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_황홀경에 빠뜨린 돌로미티 2박 4일
우리는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을까..?!!
서기 2020년 9월 24일 오전 11시 50분경,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 천하절경이 펼쳐진 돌로미티로 떠날 준비를 끝마치고 장도에 올랐다. 지난 8월 8일부터 28일까지 19박 20일 동안 돌로미티에서 지내는 동안 하니와 나는 돌로미티에 푹 빠져 살고 있었다. 눈을 뜨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하루라도 아니 단 한시라도 '돌로미티'를 말하지 않는 때가 없었다고나 할까. 돌로미티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도 어리지 않는데.. 세상 겪을 거 다 겪어봤지만, 생전 처음 겪고 처음 보고 느낀 세상 때문에 소풍 전날 잠 못 이루는 아이들처럼 설렘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철딱서니 없는' 운운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봐도 그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병적(?) 현상을 만들어낸 배경을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철딱서니 없는 사람' 축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잠시 날이 갠 봘레 디 까도레(Valle di Cadire)의 아침 풍경. 촬영일시: 2020년 9월 25일 오전 8시 52분경
속담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그 배경이 무엇인지 마침내 이해하는 과정이 돌로미티에서부터 발현된다고나 할까.. 돌로미티의 절경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 누구든 하니와 우리가 겪은 '철없는 아이들'처럼 되고 말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몹쓸 병(?)을 다스리기 위한 약방문(藥方文)을 들고 돌로미티로 다시 떠나게 된 것이다.
빠쏘 치비아나(Passo Cibiana) 마을의 비 그친 아침 풍경. 촬영일시: 2020년 9월 25일 오전 08시 12분경
약방문에 끼적거린 내용은 두 가지.. 어떻게 하면 죽을 때까지 돌로미티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궁리 끝에 현지에서 집을 구해 살아가는 방법 하나.. 그리고 캠핑카를 구입해 돌로미티 혹은 알삐 등을 주유하다 하늘나라로 돌아가시는 일이었다. 산골짜기의 집과 캠핑카.. 두 가지 중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현지의 부동산 정보를 알아보는 것과 우리가 점찍어둔 작은 오두막집을 구할 수 있을까 싶은 것.
잠시 구름이 걷힌 빠쏘 치비아나(Passo Cibiana) 한 마을. 촬영일시: 2020년 9월 25일 오전 9시 46분경
그 시작이 9월 24일 정오경이었던 것이었으며, 관련 내용을 나의 브런치 연재 글 인간의 길과 신(神)의 나라에 일면 끼적거렸다. 그리고 곧바로 장도에 올랐는데 절친 이웃들께서 하니와 나를 위해 따뜻한 마음과 진솔한 마음을 담은 기도를 해주셨다. 살아가노라면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은 하늘이 인도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시는 분들이다. 천지신명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에 여러분들이 우리의 일을 당신의 일처럼 여겨주신 것이다. 참 고마운 분들..
봘레 디 까도레(Valle di Cadire)의 9월 25일 오후 풍경. 촬영일시: 2020년 9월 25일 오후 6시 18분경
우리는 돌로미티로 떠난 직후 불순한 일기 때문에 이틀 동안 차콕(아시죠? ^^)을 했고 나흘 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2박 4일 동안의 짧은 시간.. 그러나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돌이켜 보면 최소한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듯하고, 우가 모르거나 몰랐던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드는 것. 그 시작은 생전 듣보잡의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속도로에 들불이 번져 매우 위험한 일을 겪었으며, 자동차 기름이 바닥이 나 아슬아슬하게 주유소에 도착하기도 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날파리 떼를 만났다. 이런 경험 때문에 하늘이 우리의 길을 막아 돌아서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의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자연에서 일어난 현상을 두고 영적 체험으로 비약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첫눈 내린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의 설경. 촬영일시: 2020년 9월 26일 오후 4시 51분경
그럴 만도 했다. 왜 하필이면 이런 일이 우리 앞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또 한밤중에 돌로미티에 접근하는 순간부터 하늘은 폭우를 쏟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는 비에 흠뻑 젖었으며 우리는 머리 뉠 곳을 쉽게 찾지 못하고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콕으로 밤을 지새웠다. 밤새 비가 퍼붓거나 낙숫물처럼 자동차 천장을 두드렸다.
돌로미티의 9월에 내린 첫눈이 몬떼 끄리스딸로(Monte Cristallo)를 신비롭게 만들었다. 촬영일시" 2020년 9월 26일 12시 31분경. 뜨레치메 가는 언덕길에서 만난 풍경이다.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고 우리는 지난여름에 지냈던 빠쏘 치비아나(Passo Cibiana) 골짜기를 찾아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 속으로 구름들이 오르락내리락거렸고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였으며, 동이 트자 흑백의 실루엣이 돌로미티를 감싸고 있었다. 이날 잠시 날이 개이자 우리가 봐 두었던 오두막 집은 물론 장차 우리가 머리를 뉠 곳을 찾아 봘레 디 까도레(Valle di Cadore)를 찾아갔다.
돌로미티의 명소 뜨레치메(Tre Cime) 가는 길에 만난 라고 안또르노(Lago Antorno)에 첫눈이 내려 선경을 만들었다. 잠시 무아지경에 빠진 곳이다. 촬영일시: 2020년 9월 26일 오후 1시 47분경
이날 다시 하늘은 찌푸렸고 우리는 오래된 철길 다리 아래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개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튼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틀 동안 돌로미티를 흠뻑 적시던 가을비가 잦아들면서 먼산.. 우리를 굽어보고 있는 거대한 바위산이 꽃단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를 퍼붓거나 우중충 하게 만들던 날씨는 돌로미티가 화장을 고치고 있었던 시간이랄까.. 9월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너무 기뻤다!!
"신랑 신부 같아.. 어쩜 저토록 이쁘고 잘 생겼지..?!!"
눈과 살얼음으로 덮인 돌로미티의 명소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에 사는 초목들이 엄동설한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촬영일시: 2020년 9월 26일 오후 4시 20분경
하니는 기뻐하며 그 모습을 신랑 신부의 모습과 비교했다. 늘 평상복 차림의 돌로미티가 예복으로 갈아입고 하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말한 것이다. 마침맞은 비유였다. 돌로미티가 성대한 잔치를 베푸는 예식장에 하객으로 우리를 초대한 것. 우리는 내심 돌로미티의 가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학수고대했지만, 돌로미티는 놀라운 일을 따로 계획하고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8월에 다녀온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에 첫눈이 내렸다. 하니가 저만치 앞장서 그 길을 찾아 나섰다. 9월에 내린 첫눈으로 돌로미티의 가을이 눈 속에 묻혔다. 촬영일시: 2020년 9월 26일 오후 3시 53분경
깜짝쇼.. 어쩌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황홀한 첫 경험을 돌로미티에서 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야영을 포기하고 즉시 바를레타로 되돌아온 것. 이틀 동안 꿈같았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그 이야기 전부를 아름다운 첫눈 풍경과 영상으로 이웃분들께 전해 드리도록 한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28 Sep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