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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14. 2020

첫 경험_La prima esperienza

#11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첫 경험은 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까..?!!



   세월 참 빠르다. 하니와 함께 돌로미티를 다녀온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보름이 훌쩍 더 지나갔다.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을 빠르게 끼적거린 것 같은데 겨우 11번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날씨도 빠르게 변하여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의 온도도 뚝 떨어지고 본격적인 겨울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돌로미티의 날씨를 열어보니 엄청난 눈이 쌓여 첫눈의 흔적은 물론, 가을의 흔적이 고스란히 눈 속으로 파묻히고 만 것이다. 우리를 가슴설 레게 했던 첫눈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열한 번째 포스트는 첫 경험을 주제로 몇 자 끼적거려 본다. 먼저 7080의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노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의 가사를 음미해 보며 포스트를 이어간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패티김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의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인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La persona che ha lasciato l'autunno

-Patti Kim


La persona che ha lasciato l'autunno

L'inverno è ancora lontano

Più in profondità ami

Le lacrime di tristezza erano un sogno profumato

Quando penso alle tue lacrime

I sogni che rimangono nella mia memoria

Quando chiudo gli occhi, divento innumerevoli stelle

Che scorre nel buio cielo notturno

Oh, voglio addormentarmi accanto a te

Come un uccello migratore con le ali piegate

Quella lettera scritta con le lacrime

Lo cancellerò di nuovo con le lacrime

La primavera è lontana nel mio cuore

Voglio essere il fiore del mio amore

Oh, voglio addormentarmi accanto a te

Come un uccello migratore con le ali piegate

Quella lettera scritta con le lacrime

Lo cancellerò di nuovo con le lacrime

La primavera è lontana nel mio cuore

Voglio essere il fiore del mio amore



1980년대 초 패티김이 부른 노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박춘석 작사 작곡)의 느낌을 이탈리아어 번역본으로 다시 음미해 봐도 아름답고 애틋하다. 7080 세대는 가을만 오시면 가을 노래는 물론 가수 이용 씨의 잊혀진 계절을 열창하곤 했다. 일설에 따르면 잊혀진 계절의 가사에 등장하는 10월의 마지막 밤 때문에 이날 하루 이용 씨는 번개처럼 바쁘게 보낸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살다보니 당신은 바쁠지 모르겠지만.. 당시를 산 사람들의 마음은 잊혀진 계절 혹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의 느낌처럼 썰렁한 걸 감추지 못한다. 세월의 무게에 눌린 것도 아닌데 신비스러운 게 없어지거나 호기심을 상실한 사람들.. 그들 가슴속에는 첫 경험의 느낌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포기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첫 자로 시작하는 낱말을 하나씩 써 보니 이랬다.



첫 자로 시작하는 낱말


첫사랑, 첫 데이트, 첫 경험, 첫 키스, 첫날밤, 첫 수업, 첫차, 첫돌, 첫눈, 첫 출항, 첫 비행, 첫 만남, 첫 사고, 첫째, 첫 화면, 첫 월급, 첫 우승, 첫 패배, 첫 장, 첫 편, 첫 화면, 첫추위, 첫인사, 첫아기, 첫울음, 첫 젖, 첫맛, 첫날, 첫마디, 첫아기, 첫손가락, 첫술, 첫인상, 첫서리, 첫출발, 첫음절, 첫 딱지, 첫말, 첫자리, 첫대목, 첫해, 첫판, 첫 옹알이,..


첫 자로 시작하는 낱말을 하나씩 떠올려 보니(여러분들도 추가해 보시기 바란다) 생각보다 꽤나 된다. 그렇다고 첫 자만 붙인다고 모두 낱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첫 자로 시작되는 낱말의 뜻을 하나씩 헤아려 보니 나의 삶 혹은 우리네 삶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것. 그 가운데는 달콤한 맛은 물론 쓰라린 맛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앞줄에 열거한 것들.. 첫사랑, 첫 데이트, 첫 경험, 첫 키스, 첫날밤, 첫 수업, 첫차, 첫돌, 첫눈.. 말만 들도 설레는 말들이다. 그중 첫 경험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인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첫 경험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불러일으키며 우리 곁에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달콤함과 함께 쓴맛을 동시에 나누어 주고 있었지.. 그 경험이 두 번 세 번 다시 여러 번 이어지면.. 숙달이 되면, 도가 트면, 달인의 경지에 이르면 우리네 삶은 보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까.. 



세상 꽤 오래 살다 보니 전혀 아니더라. 눈물로 쓰인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처럼, 그리움을 더하던지 지우거나 비우지 않으면 감동은커녕 비웃음(그거 다 말짱 꽝이야ㅜ)으로 남게 되는 법이랄까.. 첫눈에 대한 감동의 불감증을 가진 사람들의 가슴에는 굳은살이 켜켜이 삼겹살처럼 박여있어서, 그 어떤 아름다움도 빈틈을 찾을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뒷마당에서 새하얀 함박눈을 뒤집어쓴 누렁이처럼 마구 날뛰는 꼴이라니..(언제 철들래? ㅋ)

 


하니와 나는 아우론조 디 까도레로 향하던 길 옆으로 늘어선 첫눈의 풍광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돌로미티의 첫눈 삼매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이틀 전, 우리는 이탈리아의 한 고속도로 위에서 들불 화재로 인해 변을 당할 뻔했다. 그런데 우리 앞에 신세계를 예비한 조물주의 마법 깊숙이 발을 들여놓으며 첫 경험의 단맛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점입가경.. 황홀경은 계속되었다.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14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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