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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3. 2020

바다로

-바를레타의 해변의 아침 풍경

무엇이 그토록 당신을 유혹하는가..?!!



서기 2020년 9월 13일 일요일 아침,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해변의 아침 풍경은 진공상태를 방불케 한다. 하니와 함께 아침 산책에서 만난 아드리아해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잠잠하다. 늘 수평선 위로 보이던 가르가노 국립공원의 거무스름한 실루엣 조차 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산책로에서 만난 해변은 조용하다 못해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지난여름, 사람들이 들끓어야 마땅했을 바닷가는 비루스 때문에 산중의 절간을 닮았다. 



태양이 이글 거리는 8월의 바닷가는 사람들로 넘쳐났건만 언제 적 찍어둔 발자국 인지 사람들이 남긴 흔적만 아침 햇살에 옹기종기 모인 듯하다. 약속이나 한 듯 사람들은 이곳에서 훌러덩 걷어붙였다. 그래야 속이 시원하던지 가슴이 뻥 뚫린 듯했을 텐데.. 누군가 당신의 속사정을 알아 박박 긁어주었으면 싶었을까. 오전 6시 30분경부터 오전 9시 30분경까지 대략 3시간 안 왕복 10킬로 미터를 걷는 동안 힐끗힐끗 바라본 바를레타 해변의 아침 풍경은 불만 가득한 표정들.. 누군가 이들을 유혹한 것인지 아니면 등을 떠밀렸던 지.. 삼삼오오 바다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렇게..!



바다로




일요일 아침 맨 먼저 문을 연 사람은 이방인이다. 몇 안 되는 외국인 거주자 중 한 사람이 리어카에 물놀이 기구를 싣고 이동 중이다. 사람들은 곧 알록달록한 풍경으로 아드리아해 곁에 수를 놓을 것이다.



반환점이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바닷가 풍경은 조금은 다르다. 모래밭과 작은 바위들이 마침맞게 어우러진 곳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와 가까운 곳. 철 지난 바닷가는 봄에 기억해 둔 풍경 다수가 사라졌다. 



바를레타 시민들이 하나둘씩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들의 손에는 걸터앉을 의자와 파라솔과 작은 테이블과 함께 어떤 사람들은 아이스박스까지 챙겨 온다. 그 속에는 꽁꽁 언 맥주와 음료수와 함께 빼곡하다. 그것들은 갈증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씻어줄 세제 같은 것들이다.



파라솔 곁에는 한 철 특수를 위해 해변을 임대한 사업자들의 지경이 바다 곁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금년에 쫄딱 망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누구를 탓하랴.. 그 넘의 비루스들..!!



진한 커피 한 잔과 꼬르네또(Cornetto)로 아침을 때운 부부가 바다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금 나서면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거의 하루 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때우겠지.. 속이 하얗게 바랠 때까지..



조금 더 일찍 바닷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파라솔 아래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산책로에는 아침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시끌벅적 하지만 이곳은 아드리아해의 침묵이 조잘거리는 말소리 조차 다 삼킨 듯하다.



다시 중년의 두 사람이 짐을 챙겨 바다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짐이 꽤 많아 보인다.



"여보 빨리 와.. 뭐 하느라 이렇게 늦어요..?!!"

(흐흐.. 속도 모르는 사람. 평생을 저러고 살았지..ㅜ)



사람들이 바닷가로 떠나는 동안 갈매기들은 잠시 아침볕에 몸을 데운다. 이들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Jonathan Livingston Seagull_Il gabbiano Jonathan Livingston) 보다 똑똑한 친구들이자 갈매기 나라의 적폐 세력들일까.. 절대로 높이 날지 않는 갈매기들..ㅋ



어떤 친구들은 갈대밭에 몸을 숨기기도 했다. 그리고 빈집(?)을 두고 바닷가로 산책에 나선 연인들..





브런치에 글을 끼적거리는 요즘, 이웃들로부터 자주 듣는 애환 중에 하루속히 잊어야 하는 물건 하나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만난 풍경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요"라며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를레타의 아침 풍경에 출연(?)한 시민들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다가 좋아서 바다를 찾은 사람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방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탈출구가 필요할 게 아닌가. 오늘 아침 바를레타 해변의 풍경이 그럴 것 같다. 지독한 유혹이 함께 동행하는 아침 풍경이었다.


Settembre, scenario mattutino sulla spiaggia di Barletta
il 13 Sep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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