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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7. 2019

명물시장의 단골이 된 몇가지 이유

#3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세계인들은 왜 이탈리아에 열광하는 것일까..?


나의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물들은 우리가 잘 아는 것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단박에 알아차리는 이탈리아 브랜드들. 그것들은 명품이란 이름표를 꼭 달고 다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젊은 학생들이 여전히 유학길에 오르는 직종이다. 요리면 요리, 성악이면 성악, 건축이며 디자인이며 공예품 등 이른바 '이태리제(伊太利製_중국식 표현인 음역어를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원음에 더 가깝다.)'는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파고든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오죽하면 짝퉁들이 난무할까. 명품들의 가격은 서민들이 상상 조차 하지 못할 만큼 고가에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이 일종의 신드롬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대략 5년 전부터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넌지시 알게 됐다. 그리고 생전에 잘 사용하지 않던 '부러움'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는 일이 흔하게 된 것. 따라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 혹은 세계인들과 비교해 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주의 주도 피렌체만 해도 이 지역 출신의 유명 인물들은 빼곡히 널려있다. 시인 단테 알레기에리를 필두로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구찌오 구찌, 화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간호사이자 작가였던 프로렌스 나이팅게일을 배출했다.  피렌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메디치 일가와 조각가 도나텔로와  근대의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는 물론 다섯 명의 교황을 배출하는 등.. 수많은 인물들이 이곳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를 일군 예술가들이 피렌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피렌체는 수많은 이야기보따리를 간직한 '꽃의 도시'로 각광받으며 세계인들의 눈길을 한 곳으로 향하게 만든 것. 나는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아인들이 왜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 등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됐다.





#피렌체 명물 재래시장의 단골이 된 몇 가지 이유


한 이틀 날이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하는 피렌체의 주말은 여느 때처럼 활기차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Pasqua)을 코 앞에 둔 때문인지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을 가기 위해 두오모 곁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주말의 분위기가 어떨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피렌체는 연중 관광객들로 차고 넘쳐 우리는 언제인가부터 이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다녔다.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Mercato sant'ambrogio)은 우리가 사는 시내 중심 두오모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피렌체 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물 재래시장으로 대략 150년의 전통(1873년 개장)을 지닌 곳. 우리는 주말만 되면 주로 이곳에서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을 구입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피렌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피렌체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관련 키워드를 터치하는 순간부터 피렌체의 속살은 불과 수 초 안에 당신의 손아귀 속으로 등장할 것이다. 우리는 광속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구별의 고급 정보 거의 대부분을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또 어디를 가도 자기의 위치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명천지의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인간이 누리고 있는 오감 대부분을 결과물로 드러내 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는 것과 듣는 것까지 기록은 가능하지만 후각기능은 물론 맛을 분별하거나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는 등, 보통 생물들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리작용을 복제(?)하려면 수 천년은 더 걸려야 할까. 오늘 아침 장 보러 간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의 풍경을 엿보며 다음으로 넘어가자.


FIRENZE_4월의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 풍경 IL MERCATO DI SANT'AMBROGIO DELLA PRIMAVERA


영상 속에는 활기찬 시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문에 사용된 자료사진의 출처는 물론 공간의 한계 때문에 다 옮기지 못한 재밌는 풍경들이 함께 담긴 것. 집에서 이곳 시장까지 가려면 천천히 걸어서 대략 15분 이상 정도가 소요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메디치가의 예배당이 있는 산 로렌조 성당을 지나 두오모 앞을 통과하고 다시 길게 이어진 오래된 건물 사이로 걷게 되는 것. 이때 만나는 상점들은 이방인의 발걸음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 것이다.


피렌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는 우리의 상점에 해당하는 네고찌오(Negozio)와 보떼가(Bottega)가 있는데 엄격히 따지면 용처가 다르다. 네고찌오가 일반 상점이나 매장을 일컫는다면, 보떼가는 꽤 오래된 상점이나 전통 공방 등을 일컫는 것. 예컨대 우리에게 세를 놓은 집주인은 베네치아 가면(Maschera) 등 가면을 만드는 가면 장인으로 유명한 분이다.



그는 하루 종일 자기 보떼가에 틀어박혀 작품 활동을 하는데 그 속에는 오만가지 작품들이 빼곡히 쌓여 주인을 기다리는 것. 작품의 표정은 모두 서로 다르고 그 표정들은 인간들의 희로애락이 서로 다르게 그려져 있다. 어떤 가면은 박장대소하는가 하면 어떤 가면은 슬픈 미소를 품고 있고, 또 어떤 가면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흉게를 꾸미는 듯해 보인다.


이렇듯 시장 가는 길 양 옆에는 주제가 서로 다른 작품을 다루는 공방이 드문드문 혹은 연이어 문을 열고 있어서 심심할 여가가 없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 르네상스의 도시답게 피렌체의 구시가지(Centro storico)는 현대인을 마구잡이로(?) 퍼 담아놓고 어디 한 눈을 팔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집을 나서는 순간 장 보는 시간보다 길바닥에서 어영부영 피렌체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더 많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째,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거나 간섭을 하는 가십으로부터 멀어졌다


지금 끼적거리고 있는 본문의 타이틀은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이라는 거 잊지 말자. 이탈리아에 요리 유학을 떠난 이후로 내가 느낀 이탈리아인들의 기질은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거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눈여겨 볼일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리적 환경 등을 참고해도, 우리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남의 일이 나의 일처럼 둔갑하고 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터넷 혹은 SNS를 도배하고 있는 콘텐츠(?) 다수는 뉴스를 가장하고 나선 가십(gossip)들.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거나 간섭하는 풍토가 없었다면, 이런 가십이 조회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광고산업을 부흥시키지 않았을 게 아닌가. 덕분에 일자리 하나를 더 늘렸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명을 단축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일이다. (왜 그럴까..) 새로운 싸움의 시작 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트레스가 그때부터 당신의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것. 비근한 예를 들자면..


"넌 어떻고.. 돼지발정제 같은 인간아.."





인간의 건강과 장수를 연구한 자료 '스트레스와 건강' 등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건강과 장수를 방해하는 최악의 요소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따라서 관련 자료인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의 연구 결과 '근거 중심으로 살펴본 스트레스와 질병(Stress and disease: evidence based review )'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랬다. 


한국사회에서 현재 힐링은 주요한 시대적 화두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감정적 고통을 받고 있음을 뜻한다. 2011년 국민건강조사에서 ‘평소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혹은 많이 느낀다’로 조사한 스트레스 인지율이 18세 성인 여성은 30.5%, 남성은 25.4%으로 보고되고 있다.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이보다 높아 2012년 여학생에서 45.6%, 남학생에서 32.7%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캐나다의 남성 25%, 여성 22.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국내의 자살사망률은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협력 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국가 중 1위로 2011년 인구 10만 명 당 31.7명이며, 10-30대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의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 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자살에 의한 질병 부담이 1998년 1.8%이었는데, 2020년에는 2.4% 정도로 증 가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 질병부담도 급격히 증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WHO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80만 명이 자살하며, 이중 86%가 소득 수준이 중하류인 나라가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높다는데 문제가 있다. 자살의 위험요인은 다양하나 스트레스, 특히 급성 감정적 디스트레스도 위험요인 중 하나이다. 이렇게 스트레스와 정신건강문제가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상담치료 비율은 미국이 39.2%인데 반해 한국은 15.3%에 불과하다.

정신건강관리 모델은 국가별로 다르지 만 일차의료 영역에서 활동하는 의사들도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따라서 임상의사로서 스트레스의 건강 영향과 관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의 스트레스 해소와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셋째, 신선한 채소와 과일 혹은 발효 저장식품을 만날 수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피렌체에서 지내는 동안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든 스트레스로부터 얼마간 멀어진 때문일 듯싶다. 가면을 만드는 장인처럼 공방에 틀어박혀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 보면 당신을 괴롭히는 스트레스는 저만치 멀어져 있을 것.


그래서 그럴까. 그의 표정은 가면들 보다 더 밝고 환하다. 어쩌면 공방 빼곡히 걸려있는 작품들은 당신을 괴롭히던 스트레스의 산물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작품을 통해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관람객들은 작품 감상을 통해 스트레스가 침입할 기회주지 않는 것. 이렇듯 사는 동안 피치 못하게 지니고 사는 게 스트레스라면 쓰레기통 비우듯 자주 비우는 게 바람직한 일 아닌가. 



작은 손수레를 끌고 공방을 훑어보면서 시장에 도착하는 순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시장은 참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은 물론 발효 저장식품을 맛을 보지도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되는 것. 또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의 단골이 된 이유 중에는 값을 치르지 않아도 절로 즐거워지는 활기찬 분위기가 한몫을 한다.


아울러 단골 야채가게 아주머니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슈퍼마켓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으로 단골을 대한다. 

그녀는 오후 2시경 장이 파할 때까지 거의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손님을 대하지만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서울의 모 재래시장에서 이런 장면이 목격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탈리아인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지중해와 아드리아해를 낀 지리적 위치가 한몫한 게 사실인 것 같다. 더불어 신선한 야채와 과일 및 세계적인 유제품과 올리브유 등을 꾸준히 섭취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보다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진 이들의 기질이 크게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우리 장바구니에는 시칠리아산 아란치아와 뽐뻴모 및 토스카나에서 생산된 싱싱한 딸기, 계란, 사과, 마늘 등이 수북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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