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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6. 2020

브루스께따, 신의 한 수란 이런 것

-현지인이 만든 이탈리아 전통 빠니니 

신의 한 수는 언제쯤 필요한 것일까..?!!



   서기 2020년 9월 16일 오전 9시.. 돌로미티 여행을 다녀온 이후 하니의 그림 수업이 시작됐다. 4단계 평면 소묘 수업이 끝난 이후 한 차원이 높은 석고 소묘 수업으로 들어갔다. 석고소묘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장차 하니가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초과정에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이 과정은 누구나 통과하는 과정이겠지만 하니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가 그려낸 최종 작품은 남달랐다. 따라서 하니는 그의 화풍을 쫓아 바를레타까지 오게 된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최근 루이지가 그린 작품으로 문하생이자 동네 친구인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다. 붓의 터치는 간결한데 표현은 매우 디테일한 게 눈길을 끈 것이다. 이 같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소묘 과정이 완벽에 가까워야 가능했다. 그가 피렌체 예술학교에서 배운 그림 수업 대부분이 소묘 스케치에 중점을 둔 것이다. 



루이지의 수업에 따르면 위대한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도 이 과정을 거쳤다"라고 할 만큼 중요한 과정이었다. 따라서 하니의 그림 수업 도중 끊임없이 지적받는 게 틀린 부분을 수정받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당신의 수업이 조금씩 나아지게 되는 것이랄까.. 하니는 그때마다 '신의 한 수'라고 선생님을 추켜 세우며 엄지를 척 들곤 했다. 


이 과정은 쉽지 않고 부단한 연습이 필요했다. 어떤 소묘 작품은 2개월 혹은 6개월 동안 그리기도 했다는 루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소묘의 기초 과정이 장차 당신이 그리고 싶은 작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 세상의 일은 밑도 끝도 없나 보다.. 



현지인이 만든 브루스께따(Bruschetta) 리체타


그런데.. 정작 이런 과정에서 빠져서는 안 될 게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루이지는 하니와 나를 위해 따끈한 커피를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수업 도중에 다시 차를 준비해 놓거나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게 된다. 잠시 쉬었다 가는 시간이며 이때 수업 중에 얻게 된 문제점을 의논하거나 잡담으로 긴장을 풀게 된다. 그리고 어떤 때는 간식을 준비하는데 루이지가 선호하는 간식은 만들기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브루스께따를 만들곤 한다.


익히 잘 아시는 바 브루스께따는 토스카나 주의 방언 브루스까레(bruscare)에서 유래된 것으로 '태우다'라는 뜻이다. 브루스께따용 빵(Panini Bruschette)에 뽀모도로, 치뽈라, 바실리코, 모짜렐라 등을 얹어 먹는다. 이곳 뿔리아 주(바를레타)에서 브루스께따는 전통 음식으로 자랑하고 있는 것. 루이지가 자신 있게 맛있게 빠르게 만드는 리체타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루이지는 그와 우리를 위해 브루스께따를 준비했는데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브루스께따 빠니니(바게뜨빵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그릴용 프라이팬에 바싹하게 잘 구웠다. 팬 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빵을 태울 것 같은 느낌이 브루스께따 굽는 법.. 그리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고루 잘 뿌려주고 잘라둔 뽀모도로를 알맞게 올려준다. 뽀모도로는 칠리에지아(ciliegia)를 사용했다. 그다음 오리가노와 후추를 적당량 흩뿌린다. 그리고 소금을 적당량 흩뿌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끝!



이렇게 만들어진 브루스께따를 카메라에 담아보니 이런 비주얼.. 모짜렐라와 치뽈라 등이 빠지긴 했지만 주방에 몇 가지 양념만 있으면 훌륭한 안티 빠스토 브루스께따 디 뽀모도리니(bruschetta di pomodorini)가 완성 돠는 것이다.



뽀모도리니는 잘게 잘라 그릇에 담고 뻬뻬(Pepe), 올리오 엑 뜨라 베르지네 돌리바(Olio Extra Vergine D'Oliva)만 간을 했다. 필요에 따라 오리가노(Origano comune)를 첨가해도 무방하다. 



이탈리아 뿔리아 주에서 생산된 싱싱한 올리브유 향기와 바싹바싹하게 잘 구운 빠니니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너무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리체타.. 그 과정을 다시 한번 더 간추려 보니 침이 꼴까닥..!! ㅜ 그런데.. 곁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브루스께따, 신의 한 수란 이런 것 


만약.. 루이지가 그림 수업 과정에서 하니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곧이어 신의 한 수가 필요했던 것처럼 요리사 앞의 화가가 빠뜨린 게 없었을까.. 루이지가 대략 10분 만에 완성한 브루스께따를 위해 잠시 주방 밖 테라스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띠모, 바실리코, 멘따와 뻬뻬론치니가 자라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 언제인가 루이지의 아버지 프랑코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에 그가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테라스에 자라고 있는 작고 매운 고추 뻬뻬론치니 삐깐떼(Peperoncini Piccante) 두 개를 따 왔다. 그리고 잘게 썰어 루이지가 보는 앞에서 브루스께따가 위에 몇 조각씩 올렸다. 그 순간 루이지의 눈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시식을 하는 순간부터 감쪽같이 사라진 브루스께따.. 우리 입맛에 맞는 브루스께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한 번 따라 해 보시면 신의 한 수를 단박에 느끼실 것. 끝!! ^^


Una bruschetta fatta da gente del posto
il 16 Sep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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