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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1. 2019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그냥 바라만 봐도 행복한 요리

세계인들은 왜 이탈리아 요리 혹은 식품에 열광할까..?


얼마 전 아내와 우피치 미술관을 다녀오면서 아내는 마치 아이들 같은 질문을 내게 던졌다. 만에 하나 "누군가 전쟁을 통해 이 귀중한 작품들을 훔쳐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다소 황당한 질문이었다. 나는 전혀 그럴 리가 없다고 대답했지만 질문에 공감을 표한 바 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은 작품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예술가들로부터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예술가들까지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눈부신 작품들이 미술관 가득한 것. 

주지하다시피 우피치 미술관은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곳 중 하나로 가장 인기 있는 명소중 하나이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미켈란젤로로부터 산드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카라바조, 조토, 렘브란트 등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빼곡히 전시장에 보관되어 있는 것. 



사정이 이러하므로 아내의 순진한 걱정도 무리가 아니었다. 수채화가 취미인 아내의 작품을 대하는 모습이 아이들처럼 순진무구해서 당신이 직접 소장하고 싶을 정도 때문이랄까. 명품을 혼자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욕망은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많이 닮은 것 같아서 우피치 미술관을 인용해 봤다. 다름 아니다. 

글을 열자마자 맨 먼저 등장하는 사진 한 장을 설명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까. 진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채 천장에 매달려있는 이 녀석의 이름은 꿀라텔로 디 지벨로(Culatello di Zibello)이다. 살루메(Salume)의 일종으로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주에서 생산되는 특산품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이다. 꿀라뗄로의 탄생 과정을 소개하면 대략 이러하다.



꿀라뗄로의 맛은 쁘로슈토처럼 짭조름하다. 돼지 허벅지를 이용하고 뼈와 껍질을 발라낸 다음 소금에 절여 돼지 방광에 싸서 숙성시켜 만드는 것. 에밀리아 로마냐 주 바싸 빠르멘쎄(Bassa parmense) 지역과 피우메 포(Fiume Po_포강) 인근의 지벨로(Zibello) 마을에서 생산되는 햄이다. 따라서 마을의 이름을 따서 꿀라텔로 디 지벨로라고 부르는 것. 이 지역(지도 참조)은 지명에서 짐작이 가듯이 포강 수위보다 낮고 연중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잦은 곳이다.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프로슈토는 건조한 지역에서 잘 만들어지지만, 반면에 꿀라텔로는 습한 조건을 갖추어야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바싸  빠 르만쎄와 지벨로 마을이 그런 천혜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곳은 해마다 11월부터 2월 사이의 기온이 낮에는 영상 4~5도, 밤에는 영하 2~3도로 유지되고 안개가 짙은 매우 특이한 환경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햄 보다 맛이  더 좋다는 것. 



또 꿀라뗄로의 유래는 독특하다. 우리말로 '돼지 도살자'로 일컫는 노르치노(Norcino)에 의해서 우연히 만들어지게 됐다. 초보 노르치노가 허벅지 뼈를 발라버리는 실수를 한 후 그대로 염장하여 숙성시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 후로 빠르마(Parma) 지역의 7개 마을이 전통 방법에 따른 숙련 노르치노에 의해 뒷다리 위쪽만을 사용해서 명품을 생산해 내는 것.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끼적거리는 동안 독자들은 맨 먼저 등장한 사진 한 장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것이지만, 본문을 정독하면 비밀(?)이 풀릴 것 같다. 꿀라텔로 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풍경은 이탈리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일지 모르지만, 진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장면과 함께 리스또란떼 한쪽 벽면을 장식한 포도주 병을 보면 짐작이 갈 것. 어느 날 홍수로 범람된 강물이 지대가 낮은 곳을 휩쓸면서 만든 진풍경인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만든 꿀라텔로 혹은 포도주들이 얼마나 귀중했으면 인테리어 소품으로까지 쓸 생각을 했을까. 우피치 미술관 가득 메운 귀중한 작품들 혹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른바 '슬로 푸드'는 혼신의 힘을 기울인 명품이나 다름없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 


현대인들이 패스트푸드에 열광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느리게 느리게 명품을 만들고 있는 것. 따라서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지난 20일 자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세계 건강지수'를 인용해 이탈리아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국민인 것으로 전했다. 이랬다. 


21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블룸버그 통신이 20일 발표한 ‘세계 건강 지수’를 인용, 이탈리아인들이 16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93.11점으로 최고 점수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82.06점으로 24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기대 수명, 고혈압부터 비만, 흡연, 영영 불균형, 깨끗한 식수 접근성에 이르기까지 건강 위협 요인을 수치화, 각국 국민의 건강 상태에 순위를 매겼다.
이탈리아에 이어 아이슬란드(91.21), 스위스(90.75) , 싱가포르(90.23), 호주(89.24), 스페인(89.19), 일본(89.15), 스웨덴(88.92), 이스라엘(88.14), 룩셈부르크(87.87)가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프랑스(85.59)는 14위, 독일(84.78)은 16위, 캐나다(84.57) 17위, 미국(73.05)은 34위에 자리했다.



(위 내용을 잘 살펴보셨는지요.) 그나마 한국은 24위를 차지했지만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미국은 34위를 차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국력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소식 아닌가. 이날 리스또란떼 주인은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일행에게 꿀라뗄로와 쁘로슈토 및 라르도 등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는데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이탈리아의 유명 오페라 작곡가 주세뻬 베르디를 기념하는 라비올리(Anolini alla Giuseppe Verdi_위 그림)까지 대접해 주었다. 베르디는 이 지역 부쎄토에서 태어났다.  


마무리해야겠다. 서두에 잠시 소개해 드린 우피치 미술관은 귀중한 미술. 조각품들로 빼곡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탈리아 전역에는 꿀라뗄로에 비견되는 훌륭한 특산품들이 가득한 보물 창고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탈리아인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은 신선한 야채와 질 좋은 올리브유는 물론 꿀라텔로 같은 발효식품을 상시 섭취하면서 얻은 결과가 아닌가. 이탈리아 전역 곳곳에 널린 진귀한 식품들은 그냥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것. 나도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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