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견월망지(見月亡指) vs 견지망월(見指亡月)..!!
남미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역에 위치한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Torres del Paine)에 우뚝 솟아있는 해발 2,750미터의 꼬르디리에라 델 빠이네(Cordigliera del Paine)로 가는 길목에 아침햇살이 들기 시작했다. 하니가 저만치서 뒤따라 오고 있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 나의 뷰파인더에 가끔씩 잡히는 아름다운 피사체이다.
자연 속의 길을 따라 걷는 사람.. 늘 산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 산을 너무 좋아한 하니는 지난 25일(일요일) 오후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났다. 우리가 다녀온 여행기를 끼적일 때 하니를 소환한 건 당신의 습관 때문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즉시 하니는 집을 나선다. 하루라도 발품을 팔지 않는 날이면 몸이 찌뿌듯하다고 한다. 최소한 한두 시간은 동네 뒷산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것.
참 좋은 습관이다. 약골 체질의 하니가 지금까지 나름 건강(?)하게 버텨온 이유도 이런 습관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하루 이틀 습관이 쌓이면 엄청난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첫눈이 그렇고 만년설이 그렇고 빙하가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반면에 나의 오래된 습관은 취미와 직결되어있다.
카메라를 손에서 뗄 때가 거의 없다. 그게 대략 50년이 되었다고 지난 여정 길_그날 아침 파타고니아에 끼적거렸다. 나의 사진 인생은 습관이 오래된 탓도 있겠지만, 그 보다 하늘이 내게 허락한 기분 좋은 달란트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은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언제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그 어떤 환경에 처할지라도.. 나의 뷰파인더는 아름다운 장면 혹은 놓치면 안 될 장면을 포착해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꽤 흐른 다음 나의 습관이 조물주의 시선에 닿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너무 좋아했다. 내게 그 사실을 일러준 분은 다름 아닌 남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이었다. 그녀는 <예술가의 십계명>을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한 첫째 계명이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는 말이자 가르침이었다. 나름 적지 않은 고전을 읽었지만 어느 날 가슴에 콕 박힌 이후로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귀한 말씀이었다.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거부하고 있는 데 어느 예술가의 눈에는 신의 모습이 형상화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나의 브런치 독자분들은 가끔씩 인용한 이 말씀을 기억해 낼 것이다. 당신의 눈에 비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곳에 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바다로 또 어디든지 발품을 팔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떠난다. 그때 사람들은 당신이 찜해 둔 목적지를 찾아 발길을 옮기며 장차 만나게 될 대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대상을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게 된다. 서기 몇 년 몇 월 며칟날 어디를 다녀왔음.. 하고 여행기를 끼적일 것이며 그 장면은 죽을 때까지 당신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여행의 추억은 주로 그러하다.
그런데 보통의 여행자들이 놓치는 장면이 있다. 서두에 소환해둔 견월망지(見月亡指) 혹은 견지망월(見指亡月)이 그것이다. 견월망지(見月亡指)란,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고 있음을 말한다. 속뜻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착해 정작 달을 보지 못한다면 참으로 어리석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행불행이 넉자 속에 묻혀있다. 그런데 이 말뜻을 거꾸로 해석하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손가락을 가리켰는데 달을 보고 있는 형국.. 즉 견지망월(見指亡月)이다. 또레스 델 빠이네 주봉으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풍경들이 주로 그러하다. 당신은 여행길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가슴에 담아오셨는가..?!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Patagonia Torres del Paine CILE
Scritto_il 30 Otto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