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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0. 2019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소고

#5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세계인들은 왜 이탈리아 혹은 이탈리아 요리에 열광하는 것일까..?


지난 2016년 4월 23일, 우리 일행은 현장 체험학습(Uscita Didattica_ALMA)에 나섰다. 이 일정은 필자가 다녔던 요리학교의 학습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이탈리아 요리(La Cucina Italiana)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 혹은 문화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현장 체험학습이 다가오는 날이면 소풍 전날 아이들처럼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유가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과 전혀 다른 이질적인 풍경도 한몫을 했지만, 현장학습을 통해 왜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인의 입맛을 정복(?)했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된 것. 나는 버스 맨 앞에 앉아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셔터를 눌러댓다. 



언제인가 이 풍경들은 오랫동안 발효를 거듭하며 만들어진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Parmagiano Reggiano)처럼 귀하게 쓰일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학교가 위치한 꼴로르노(Colorno)의 렛지아 디 꼴로르노(La Reggia di Colorno) 앞에서 목적지가 위치한 (Fiume Po) 강 근처로 이동할 때까지 셔터음은 계속됐다. 이날은 세 군데를 방문했다. 그곳은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유명 식품들이 생산되는 곳. 


이탈리아 최대의 축일 부활절 연휴 때문에 짬이 생겨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다섯 번째 이야기를 끼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이탈리아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미니버스 속에서 촬영된 사진을 통해 나의 생각을 공유해 보기로 한다. 





미리 보는 나의 결론에 따르면 내 조국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듯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 따라서 관련 자료를 참조해 보니 이른바 한국인 건강지수는 과정을 생략한 결과물을 도출한 것으로, 한국인의 건강지수가 불량한 원인 등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따라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것이다.



예건데 링크된 한국인 건강지수에 기록된 비만지수(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데이터 평가 절차서에 따르면 비만이 건강지수를 매우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평가하는 한편 측정과정이 정확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만 포함된 것. 따라서 우리는 이 같은 자료를 공표한 정부와 미디어에 속아(?) 먹을 것 못 먹고 열심히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혹은 비만의 원인 등 국민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전혀 다른데서부터 출발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필자의 브런치에 끼적거려둔 할머니와 함께 간 여탕의 풍경에서 근거를 찾아내면 무리가 따를까. 대한민국은 불과 수 십 년 혹은 반 백 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보통 시민들의 경우 공중목욕탕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었다. 따라서 명절이 다가오면 그동안 쌍아 두었던(?) 때를 한꺼번에 벗기려는 사람들이 공중목욕탕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것. 



그 당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요즘 제3세계를 보는 듯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것 같은 풍경이 널브러진 것. 참 가난했던 시절.. 우리가 살고 있었던 집 근처 하수구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생활 쓰레기들이 아무 데나 함부로 버려지고 있었다. 위생 상태가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것은 거의 기적적이라고나 할까. 



당시에는 사람들이 못 먹어 마른 체형에 꼬질꼬질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푸짐한(?) 체형으로 배가 나와 뚱뚱한 사람들을 일컬어 사장님(남자) 혹은 복부인(여자)으로 부를 정도였다. 그렇게 불렀었다. 따라서 그러한 우리의 아픈 과거를 모조리 기억하고 있는 내게,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Emilia_Romagna) 주의 빠르마(Parma)와 꼴로르노(Colorno) 혹은 모데나(Modena) 등의 풍경들이 뷰파인더를 자꾸만 자극하고 있는 것. 왜 그랬을까..?





현장 체험학습을 떠나는 미니 버스 속에서 바라본 이탈리아의 농촌 모습은 내 조국 대한민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또 도시(부산)에서 자란 나의 기억 속에 두 가지 풍경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뒷마당을 나서면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그곳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바글거렸다. 또 이맘때면 진달래와 철쭉 등 봄꽃이 실개천 옆 언덕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어려도 너무 어렸던 내게 이런 풍경들은 까마득히 오래전 함께 살았던 어른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런데 그 풍경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경제개발인지 누렁이의 개발인지 나라의 시책 등으로 어느 날부터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행복하게 만들던 그 풍경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따라서 오롯이 내 가슴속에만 남아있었던 것인데, 그 기억들을 깨운 건 다른 아닌 지중해를 호령했던 반도의 땅 어느 농촌의 풍경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꼴로르노로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속에는 어디 하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없이 정갈하게 잘 정돈된 깔끔한 모습이었다. 






누군가 잘 사는 사람들과 못 사는 사람들을 비교하는 잣대 하나를 음식문화에서 찾았다. 요리를 잘 만들어서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니었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이자 음식을 만드는 과정 등,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부터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과 음식이 식탁에 오를 때까지 과정은, 늘 청결해야 하며 위생 상태가 최상이어야 하는 것. 그 과정 등을 배우기 위해 먼 나라까지 요리 유학에 나섰던 게 아닌가.



파르마의 벌판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눈에 띈 풍경들은 매 순간 마다 내 조국과 비교되며 안타깝게 만들었다. 특히 한국의 도시에서 가까운 농촌 지역 곳곳에는 차마 시선을 두기 민망한 풍경들이 너무 많은 것. 그래서 모처럼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그런 풍경을 일부러 피해 다니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림을 끝까지 살펴보면 이런 풍경들..



이미 스쳐지나간 풍경 속에는 아카시꽃이 활짝피었다. 피었었다. 어릴 적 뒷문만 나서면 늘 마주치던 풍경인데 이탈리아의 봄은 조금 더 이르다. 일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시기라도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기억에 남은 아름다운 풍경을 되찾아나섰던 것처럼, 적지않은 사람들은 이탈리아인들의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섣불리 식재료에서만 발견하려들지도 모르겠다. 크게 틀리지 않다.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쳐 생산된 포르맛지오(Formaggio)는 물론, 신선한 유제품들과 꿀라뗄로와 쁘로슈또는 물론, 지중해의 볕을 머리에 이고 자란 올리브유와, 또 달님이 빚은 향긋한 포도주와 신선한 과일과 야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식재료들이 세계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 그런데 누군가 이 모든 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살피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상상 밖의 실망스러운 풍경을 만났다면,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 혹은 요리가 이방인의 가슴에 오래토록 남을 수 있을까.  



콩 심은데 콩 나듯 이탈리아 요리는 정직했다. 정직하다. 정직할 게 분명하다..!!


Antica Corte Pallavicina PARMA

23 Aprile 2016 Uscita Didattica_ALM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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