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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8. 2020

실제상황, 불속으로 달린 자동차

#2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자동차가 불속으로 달리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이탈리아의 고속도로에서 생긴 아찔하고 긴박했던 순간..


먼저 위 자료사진 한 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시진은 멈추어선 자동차 안 운전석에서 찍은 것으로 2장이 전부이다. 평소 같았으면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했을 테지만, 긴박한 순간이어서 단지 2장의 사진과 짧은 영상을 남겼을 뿐이다. 기억 속에는 여러 장의 사진과 꽤 긴 분량의 영상이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기록을 살펴보니 사진 2장과 짧은 영상이 전부였다. 아찔하고 긴박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서기 2020년 9월 24일 오후 2시(추정)가 조금 넘었을 때 일이다.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자료사진)에서 돌로미티로 고속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지난여름에 이어 두 번째 돌로미티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돌로미티 여행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언급한 바 이날 오후 2시경이었는데 우리가 탄 자동차가 바를레타-떼르몰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위에서 일어났다. 바를레타-포지아-떼르 몰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바캉스 시즌이었던 지난여름과 확연히 달라진 고속도로의 상황.. 하니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가속페달을 밟는데 저만치 고속도로 앞에서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하니가 궁금해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고속도로에 무슨 사고가 났나 보다"며 맞장구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재 위치에서부터 연기가 솟구치는 지점까지 거리는 멀어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불과 얼마 후 우리는 연기가 솟구치는 현장에 도달하면서 벌어진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상황을 살펴보니 고속도로 곁에서 누군가 불을 질러 밭두렁을 태우고 있었는데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불길을 고속도로로 번지게 한 것이다. 고속도로 곁에는 조경수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는데 불은 바람과 함께 조경수에 옮아 붙어 거센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문을 조금 열어둔 상태에서 매캐한 연기 냄새가 진동을 했다. 즉시 문을 닫았지만 자동차 안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다. 


불길은 자동차 바로 앞까지 진출했다. 앞서가던 우리 자동차 뒤로 자동차가 길게 멈추어 섰다. 하니는 비명처럼 "어쩌나"를 연발했다. 나는 침착을 유지한 채 이 상황을 묘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자동차 외부의 온도는 순식간에 섭씨 43도씨를 가리켰다. 후끈했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운전석 창문을 빼꼼히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사이에 자라나고 있었던 풀과 잡목이 불에 타고 있었다.(자료사진 참조)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차 속으로 들어와 문을 다시 닫았다. 고속도로 위에서 더 오래 머물 일이 아니었다. 자칫 화재의 위험에 노출될 게 뻔해 보였다. 이때 내 머릿속을 스친 것은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였다.




자동차가 불속으로 달리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거센 불길이 고속도로위를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차에서 내려 불길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던지.. 그것도 아니면 불길 속으로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던 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상황이 점점 더 가깝게 다가왔다. 불길은 자동차가 멈추어선 도로 앞으로 대략 30미터는 길게 이어지고 있었으며 바람은 자동차 앞쪽으로 불어대고 있었다. 불길이 고속도로를 뒤덮고 있는 상황.. 


그때였다. 우리 자동차 뒤에 정차해 있던 자동차 두 대가 쏜살같이 불길 속을 돌파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잠시 정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가 불속으로 달리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하는 것이다. 가끔씩 태풍이 폭우를 몰고 왔을 때 물난리를 겪은 모습을 봐왔다. 자동차가 물에 잠겨 꼼짝도 못 하는 상황. 자동차 메커니즘상 배터리가 물에 잠기면 엔진이 멈추게 된다. 


그러나.. 그건 물난리 때 상황. 이건 불난리(?) 상황이어서 짧은 순간 "자동차에 불이 옮겨 붙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케도 판단력이 뛰어나거나 성질 급한 운전자 두 사람이 나의 결단력에 부채질했다. 그 순간,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불속으로 자동차를 내몬 것이다. 저만치 앞선 차량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불은 옮겨 붙지 않았다. 


돌로미티를 수놓은 9월에 내린 첫눈.. 신부가 꽃단장을 한 모습과 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잠시 백미러를 통해 뒤의 상황을 살펴보니 뒤따라 나선 차량이 한 대도 보이지 않었다. 아마도 그들은 고속도로 위의 불길이 잦아들 때까지 도로 위에서 기다리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긴박하고 아찔한 순간은 지나갔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우리 자동차는 디젤엔진(구동방식)이어서 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과 차이를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참고로 링크를 열어 두 엔진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만약 발화점이 낮은 휘발유 차량이었다면 판단을 유보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라도 엔진룸이나 연료탱크 주변에 남아돌던 기름에 인화물질이 튄다면 자동차는 고스란히 불에 탄 채 주저앉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평생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처음 겪는 이 같이 아찔한 상황에 영적 체험이 등장한 것은 돌로미티에서 짓궂은 날씨를 경험한 후의 일이었다. 


돌로미티가 첫눈을 예비하고 있었던 것이며 신부가 화장을 고치는 사이 누군가 빼꼼히 들여다보는 발칙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하늘의 긴급한 조치'랄까.. 그럴 일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될 일이지만, 만약 브런치에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계시다면 불난리 상황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미리 해 놓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세상은 가끔씩 좋은 일 앞에서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영상, 불속으로 달린 자동차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28 Sep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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