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가끔씩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생겨난다!!
보석을 박아둔 듯 바다 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바닷가 언덕 위.. 하니와 나는 이곳에서 잠시 피서를 즐겼다. 지난 7월 초의 일이었다. 이곳은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장소로 가르가노 국립공원(parco nazionale del Gargano)에 위치해 있다. 어쩌다 궁금해 들른 이곳은 우리만 몰랐던 명소였다. 솔숲과 아드리아해의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적당한 조화를 이루는 곳.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아드리아해는 온갖 상상을 다 불러일으킬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영상, 에로틱 파도
에로틱 파도_La Onda Erotiche
신화의 바다.. 그 바다 곁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아웅다웅 할퀴고 물어뜯고 울고 불고 애원하고 또 삶을 애무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갔다. 언덕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에는 쉼 없이 파도가 넘실댓다. 그런 한순간 인적이 드문 이곳 바닷가에서 해수욕보다 멱에 가까운 물장난을 쳤다.
처음부터 우리는 해수욕객이 아니라 여행자였다. 따라서 수영복을 챙길 리 만무했다. 반바지 차림.. 거추장스러운 바지를 훌러덩 다 벗어 바위 위에 올려두고 바닷물 속으로 첨~버덩..!
바닷물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막 데운 숭늉이 적당히 식은 듯 미지근한 바닷물.. 잠시 뭍에 걸터앉으니 파도가 오락가락 사타구니를 간지럽힌다. 기분 좋은 간지럼이다. 사람들은 이런 느낌 때문에 해수욕을 즐기는 건 아닐 텐데.. 아차, 마른 수건을 안 가져오고 카메라만 챙겼네. (흠.. 그게 걱정이냐!! ^^)
이때부터 발칙한 일이 생겼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숨겨진 장소.. 따끈하게 데워진 바위 위에 엉덩이를 걸치니 마구 찔러댓다. 부드러운 두쪽, 양쪽까지 따끔거린 느낌. 그러나 이런 느낌이 좋다. 유년기 때 동무들과 계곡에서 첨벙거리고 놀 때 느꼈던 원초적 본능이 바위 위에서 마구잡이로 꼼지락 거린다.
이때 머문 시선.. 바닷가 벼랑 곁으로 파도가 쉼 없이 몰려든다. 에로틱 파도.. 어쩌자고 바다는 꿈쩍도 않는 바위를 저리도 핥아대는지. 태초로부터 시작된 끈질긴 애무. 땅과 바다를 갈라놓은 운명의 바다가..
지난여름 바다는 내 앞에서 애무를 거듭하고 있었다. 누군가 자지러질 듯했지만 매미 소리만 지지배배.. 살다 보면 가끔씩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이 운명을 만들어내곤 한다.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거부할 수 없는 만남과 별리..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었네. 끝!
Il Nostro Viaggio_Parco nazionale del gargano PUGLIA
il 04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