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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2. 2020

여행지에서 맛 본 탐구생활

#17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지난여름, 못다 한 이야기..!!


   어른들이 아는 듯 잘 모르는 게 있다. 아니 아는 척하는 게 너무 많다. 아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잘난 척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과 다른 점 중 하나이다. 사노라면 삶에 쫓겨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던 분야.. 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 혹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려면 최소한 30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단다. 인생의 절반을 한 분야에 투자해야 겨우 특정 분야의 고수가 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등을 감안하면 30세부터 60세에 이르러서야 겨우 특정 분야의 고수로 자리매김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군에서는 임관 3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연다. 이때쯤이면 어깨에 별을 달게 된다. 평생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이나 공무원 생활 등 조직생활을 한 사람들도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끈기와 열정과 사명감 등이 없다면 불가능할 일을 해내신 분들이며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에게는 전혀 원치 않았던 수식어 내지 별명 하나가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외눈박이 인생 혹은 외고집 인생이라 부르기도 한다. 특정 분야에 매달려 왔으므로 다른 쪽은 거들떠볼 여가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재직 중에 한 눈을 팔았다면 당신은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는 고사하고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나이는 80세 정도가 아닐까 싶다. 평균수명이 80세라고 가정하면 대략 남은 인생은 20년 정도가 된다. 여기서 활동 가능한 나이를 감안(80세 빼기 10년)하면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장차 활동할 나이는 10년에 불과하게 된다. 그 기간 동안.. 그동안 하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한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인가.. 



그게 가능한 일이며 그럴 필요를 느끼게 될까.. 안타깝게도 주변을 돌아보면,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시도를 해 본 사람을 보지 못했다. 어쩌다 외신에 미국의 국민 화가(일명 '모지스 할머니')가 76세에 시작해 101세까지 그린 그림으로 세계를 감동시킨 일화가 있긴 하다. 당신을 소개하는 서평 일부를 보니 이랬다.


그녀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그녀 나이 76세였다. 평생 농장을 돌보고 버터와 갑자 칩을 만들어 팔며 바지런히 살던 그녀는 소일거리 삼아 놓던 자수가 관절염 때문에 어려워지자 바늘 대신 붓을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늦었다고 말할 때면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지금’이 제일 좋은 때라고 받아치는 호쾌한 할머니였던 그녀는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

76세에 시작해 101세까지 그린 그림으로 세계를 감동시킨 삶을 사랑한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 제목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였다.  우리는 종종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하곤 한다. 모지스 할머니의 경우도 그런 경우의 수 중에 하나랄까..




영상, 산 펠리체 바닷가의 추억




여행지에서 맛 본 탐구생활


조금 전,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명소 가르가노 국립공원에 위치한 스피아지아 디 산 펠리체(Spiaggia di San Felize) 해변의 절벽 아래로 내려왔다. 그곳은 우리가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언덕 위에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모기장을 펼쳐놓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면서 피서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옥빛 바닷물이 피서객들을 유혹하는 이곳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아름다운 돌로 변한 소나무 화석(추정)이 보석처럼 알이 박힌 가르가노 국립공원 산 펠리체 바닷가


우리는 단지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을 뿐인데 막상 이곳에 도착해 보니 해안선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바를레타에서 가르가노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국도변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해 마치 우리나라의 동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만약 바닷물빛이 환상적으로 우리 발목을 붙들지 않았다면, 한국의 어느 바닷가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솔숲이 친근했다. 



하니는 모기장 속에서 피서를 하고 있었고 나는 개구쟁이처럼 바닷가 벼랑 끝을 따라 바닷가로 진출한 것이다. 여차하면 벼랑에서 바닷가로 다이빙을 할 생각이었으나 카메라 때문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바다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닷가에 도착하는 즉시 내 눈에 띈 게 소나무 화석(추정)이었다. 이때부터 탐구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보면 볼수록 호기심을 더하게 만드는 화석은 시간여행을 하게 만들며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바닷가 벼랑 위에 붙들어 놓았다. 



하니와 함께 남미 일주를 할 당시 나는 고생물학(古生物學, Paleontology) 또는 고고학(考古學, Archeology)에 관심이 있어서 볼리비아 대학에 입학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 할 때처럼 늦깎이 학생이 되어 관련 분야를 공부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그런 기회가 주어졌거나 실행에 옮겼다면 우리의 삶은 더 나아졌을까.. 



앞서 잠시 언급한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속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라고 한 말을 떠올리면 내가 좋아한 일 때문에 행복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건 매우 위험한 판단이 될 개연성이 컸다. 


혼자 몸이라면 그렇게 해도 무방했을 테지만 하니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만약 판단을 신속하게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볼리비아의 라파스 혹은 칠레의 산티아고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의 명소 가르가노 국립공원까지 진출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 




탐구생활을 통해서 본 화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화석의 생성 조건은 이랬다.


생물체가 운반되어 퇴적물 속에 파묻힌다.

파묻힌 유해가 지하수에 의해 녹아 없어진다.

유해가 녹아 없어진 빈 공간에 진흙 등의 물질이 채워진다.

채워진 물질이 굳는다.

지층이 큰 힘을 받아 솟아오른다.

지층이 깎여 화석이 지표에 나타난다.



화석의 생성 조건

생물의 개체수가 많아야 한다.

생물체에 뼈나 껍데기와 같은 단단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생물체의 유해가 썩기 전에 빨리 퇴적물에 묻혀 보존되어야 한다.

지각 변동을 안 받아야 한다.



꽤 긴 시간 동안 바닷가에서 주변에 널린 화석을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았다. 링크된 자료에 따르면 현대의 고생물학과 지질학은 중세 후기부터 유럽의 귀족이나 성직자 사회에서 취미 형태로 땅에서 나온 화석 등을 모으고 자신의 수집품을 비교 대조하면서 그 기원을 추론하는데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이런 현상이 유독 유럽 문명권에서만 일어났던 까닭은 유럽의 지질이 주로 중생대의 퇴적암 지층이고 서유럽의 대부분이 습곡을 받지 않은 지층이라 그 구조를 이해하기 쉬웠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된다고 썼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가르가노 국립공원의 지질 또한 중생대의 퇴적암 지충이란 말인가. 



중생대는 크게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뉘며, 대략 2억 522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로 약 1억 8000만 년 정도 지속되었다. 중생대는 파충류, 특히 공룡들이 지상을 지배했으며, 다양한 공룡의 출현으로 유명하다고 위키피디아가 전한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퇴적암은 중생대 쥐라기 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라 하므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공룡의 발자국을 참고하면 가르가노 국립공원에 남겨진 소나무 화석이 내게 던져준 메시지는 탐구생활 이상으로 재밌다. 유럽의 지질 형성으로 유추해낸 초딩 같은 발상..ㅋ 



아무렴 어때.. 관련 브런치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소나무(학명: Pinus Densiflora)는 구과목 소나무과의 식물이며 대한민국(일본)이 원산으로 소개되어 있다. 또한 소나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로, 전국 산야에서 흔하게 자라는 상록의 침엽 교목으로,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우리나라 애국가 가사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쓴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나는 솔숲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서 화석을 앞에 두고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간이 계수하지 못하는 세월 저편에서 솔 씨 하나가 지구별을 한 바퀴 돌아 씨앗을 퍼뜨리고, 그 씨앗들이 다시 싹을 틔우고, 자연의 활동으로 화석으로 변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니, 우리의 존재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것이랄까..



우리가 100세 시대를 계수하고 있을 때 정작 잊고 살거나 빠뜨린 게 있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 그러고 보니 30년 고수나 달인들이 더 나았을까.. 선지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살아라"는 말이 그냥 된 게 아니다. (커뮤니티를 돌아보니.. ) 사랑하고 살아도 부족한 인생들이 매일 지지고 볶고 살아가니 제 너머 사래 긴 탐구생활은 어쩌누.. 끝! 


Il Nostro Viaggio_Parco nazionale del gargano PUGLIA
il Primo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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