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검둥개의 완전범죄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나도 알지롱..?!!
서기 2020년 10월 9일 금요일 오전 11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어느 수돗가에서 일어난 흥미롭고 발칙한 사건 현장의 작은 보고서이다. 위 자료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 흔한 풍경이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질이 좋은 수도로 연중 개방해 두는 것이다. 길가던 사람들도 수도꼭지를 눌러 입을 대고 마시는 곳. 오래된 도시 바를레타 구시가 중심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공용수도 바로 곁으로 하니가 그림 수업을 하는 화실이 있다.
사진은 화실이 위치한 2층(한국은 3층) 옥상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수도꼭지 주변은 늘 정갈하게 청소가 잘 되어 위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을 사람들이 다육이 등 꽃을 심은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하니가 그림 수업을 가면 늘 이곳을 통과하게 된다. 수업 중에 잠시 바람을 쇠러 나왔다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이웃 사람들이 페트병 등을 들고 와 수돗물을 길러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관리를 잘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가끔씩 아주 가끔씩 이곳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애완견에게 목을 축이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주인은 수도꼭지를 누르고 애완견은 사람처럼 고개를 돌려 떨어지는 물을 마시는 풍경.. 그렇지만 어떤 개 주인은 야생 본능의 개의 성품을 닮았는지, 개를 함부로 풀어놓고 볼 일을 보게 한다. 지난주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킁킁.. 수니가 다녀갔나? 아님 부니 혹은 수기가 다녀갔나.. 킁킁?!
녀석은 저만치 골목길에서부터 익숙한 걸음으로 쫄랑쫄랑 수돗가로 달려왔다. 새까만 녀석.. 검둥개는 목이 말랐나 보다고 생각했다. 어떤 때는 길냥이와 애완견이 똑똑 떨어지는 수돗물을 받아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영상, 검둥개의 발칙한 범행 현장
그런데 녀석은 누가 보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범행을 시도한다. 킁킁거리던 녀석이 몸을 부르르 떨며 주문을 외우는 듯한 표정.. 녀석은 큰 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녀석의 범행은 나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영상에 담은 검둥개의 발칙한 범행 현장은 이랬다.
검둥개가 용을 쓰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는 시민들이 길냥이를 잘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그들이 사는 곳에 참치캔을 놓아두거나 무시로 사료를 공급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그러나 길거리 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애완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응가를 치우거나 이웃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를 한다. 그런데 검둥개는 목줄도 없이 마음대로 볼 일을 보러 다니고 있는 것이다. 개 주인이 용납하고 있는 볼썽사나운 개 풍경.. 그렇지만 이걸 범죄라 할 수 있나요. 또 고발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좁쌀스러운가.. 그냥 재밌자고 끼적거렸다.ㅋ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어느 날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는 온통 개똥밭이었다. 폭우가 쏟아져야 반짝거리는 도시.. 그런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어느 날 싹 사라졌다. 세계인이 드나드는 유명 유적지에 개똥을 용납한 시민들을, 시장이 나서서 벌금을 물리는 등 로마나 민족(Roma antiqua)의 나쁜 버릇을 바로잡은 것이다. 검둥개.. 참 너는 빼 놓고, 검둥개 주인님아 잘 새겨 들으셈.. 세상 어디에도 완전범죄란 없대~요.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나도 알지롱..!! ^^
Spettatore attènto_Studio LUIGI LANOTTE
il 12 Otto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