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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1. 2019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식재료 비교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파릇한 봄나물과 나의 본색

우리는 언제쯤 본색을 드러내게 될까..?


참 모호한 물음이다. 주어가 생략됐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가깝게는 남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피렌체에 살게 되면서 생긴 나쁜 버릇이다. 해방 이후 대략 70년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남과 북의 식생활은 경제력의 차이에서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우리의 핏속에는 여전히 한민족의 피가 흐른다. 본색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고려인이라 불러도 좋고 조선 놈이라 불러도 별로 나쁘지 않은 것. 나의 본색은 이렇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우연히 아르노 강(Fiume Arno) 가에서 발견한 야생 유채(Brassica napus)의 모습이다.


#인간과 식물의 재밌는 분류 방법

생물의 다양성은 제각각 지닌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은 특성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별로 다르지 않은 것. 오륜기의 다섯 개 고리가 말해주듯 지구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종(種)만 해도 대략 몇몇으로 나뉜다. 흑인 백인 황인 갈인 홍인이 그것이며, 사는 지역 등에 따라 폴리네시아인 파푸아인 등으로 구분된다. 또 요즘에는 신종(?)도 생겼다. 올빼미족 폭주족 야타족 오렌지족 등 톡톡 튀는 현대인들에게 붙여진 별명이 그것이다. 


이런 현상은 식물에게 도드라진다. 식물분류학(植物分類學_필자 참조 자료)에 따르면 알파 분류학, 베타 분류학, 감마 분류학이 있다. 알파 분류학의 경우 이름을 붙이고 그 종에 대한 설명에 기반을 둔 방법이다. 생물 종마다 독특한 외형이나 생화학적 특징에 기초해 분류한다. 베타 분류학은 계층을 만들어 구분하는 것인데 종속과목강문계의 계층으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Individuals(식물 개개인), Populations(한 곳에 사는 같은 종의 식물), Species(, 種), Genus(, 屬), Family(, 科), Order(, 目), Class(, 鋼), Phylum(, 門), Kingdom(, 系), Domain(역, 域) 등의 분류를 말한다. 감마 분류학은 같은 종(Species) 내의 생물들의 변화나 그 진화과정 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아르노 강 가에서 발견한 낮익은 야생 유채와 나의 만남

서두에 평소 관심도 별로 없거나 인기도 없는 자료를 열거해 두면 금방 식상해 버릴 것 같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돌려보면 화들짝 놀라며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닮은 듯 서로 다른 식물의 종들이 이탈리아 요리 혹은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과 관련이 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본문을 열자마자 등장하는 녀석의 이름은 유채(Brassica napus)이며,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 지난해 가을 우연히 아르노 강(Fiume Arno) 가에서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 정확히 말하면 작년 9월 29일 동피렌체 쪽의 아르노 강가를 산책하다가 눈에 익은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파릇파릇 싱싱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새순 쪽을 뜯어 살짝 씹어보니 유채 맛이 입안으로 강렬하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주변이 온통 야생 유채로 가득한 것. 녀석들은 범람한 강물을 따라 강변에 군데군데 집단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번 더 방문해 여린 순을 봉지 가득 따다가 데쳐 먹기도 하고 또 샐러드를 만들어 먹곤 했다. 피렌체에서 나의 본색은 이렇게 드러난 것. 가끔 어른들은 조선 놈은 된장과 고추장 없이 못 산다고 말씀하셨지. 한국에서 가져온 양념들이 한몫을 했다. 이탈리아에서 그다지 오래 산 것도 아닌데 내 속의 향수병 혹은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유채를 통해 발현되었다고나 할까.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식재료(봄나물) 단순 비교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부터 흔히 대하던 식재료가 마치 귀한 보물처럼 여겨지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 이탈리아의 유명 셰프 혹은 리스또란떼들은 각자가 개발한 메뉴 등을 통해 미슐랭의 별을 달기도 하고 독특한 콘셉트로 손님을 맞이한다. 따라서 이탈리아 전역의 리스또란떼에서 똑같은 요리를 찾아 맛보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예건데 스파게티나 피자만 해도 겉모습은 비슷해도 맛은 천 차 별 만차 별인 걸 어쩌나. 


아울러 똑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요리사들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통해 요리법을 개발해 선보이는 것이다. 또 미슐랭 가이드 별을 획득한 리스또란떼에서는 자기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라며 광고하고 있거나, 혹은 적지 않은 리스또란떼에서는 이른바 식도락가를 위한 보여주기 식 야생 나물 채집이 한창이다. 필자의 조국 대한민국과 요리천국 이탈리아의 식재료 비교를 위해 지면을 꽤 많이 할애한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재료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뒤질 하등의 이유가 발견되지 않거나 우수하다는 점이다. 이랬다.



이탈리아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재료 중에 야채를 열거해 보면(이하 이탈리아어로 발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뽀모도로(토마토)로 종류가 다양하며 쓰임새도 다르다. 우리가 먹고 있는 토마토 통조림은 뻬리노(Perino)란 녀석으로 껍질과 과육이 단단한 기다란 토마토이다. 또 남부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로마(Roma)란 녀석은 칼륨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녀석이 있다. 꾸오레 디 부에(Cuore di bue)란 녀석은 이름만큼 큼직한 체구를 자랑한다. 황소 심장이란 뜻을 가진 이 토마토는 하나의 무게가 200g을 훌쩍 넘길 정도로 크며, 과육이 풍부하여 주로 샐러드용으로 쓰인다. 아울러 뽀모도리니(Pomodorini)로 불리는 방울토마토는 당도가 높아 샐러드나 살사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


또 요즘 피렌체의 산타 암부루지오 시장에 가면 쉽게 눈에 띄는 아스빠라지(Asparagi_아스파라거스)는 이맘때 이탈리아인들이 열광하는 식재료이다.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녹색(피에 몬떼, 에밀리아 로마냐 주) 자색(캄파니아 주) 흰색(베네또 주)으로 구분된다. 


뿐만 아니라 브로 꼴리(Broccoli_브로콜리), 까볼피오레(Cavolfiore_컬리플라워), 파지올리니(Fagiolini_껍질콩), 까르치오피(Carciofi_아티초크), 멜란짜네(Melanzane_가지), 퓌노끼오(Finocchio_휀넬) 쥬께 혹은 쥬끼니(Zucche o Zucchine_호박 혹은 쥬끼니 호박), 빼빼로니(Peperoni_피망), 뽀르로(Porro_파), 라디 끼오(Radicchio_라디 끼오)와 여러 다양한 채소들이 이탈리아 요리 혹은 가정의 식단에 오르는 것.





#이탈리아 식재료 혹은 요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봄나물의 제왕

여기서 눈여겨볼 게 있다. 열거해 둔 야채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품목도 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녀석도 보인다. 그런 한편 4월에 흔한 봄나물 중에 우리나라에서 흔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있다.(혹시 발견하셨나요..?) 내가 만약 특정 리스또란떼를 운영하는 셰프라면 이 품목 중에 하나를 꼭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 우리 한국인들이 너무 좋아하는 봄나물의 제왕 두릅(Aralia elata)이다.


이맘때 한국에 있었다면  두릅을 구입하여,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전을 부쳐 먹거나 튀김이나 샐러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게 행복하게 기분 찢어지게 먹을 수 있는 것. 이때 느끼는 식감이나 입안에서 오래토록 풍기는 두릅 향기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정말 당긴다. ㅜ) 또 한방에서는 열매와 뿌리를 해수, 위암, 당뇨병, 소화제에 사용할 만큼 쓰임새가 다양한 제철 봄나물이다


그런데 자칭타칭 요리 천국 이탈리아에서는 왜 녀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까. 그래서 한때는 목화씨를 붓두껍에 담아왔다는 문익점처럼 혹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이탈리아에 두릅나무를 심고 싶었다. 싶었었다. 두릅과 잘 어울리는 이탈리아의 식재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었다.



#유채가 일깨운 제철 요리와 식재료

따라서 위에 열거한 이탈리아 봄나물 혹은 채소를 몽땅 다 준다고 해도 두릅 하고는 절대 바꾸지 않을 요량이어서, 감히 식재료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뒤질 하등의 이유가 발견되지 않거나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차근차근 나의 브런치에 소개해 드리도록 한다.)뿐만 아니다. 내 몸에 흐르고 있는 조선 놈의 기질과 DNA 속에는 어떤 분류학을 동원해도 여전히 우리 선조님들이 즐겨먹던 음식문화의 카테고리에 묶이게 될 것. 마무리해야겠다.


본문에 등장한 유채는 식물분류학에 따르면 식물의 십자화 십자화 배추이며 이름이 유채란다. 학명은 언급한 바 브라씨까 나뿌스(Brassica napus)이다. 또 유채는 전세계에 널리 재배되거나 자생하지만 녀석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에서 중앙아시아 고원지대란다. 종류는 보통종과 서양종이 있는데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녀석이 보통종에 속하고 종자가 적갈색이라 적종(赤種)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 참고로 서양종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시베리아 및 카프카스 지방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로, 꽃은 황색에 약간 녹색을 띈다고 위키백과가 소개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 세계에서는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최고로 여긴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는 구입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생기를 북돋아 주는 영양소가 고루 분포된 것. 우리가 잘 아는 냉이만 해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A와 C는 물론,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피렌체의 아르노 강가에서 만난 파릇한 유채를 한 웅큼 뜯어다 창가에 올려두니, 생기는 물론 향수를 북돋우며 요리세계 깊숙이 나를 밀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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