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4. 2019

#4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생김새 엉망 ㅣ영양가  쓰임새 다양 ㅣ조리 간편한 야채

이탈리아 사람들은 주로 어떤 야채를 먹을까..?


오늘은 주말, 두 주마다 한 번씩 치르는 인텐시보 과정 시험 때문이었는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내가 장 보러 가잔다. 평소에는 집 근처 마트에 들러 간단한 식품 등을 구매하지만 주말은 다르다. 주말엔 집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Mercato di Sant'ambrogio)을 가는 것. 개장한 지 150년이나 되는 이 시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을 여는데 사람들이 싱싱한 야채와 과일 등을 구입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붐빈다. 


또 인산인해를 이룬 두오모 앞을 지나 시장까지 가는 길 조차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 어디서 그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왔는지, 이탈리아인과 세계인들이 뒤섞인 피렌체는 1년 열두 달 내내 이런 진풍경을 연출한다. 따라서 시내 중심 혹은 시 외곽에는 이들을 수용할 호텔과 민박집 등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점심과 저녁때가 되면 리스또란떼, 뜨랏또리아 및 피자가게 등 먹거리를 선보이는 곳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들은 주로 어떤 음식을 먹을까..(너무 광범위하다.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순서일 듯..) 그래서 오늘은 시장에 들러 이탈리아인들이 주로 잘 먹는 야채 하나에 시선을 멈추었다. 요즘 출하가 한창인 녀석의 이름은 일 브로꼴로 로마노(il broccolo romano) 혹은 브로꼴로 로마네스꼬( Broccolo romanesco)로 매우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다. 생김새만 참조하면 엉망이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야채인가 싶지만 낯익은 이름처럼 녀석은 브로콜리의 일종이다.


이름처럼 로마풍의 야채이므로 옛 로마병정의 투구 혹은 고깔을 단박에 연상시키는 것. 정교한 나선형의 피라미드 모습은 수학자를 떠올리게 만들며 일반 브로콜리보다 훨씬 더 똑똑해(?) 보인다. 녀석은 이탈리아 요리 공부를 할 때(현장실습) 매우 까다롭게 굴기도 했지만,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식재료이자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야채였다. 조리 방법도 쉽고 영양가도 풍부하며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나를 궁지에 몰아넣은 야채 다듬기

먼저 현장실습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는 게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녀석과 조우한 곳은 이름도 비슷한 피렌체의 뽀르따 로마나(Porta romana)에 위치한 한 리스또란떼였다. 이날은 쁘란쪼(il Pranzo)를 위한 야채를 다듬는데 내게 그 과제가 주어진 것.


큼직한 브로꼴리 로마노 두 개가 내 앞에 놓이고, 수 셰프(il sous_chef)가 다듬는 방법을 시범해 보였다. 그는 그냥 대충 다듬는 게 아니었다. 이탈리아 요리법 등 야채 손질법에 따라 설명을 번갈아 가며, 브로꼴리 한쪽을 숙련된 손놀림으로 적당한 크기로 깔끔하게 다듬어 내 앞에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꼬지(Cosi..!)"


자기처럼 이렇게 다듬어라는 뜻이었다.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해 보신 분들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그런데 내가 처음 다듬은 브로꼴리 조각 대부분은 분류 과정을 거치면서 열댓 개만 남기고 스텝의 식사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급 요리의 접시 위에 올리기엔 턱 없이 부족한 솜씨였던 것. 만약 여러분들이 브로꼴리를 이렇게 다듬으라고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모를 일이었다.


"안 해.. 나 안 먹고 말지..!!"


우리가 아는 요리와 음식의 차이랄까. 요리는 꽤 까다로운 과정을 섬세하게 거치며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이날 내가 다듬어 놓은 브로꼴리는 고기 한 덩어리 곁에서 보기 좋은 장식용(?)으로 쓰였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조리법은 매우 간단하다. 따라서 한 리체타(ricetta_조리법)를 통해 녀석의 조리법을 알아보면 대략 이러하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브로꼴리 조리법

새삼스럽지도 않다. 브로꼴리(종류 불문하고) 밑 둥지에 칼집을 낸 후 줄기를 제거하고 꽃술 부분을 하나씩 분리한다. 이때 딱딱한 줄기는 제거하되 부드러운 잎은 발라낸다. 아울러 부드러운 줄기 속 부분은 다듬어 분리해 놓는다.(링크 참조)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물을 끓이고 필요한 분량의 브로꼴리를 넣어 데친다. 이때 소금을 넣어도 좋고 안 넣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냄비 뚜껑은 덮지 말아야 한다.


식성에 따라 익히는 정도가 다르다. 링크한 자료에서는 대략 5분간 익히며 포크로 찍어 익힘 정도를 체크한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참조하면 5분에서 10분간 익히는 방법 등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리스또란떼에서는 끓는 물에 대략 30초 동안 익힌 후 칵테일 얼음이 가득한 찬물에 급랭을 시킨다. 식도락가들이 아삭아삭한 식감을 느끼게 만들며 함께 올린 고깃덩어리(송아지 고기)와 잘 어울리게 함이었다.


언급한 바 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오만가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요리의 세계다. 그러나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브로꼴리를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을 잘 익혀두면 일류 요리사가 부럽지 않다. 필자가 이탈리아 요리에 매료된 것도 이 방법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열거한 방법으로 브로꼴리를 데치고 난 후 아래의 양념만으로 인살라따(insalata)를 만드는 것.


Ingredienti(재료)

già mondati cavolfiore o broccolo romano q.b. (잘 다듬은 브로꼴리 먹을 만큼)

Parmigiano Reggiano DOP q.b.(빠르마 지아노 레지아노 적당량)

Olio evo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적당량)

Sale e pepe q.b.(소금. 후추 적당량)





#소금을 잘 사용하면 당신은 일류 요리사

요리는 손맛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적당량을 가늠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이렇게 해보자. 샐러드를 섞을 적당한 크기의 그릇을 준비한 다음, 올리브유 3큰술에 다진 마늘이나 으깬 마늘 한 두 개를 넣고, 매운 청양고추 한 개를 (식성에 따라) 듬성듬성 잘라 넣고 잘 섞어준다. 그리고 데쳐둔 브로꼴리를 넣고 소금과 후추를 흩뿌려 (포크 등을 이용하여) 섞는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게 있다. 소금의 량이다.


소금만큼 적은 양으로 요리에 강력한 효과를 주는 것은 없다. 분자 요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는 "요리를 변화시키는 단 하나의 물질이 소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소금은 음식에 짠맛을 더하는 게 아니라 음식의 전반적인 풍미를 높이고 맛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엄청나게 중요한 가르침이자 깨달음이라 생각한다.


또한 소금은 쓴맛을 없애주고 이취(이상한 맛)는 줄이며 단맛을 더 강하게 하고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물성에 영향을 끼친다. 음식에서 짠맛이 난다는 것은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다는 결과일 뿐이다. 그러므로 적당량의 소금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맛을 잘 아는 감별사이자 일류 요리사라고 할 수 있는 것. 주변에서 요리를 잘하는 분들 다수는 적당량의 소금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까.

                                                                            


아마도 위에 예시한 기본적인 양념 몇 가지만으로 훌륭한 요리가 탄생한다는 걸 알면, 이탈리아인들이 건강과 장수를 누리는 식습관 하나를 챙기게 될 것 같다. 매우 단순한 조리법으로 영양가가 이루 말할 수 없도록 풍부한 음식을 자주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브로콜리의 효능에 따르면 몸의 해독을 돕고 눈 건강을 개선하며, 노화를 늦출 뿐만 아니라 심혈관 시스템의 건강을 돕고 골관절염 예방은 물론 염증을 조절하며, 피부 건강을 지키고 불면증을 예방하는 등  우리 인체에 놀라운 작용을 하는 기적의 식품이나 다름없는 것. 


마무리 하자. 잘 데쳐진 브로콜리가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와 잘 버무려지면, 마지막으로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진짜백이)를 입맛에 맞추어 적당히 갈아 넣어 먹으면 일류 요리사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아울러 로마제국시대 때부터 먹던 양배추의 한 종류를 이탈리아에서 개량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꼴리 로마노 혹은 브로꼴리는 인살라따면 인살라따, 라사냐면 라사냐, 리소토, 스파게티는 물론 각종 파스따와 너무 잘 어울리는 야채다. 선택은 당신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식재료 비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