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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5. 2020

돌로미티에 에델바이스가 산다

#15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애국가와 국화에 대한 해묵은 불만..?!!


돌로미티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꽃이 있다. 야생화가 지천에 널린 돌로미티에서 우리는 운 좋게도 에델바이스(Edelweiss 또는 서양 솜다리)를 만나게 됐다. 에델바이스는 인적이 드문 벼랑 끝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아마도 돌로미티를 다녀온 분들 중에 우리처럼 행운을 거머쥔 분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 대신 돌로미티의 고갯길 곳곳의 로지나 휴게소에서 채취하여 판매되는 에델바이스는 쉽게 목격했을 것이다. 오늘은 돌로미티의 알타 바디아빠쏘 가르데나 로지에서 만난 에델바이스를 소개하며 나의 가슴에서 여전히 불만으로 남은 우리 애국가와 국화에 대한 단상을 몇 자 써 본다. 



수학여행 때 만난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때문에 참 오래된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 70년대 초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을 때이다. 동해남부선의 기차를 타고 떠난 흑백영화 같은 여행이었다. 완행열차를 타고 떠난 기차여행이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기차역이라는 역은 다 거쳐갔다. 목적지인 설악동에 학생들이 도착하고 보니 소요된 시간이 12시간은 더 된 듯했다.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 수학여행 때 남은 기억은 영주역에서 옥수수를 삶아 머리에 인 아주머니들이 기차 창 안으로 옥수수를 팔건 것과 태백역에서 거꾸로 매달린(?) 기차를 밀고 당기는 특별한 장면을 목격한 것. 그리고 설악동에서 맛본 산나물 정식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그리고 설악산을 다녀온 수학여행에서 정작 설악산은 뒷전이었다. 설악동에서 바라본 설악산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 기념품점에서 만난 꽃이 에델바이스였다. 조화처럼 생긴 하얀 꽃 한 송이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는데 표본이었다. 말린 에델바이스를 봉지에 담아 학생들에게 판매를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인기였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 등장한 에델바이스 노래 때문이기도 했다. 


1965년에 개작된 이 영화는 5개의 아카데미상을 휩쓴 유명한 영화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설악산에 에델바이스가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 식물이 솜다리 꽃으로 불리는 에델바이스였다. 고산지대 청정한 곳에서만 자라는 이 식물에 대한 기억이 가르데나 고갯길의 로지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에델바이스에 얽힌 전설과 서식처


전설은 주로 이랬지.. 옛날 옛적 알삐(알프스)의 산골짜기에 살고 있던 에델바이스라는 어여쁜 아가씨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녀를 처음 본 사람의 입으로부터 천사 같은 소녀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지면서, 그녀를 만나러 온 남자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는 일이 잦았다는 것. 이유는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너무 험하여 발을 헛디디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에델바이스는 신께 자신을 꽃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간청을 했는데.. 그 꽃 이름이 그녀의 이름을 딴 에델바이스라는 말이 전한다. 돌로미티에서 자생하고 있던 에델바이스를 직접 목격하고 카메라에 담아오면서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 대신 에델바이스는 인적이 드문 곳이거나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런 한편 알삐를 머리에 인 나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국화가 에델바이스라는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됐다.



오스트리아의 국화 에델바이스


금번 돌로미티 여행에서 뜻밖의 일이 생겼다. 내친김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까지 달려본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장차 여행 일정에 포함될지 모르는 나라들에 대한 간을 보기 위함이었다고나 할까.. 인스브루크의 도시는 별로였지만 티롤 주의 자연경관은 동화의 나라를 방불케 했다. 아마도 다시 돌로미티 혹은 삐를 여행하게 된다면 알삐 주변의 나라는 반드시 들리게 될 것이다. 에델바이스 때문이었다. 



하니는 에델바이스를 만나자마자 벼랑 끝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전설을 떠올리기 마침맞았다. 에델바이스에 홀려(?) 점점 더 벼랑 끄트머리로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중에 당신의 위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옮기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차 세계대전 당시 돌로미티 대부분을 이탈리아에 빼앗긴 오스트리아의 국화가 에델바이스였다. 스위스의 국화도 에델바이스였다. 


오스트리아의 국화가 에델바이스라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당신의 나라의 정서와 문화는 물론 그들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꽃이 국화로 지정되고 보호되며 아끼는 것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일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에 아무런 생각 없이 흥얼거리던 오스트리아의 국화 에델바이스 혹은 영화에 등장한 노래를 이탈리아어로 천천히 음미하며 번역해 봤다.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본 에델바이스 노래


아래 두 장의 자료사진은 가르데나 고갯길 정상에 위치한 로지에서 만난 에델바이스의 실물이다. 우리가 만난 에델바이스는 천천히 공개할 예정이다. 먼저 현지에서 만난 에델바이스와 노래를 만나보시기 바란다.



Edelweiss

-Julie Andrews



Stella alpina, stella alpina                                          알삐나의 별, 에델바이스
Edelweiss, edelweiss
Ogni mattina mi saluti                                                 매일 아침 내게 인사를 해요
Every morning you greet me

Piccolo e bianco                                                             작고 하얀 꽃 에델바이스
Small and white
Pulito e luminoso                                                           맑고 밝은 꽃 에델바이스
Clean and bright
Sembri felice di incontrarmi                                      나를 만나니 행복해 보여요
You look happy to meet me

Fiore di neve                                                                   새하얀 눈송이 에델바이스
Blossom of snow
Possa tu fiorire e crescere                                           네가 잘 자라기를 바라
May you bloom and grow
Fiorisci e cresci per sempre                                        항상 꽃 피우고 영원하기를
Bloom and grow forever

Stella alpina, stella alpina                                           알삐나의 별, 에델바이스                        Edelweiss, edelweiss
Benedici per sempre la mia terra natale                  내 나라를 늘 축복해 주길 바라
Bless my home-land forever

Piccolo e bianco                                                              작고 하얀 꽃 에델바이스
Small and white
Pulito e luminoso                                                            맑고 밝은 꽃 에델바이스
Clean and bright
Sembri felice di incontrarmi                                        나를 만나니 행복해 보여요
You look happy to meet me

Fiore di neve                                                                     새하얀 눈송이 에델바이스
Blossom of snow
Possa tu fiorire e crescere                                             네가 잘 자라기를 바라
May you bloom and grow
Fiorisci e cresci per sempre                                           항상 꽃 피우고 영원하기를
Bloom and grow forever

Stella alpina, stella alpina                                              알삐나의 별, 에델바이스
Edelweiss, edelweiss
Benedici per sempre la mia terra natale                     내 나라를 늘 축복해 주길 바라
Bless my home-land forever

_Compositori: Robin Spielberg / Richard Rodgers / Oscar Ii Hammerstein



의역이 포함된 번역 본은 돌로미티에서 느낀 느낌을 담아봤다. 영어 발음에 익숙한 알프스 대신 알삐나(stella alpina)를 사용하는 즉시 현지의 느낌이 묻어났다.(나의 느낌) 그리고 '내 나라를 축복해 주길 바라(Benedici per sempre la mia terra natale )'라는 노랫말 속에서 사람들을 한데 묶는 국화가 무엇인지 가슴에 다가왔다. 그런 한편 평생을 불러오거나 들어온 우리나라의 애국가 가사에 대한 해묵은 불만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우리 정서와 거리가 먼 애국가 가사


나는 애국가를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형과 누나들로부터 배우며 자랐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다수가 그랬을 것 같다. 그리고 외국생활 가운데 애국가를 들으면 왠지 모를 감동에 젖곤 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나의 불만은 주로 후렴부에 있었다. 



1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2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4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나의 불만은 후렴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었다. 대한민국의 나라꽃 무궁화.. 여러분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에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꽃이 무궁화라고 하면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애국가의 가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가 후렴부에 등장하는 무궁화를 생각하면 이질감이 생기는 것이다. 돌로미티에서 만난 에델바이스가 오스트리아의 국화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와 친근한 꽃이.. 우리 민족과 친근한 꽃이.. 우리 선조님들과 친근했던 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나 마나 진달래꽃이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군사독재 시절에 끼적거렸다면, 당장 기무사나 안기부 색히들로부터 빨간색 딱지를 받았을지 모르겠다. 사상이 어떻고 종북좌빨 등등의 색깔을 덧입혀 간첩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잘 생각해 보시라. 에델바이스처럼 당신의 나라에 지천에 널린 꽃이 국화가 아닐까.. 봄이 오시면 전 국토 산하를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로부터 자유로운 정서를 가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억지춘향처럼 꽤 맞춘 애국가의 후렴부는 작사 불명처럼 우리의 정체성을 심히 훼손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 볼 일이다. 



에델바이스가 남긴 일화


에델바이스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전혀 뜻밖의 일화가 나타났다. 관련 브런치에 1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돌로미티의 수난사를 잠시 언급했지만,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란 걸 알지 못했다. 영화 속 에델바이스 노래가 오스트리아 민요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1939년 헤름스 닐(Herms Niel)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병사를 위해 작곡(Es War Ein Edelweiss) 한 것이란다. 또 당시 독일군 고산 부대 모자 휘장이 에델바이스란다.



위 관련 영상을 찾아 노래를 들어보니 행진곡 풍의 군가 때문에 에델바이스의 환상이 싹 가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독일 연방군에서 부르고 있다니, 나치의 정서가 하루아침에 씻겨내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우리 애국가 속에 등장하는 무궁화가 작사. 작곡자의 오명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정서 속에 깊이 빠져드는 꽃 한 송이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인가 통일이 되면 그때 진달래가 국화로 등장할까..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15 Septten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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