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생애 최고의 단풍 속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풍경..!!
사랑을 강요해서 될 일인가 마는.. 내설악 마등령 능선에서 바라본 가을의 설악산은 지구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단풍이 얼마나 곱고 화려한지 누이가 화장대 앞에서 꽃단장을 하고 막 돌아선 모습 같다. 분가루 대신 뽀오얀 구름 안개를 두른 설악산. 하니와 함께 만난 생애 최고의 단풍이었다. 혹시나 다칠까 사진첩에 꽁꽁 싸매고 다니던 사진첩을 추석 명절에 다시 열어보며, 우리 산 설악산과 고국의 단상을 되새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IDOL' Special Stage로 포스트를 연다. 함성이 절로 터진다.
추석 명절에 열어본 우리 산 설악산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날.. 조상님께 올린 차례상을 미루고 나면 갑자기 바빠질 것이다. 그랬었다. 추석 전에 만들어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음복주까지 두루 한 모금씩 마시고 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 그리고 화제는 가족의 안부로부터 나라의 시사문제 등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며, 추석 명절의 분위기를 왁자지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잠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동질감을 느끼게 될 것. 오죽하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을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분위기가 약간은 썰렁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형제들이 결혼을 하면서부터 새 식구(?)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잘 사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고생을 면치 못하는 형제자매들이 있기 마련이다. 갈등의 원인은 여기서부터 시작되곤 했다. 옷차림도 다르고 자동차도 다르고 사회적 신분도 다를 뿐만 아니라 자신감부터 달라 보인다.
괜히 풀이 죽은 형제와 우쭐해진 형제의 모습은 일부러 편을 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느껴진다. 형수 계수 매형 매제 등으로 불리는 한 집안 식구들이 알게 모르게 갈등을 겪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어른들이 살아계실 때는 물밑에 가라앉아 있다가, 세월이 흘러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잠수함처럼 수면 위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시집과 처갓일 등으로 나뉘며 갈등을 겪는 것이다.
이런 일은 나랏일도 다르지 않다. 해방 이후 대략 70년 동안 기득권 세력이란 꼬리표를 단 적폐 세력들은 여전히 홍익인간의 사상과 먼 섬나라 아집에 찌들어 있다. 이른바 토착 왜구들의 반란이 여전한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커녕 바이러스처럼 살아온 세월을 되찾고자, 나라를 어지럽히는데 목숨을 걸고 있는 참으로 안타깝고 꼴사나운 풍경들. 이런 가운데 우리 선조님들이 힘들게 힘들게 맞이한 게 추석 명절이며 설날이었던 것이다.
어떤 형제자매들 중에 그런 기득권 세력에 편입된 한 사람만 있어도 동구밖에 현수막을 내 걸던 시절도 있었다. 현수막에는 "00 마을에 사는 개똥이 사법고시에 합격!"이라고 써 붙인 것. 그게 언제 적 일인데 부모님 세대는 입버릇처럼 "공부해라. 공부해라"라고 했을까. 서기 2020년 10월 초하룻날 유튜브를 열어보니 열심히 공부한 적폐 세력들의 발광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라에 여전히 황칠을 일삼고 있는 꼴불견들이랄까.
다행인지 자주 열어보는 유튜브 속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적잖게 위안을 준다. 이틀 전 그들은 다시 빌보드 차트(Billboard Hot 100) 1위를 재탈환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했다고 해도 드러내 놓고 칭찬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장할 뿐이다. 자랑스럽다!
몇 안 되는 적폐들이 꼴불견을 떨며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청춘들이 국격을 최고로 끌어올리며 나라의 흠집을 제거하거나 중화시키는 큰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빛내는 일은 더 중요하여 하니와 나는 "BTS를 군면제시켜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기도 했다.
최근의 일이었다. 우리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돌로미티 여행을 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돌로미티의 장엄하고 빼어난 산군(山群) 때문에 감동한 바 크지만, 그 보다 돌로미티를 잘 가꾸어 놓은 모습을 보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그때 우리는 "대한민국 정말 분발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자칫 제 잘난 맛에 빠져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디를 가나 큰소리 뻥뻥(?) 치며 '한국인'임을 주저하지 않고 과시하지만, 속으로는 우리 형편을 차분히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게 되거나 핏대를 세우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다반사라 할지라도 목소리가 담 넘어가면 안 될 일. 누워서 침 뱉는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다. 문제의 원인을 잘 살펴 가장 합당한 처방이 내려질 때까지 침묵하거니 지혜를 짜 내야 옳을 것. 우리가 태생적으로 타고난 조국과 부모님 혹은 선조님들에 대한 예의는 그래서 더 소중한 법 아닐까.
나랏일에 끼어든 적폐 세력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후손들이 잘하면 선조님들의 악행 조차 선행으로 말미암아 덮어질 게 아닌가. 이탈리아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특히 돌로미티 여행을 통해서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한 때 누워서 침 뱉던 일 때문에 생긴 것이다.
추석날 아침, 사진첩을 열어 우리 산 설악산속으로 마음을 내려놓은 것도 이유가 있다. 이역만리 먼 나라에서 살아갈지라도 기댈 언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로미티가 제 아무리 잘난 들 내 조국 설악산만 하겠는가..
명절날 풀이 죽어 어깨에 힘이 빠진다면 아니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그때 당신을 낳아준 조국의 수려하고 화려한 산 설악산을 떠올리시면 어떠실지.. 자신감이 불끈 솟을 것이다.
하니와 나는 어느 추석 명절날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설악산 공룡능선을 종주했다. 그리고 어둠이 깔린 천불동 계곡을 내려오게 됐다. 생애 최고의 단풍은 그때 만나게 된 것이다. 부모님 혹은 선조님의 역할이 그러했을까.. 설악산은 무려 16시간 동안 우리를 보듬어 주었다.
세상에 잘난 부모 못난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금수저는 무엇이며 또 흙수저는 무엇인가..
자식 없는 부모는 있어도 부모 없는 자식은 없다고 한다. 부모님을 잘 섬겨야 복을 받는 것처럼(믿어도 좋다) 미우나 고우나 나라와 민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후예가 되었으면 싶다. 우리는 금실로 수놓은 금수강산에 살고 있고 돌로미티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설악산을 가지고 있다. 추석 명절 아침에 열어본 사진첩도 돌로미티가 일러준 귀한 보물이었다.
단풍이 노랗고 빨갛게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든 이곳은 설악산 마등령 고개에서 공룡능선을 바라본 풍경이다. 저만치서 안개 구름이 서서히 몰려들며 곧 선경을 연출했다. 생애 처음으로 만난 최고의 단풍이 눈 앞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단풍들 중에 이만한 단풍을 본적있었던가..
세상의 그 어떤 작품들도 조물주가 우리 앞에 연출한 단풍은 흉내 조차 내지못할 것. 이날 하니와 나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휴식을 즐기게 됐다. 이런 걸 신선이 노니는 천상유희(天上遊戲)라 하나..
우리 생에 이런 날도 있었다. 사랑을 강요해서 될 일인가 마는..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우리 산하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는 곧 단풍이 흐드러지고 구름 안개에 묻힌 공룡능선 종주에 나섰다.
il nostro monte Seoraksan si è aperto durante la festa di Chuseok
il Primo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