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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5. 2019

#2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빠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생산 현장을 둘러보니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간.. 그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2016년 4월 23일 오전 8시경 일행은 미니버스에 동승하여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Emilia-Romagna) 빠르마(Provincia di Parma) 현에 위치한 꼴로르노(Colorno)의 일 빨라쪼 두깔레 디 꼴로르노(Il Palazzo Ducale di Colorno)에서 현장학습을 떠났다. 그곳은 필자가 새로운 삶을 찾아 늦깎이로 요리 유학(ALMA la s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을 떠났던 곳이며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 디플로마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곳의 커리큘럼은 생각보다 매우 훌륭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란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것.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이 말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 하다'는 것처럼,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할 때 요리사들이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명언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작고 하신 이탈리아의 요리 아버지 괄띠에로 마르께지 선생께서는 특강을 통해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다.


"세상에 널린 게 요리 스승입니다. 그들로부터 영감을 받으십시오."





4월의 빠르마 벌판은 연둣빛과 초록이 뒤범벅된 채 마냥 푸르렀다. 조금 열린 차창 틈으로 상큼하고 담백한 벌판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다수의 일행은 잠을 설쳤는지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국의 농촌과 이탈리아의 농촌 풍경은 매우 달랐다.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낄 때는 이럴 때가 아닐까. 


어딜 가나 흠잡을 데 없이 잘 정리된 농지는 물론 들판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조각 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시에서 함부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그나마 이곳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것.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꼴로르노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자동차로 30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곳(지도 참조)이었다. 



에밀리야 로마냐 빠르마의 4월, PARMAGIANO REGGIANO 생산 현장을 찾아가는 길


우리가 찾아 나선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생산 농가는 에밀리야 로마냐 주의 9개 현 중에 빠르마와 모데나 현을 중심으로 밀집된 지역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한 포르맛지오(치즈_Formaggio)이자, 이탈리아의 수많은 자랑 중에 하나인 이 지역은 포강(Fiume po)에서 멀지 않은 곳. 이곳에서 어찌할 수 없는 습관 하나가 생겼다.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며 사는 소박한 꿈 하나.. 




염도를 잘 맞춘 지하 저장고의 소금물 속에서 숙성을 위한 기본 단계를 기다리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주지하다시피 태초로부터 영원에 이르기까지 지구별에 태어난 생명들은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고민하며 싸워야 했다. 하필이면 인간에게 허락된 욕망이란, 인간들을 저 하늘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가 어느 날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황제라한들 별 수 있었을까.


최초의 황제로 불리는 시황제(始皇帝)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살던 세상에서 그는 전지전능했다. 그런 그도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고민하며 싸워야 했던 것. 따라서 그는 이른바 불로 불사의 꿈을 꾸며 실행에 옮겼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번짓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그는 어느 날 수은중독이란 병을 얻어 지천명에 도달하자마자 유명을 달리한 것.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던가. 그 흔한 인스타그램이나 카톡이나 페북 등 SNS의 힘을 빌어 혹은 브런치를 잘 살피던지 그리고 내게 댓글 한 줄만 남겼어도 천수는 누렸을 게 아닌 감.ㅋ  기원전의 일을 시제를 동일시해 보니 재밌기도 하고 또 아이러니 해지는 것이다. 





현대의 개개인은 시황보다 더 위대하고 편리한 호사를 누리고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형편 등에 따라 어떤 정보가 유익한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손아귀 속에는 터치 한 번만으로 세상 모든 걸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에 살지만,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정보 중에 어떤 정보가 유익한지 쉽게 분별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것. 


시황은 어느 날 한 현대인 앞에서 우스갯감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선택 여하에 따라 시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한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첫 편에 따르면 이탈리아인들이 16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93.11점으로 최고 점수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82.06점으로 24위를 차지했다는 소식 눈여겨보자.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생산 현장에 도착한 이후 일행은 이곳 책임자로부터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해 상세히 설명들을 수 있었다. 본문에 등장한 자료 사진은 깐띠나(지하 저장소_Cantina)에서 염장 과정을 거친 후 숙성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생산 현장은 깨꿋하게 정리정돈되었고 저장소에서 발효 후 출고를 기다리는 것. 


Da originehttps://www.parmigiano-reggiano.it/come/parmigiano_reggiano/default.aspx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는 숙성 정도에 따라 12개월, 24개월 그리고 36개월 등으로 구분된다. 이날 우리는 세 가지 모두 시식해 봤지만 맛이 서로 달랐다. 숙성이 오래된 제품일수록 향취는 천차만별인 것. 요리 유학을 떠나기 전 강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팔마산 치즈'로 이름 붙여진 유사상품을 구매해 먹었던 기억이 자꾸만 오버랩됐다. 



이곳에선 흔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 대중화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를 생산하는 현지 농가에서는 협동조합 등을 통해 자기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에 대해 짝퉁과 진품을 구별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위 자료 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진품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는 '고수의 북'처럼 생긴 표면에 디오피(DOP_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와 생산 현지(Parmigiano reggiano)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기를 자처하는 우리의 실상은 생각보다 꽤 허술한지, 아니면 필자가 우둔했던 탓인지 외장하드 빼곡히 정리된 자료들이 36개월만에 발효(?)를 끝내고 외출에 나선다. 아니 나섰다. 친구나 포르맛지오도 그럴까. 우리나라의 묵은지에 매료된 사람들은 묵은지만 찾듯이, 몇가지 요리만 빼면 이탈리아 요리에서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가 빠진 요리를 상상 조차 할 수 없다. 시황이 못누린 호사를 현대인들은 마구잡이로 누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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