발광을 해 가며 스스로 순교를 말하는 어떤 잡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구분법이랄까.. 그날 아침에 나는 인간이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풍경 하나를 목격하며 알타 바디아의 선경에 도취되곤 했다.



인간의 가시와 엉겅퀴의 가시




아침햇살에 비친 8월 어느 날 아침(8월 10일)의 엉겅퀴는 참 특별해 보였다. 우리나라의 엉겅퀴와 조금은 구별되는 돌로미티의 엉겅퀴는 한눈에 봐도 가시 투성이 임을 할 수 있다. 가시는 꽃봉오리로부터 줄기와 잎 전부를 철갑처럼 두르고 있었다. 



우리에게 엉겅퀴란 약성이 뛰어나서 관절염, 신경통, 혈액 순환, 간 기능 개선, 남성 정력 강화 등에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채취에 열중했는지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야생화였다. 그런 엉겅퀴가 돌로미티 곳곳에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나절 산책에서 만나 그들의 삶을 자세히 돌아볼 수 있었는데 카메라에 담은 엉겅퀴들은 젓소들이 청아한 풍경 소리를 내며 풀을 뜯는 목초지 곁에서 자라고 있었다.  



엉겅퀴 곁의 풀들은 키가 작지만 가시 돋친 엉겅퀴만은 키가 크게 자라며 보라색 꽃을 내놓고 씨방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야생화가 살아가는 방법은 자신의 몸에서 가시를 내어 포식자로부터 보호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달님과 함께 선경을 연출한 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길가 작은 언덕 위였다. 그야말로 이슬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무리들을 이날 아침에 조우한 것이다. 그러한 잠시 이들은 내게 물었다.



아저씨에게도 가시가 있나요..?



한 인간을 부끄럽게 만드는 이 같은 질문에 당황하는 나.. 알고 보면 가시 투성이인데 속으로 가시를 감추고 살았던 게 아닐까.. 그래서 선인이나 신선 혹은 잡놈 따위를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지는 것. 돌이켜 보면 천생연분처럼 살아온 우리에게도 매 순간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고 가시를 세워 싸우진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시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정의를 하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툼 전부를 넌지시 이해하게 되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신선은 가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시를 적당히 감추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신선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만물은 저마다의 가시를 비수처럼 품고 사는 것. 이날 아침, 하니와 나는 돌로미티가 연출한 비경 아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볕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주변에 널린 야생화와 살랑거리며 부는 실바람 그리고 졸졸거리는 옥수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던 가시 전부를 꺾어버리거나 씻어 내리며 천국으로 만드는 것. 누구의 표현처럼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적게 남은 우리에게 하늘은 큰 선물을 해 주신 것 같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가시 하나를 깨닫게 해 준 것만으로 감사한 일인데 덤으로 선경을 선물해 주시다니..!!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05 Septten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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