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어느 닐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곳은 우리가 발품을 판 곳 전부나 다름없었다. 어디를 가나 생전 처음 낯선 풍경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 여행자들은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때때로 탄식과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듯한 풍경이지만 그들이 사는 곳과 너무 다른 모습의 신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곁에 두고 졸고 자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당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보다 조금 더 큰 도시에서 장을 봐 온 그들은 먼짓길이 피곤할 법도 했다. 아니 얼마나 지겨웠을 것인가. 우리나라처럼 도로망이 잘 발달한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비포장 먼짓길이 끝도 없을 것처럼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당신이 태어난 고향이 지겹게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자고 나면 늘 바라보던 산과 강과 들판과 숲들.. 그런 사람들이 동경하는 곳은 다름 아닌 대도시의 풍경이다. 사람들이 들끓고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지천에 널린 곳. 그런 대도시에 살고 싶은 게 꿈이었을까.. 실제로 파타고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아이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는 게 꿈이었다.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다 큰 도시로 다시 더 큰 도시로 진출하는 게 성공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면 파타고니아를 찾아 나선 적지 않은 여행자들은 전혀 다른 정반대의 생각으로 여행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힘이 들어도 시선은 창밖에 고장되어 있고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비록 척박해 보이는 땅일지라도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살고 싶은 것. 도시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앗아가는 풍경 속에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직선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곡선이 빼곡한 곳..
도시의 하수구를 적시는 오염된 물이 아니라 팔뚝보다 더 큰 물고기들을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낚아챌 수 있는 강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먼짓길을 따라 코크랑으로 가는 길에 리오 코크랑(El Río Cochrane)이 늘 따라다녔다. 이 강은 곧 만나게 될 코크랑의 젖줄이자 파타고니아에 생명을 숨 쉬게 하는 심장과 다름없었다. 비췻빛 강물은 철철 넘쳐났으며 굽이굽이 휘도는 모습이 용틀임을 쏙 빼닮아있었다.
원주민들은 덜컹 거리는 버스 속에서 고개를 떨군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여행자는 눈을 감을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모른다고 쳐도 내겐 굽이쳐 흐르는 리오 코크랑이 보물처럼 다가왔다. 비췻빛 액체로 된 보물.. 그 보물이 쉼 없이 흐르는 곳.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 내 조국 대한민국은 엉망진창이었다. 인면수심의 한 쥐새끼가 4대 강을 농락시킨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차창 너머 하얀 눈을 머리에 인 곳은 만년설을 간직한 칠레의 라구나 산 라파엘 국립공원 (parco nazionale della Laguna San Rafael)의 모습이다.
대략 수 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은 고사하고 우리를 낳아준 산하를 마구 짓밟아 놓은 것이다. 선조님들을 괴롭힌 일제의 앞잡이가 어미를 강간한 사건과 다름없는 일이 백주 대낮에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을 흠씬 두둘겨 패주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살기를 처음 느낄 때였다. 차마 인간이 할 수 없는 짓이 대한민국을 비루스 처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울분의 정도가 극도에 다다랐을 때 하니와 함께 바라본 리오 코크랑.. 차라리 강의 원형은 그대로 두고 돈만 훔쳐 달아났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금수강산이 초토화되는 모습을 보고도 보통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전무한 상태에서 리오 코크랑은 내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된 동시에 처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머리를 뉜다는 건 복 받은 일이자 조물주가 바라던 세상이 아니었던가..
그 힘들고 먼길을 찾아갈 때 늘 내 옆을 지킨 사람이 하니였다. 그녀가 지난주 내 곁을 떠나 잠시 한국으로 간 것이다. 코로나비루스를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 사유를 곁들였지만, 당신이 늘 채워준 빈 공간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다. 그 공간은 내 삶의 전부라 할 만큼 크고 중요했다. 곁에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그 공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살면서 남겨둔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고, 사진첩을 열어보니 다소곳이 창밖을 바라보던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창밖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잠시 버스 복도에서 하니의 뒷모습(위 자료사진)이 보였다. 글을 끼적거리는 조금 전 하니는 전화기 너머에서 밝은 목소리로 "현관문 잠금장치에 배터리가 떨어진 것 같아.. 어떡하지"라며 사진을 전송해 왔다.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배터리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아. 당신이 너무 먼 곳에 있어..!!
La strada per andare a Cochrane, la destinazione nascosta della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Patagonia CIL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