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기에 압도당한 콜로세움
역사니까 다 믿어라고..?
지난 6월 4일 오후 2시 30분경,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중심부 떼르미니 역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떼르미니 역과 이어지는 지하 통로를 따라가면 콜로세오(Il Colosseo_콜로세움이라 한다)으로 가는 전철을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머뭇거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동안 애써 로마행을 미룬 건 세계사에 기록된 역사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 혹은 그 후에도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패권의 역사에 기록된 역사의 내용은 사실보다 치장을 더 많이 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 역사 속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했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 속에 나타난 치적의 배경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로마제국이 건설한 콜로세움은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칭찬일색이었다. 특히 역사가들이나 미디어가 한몫 더 거들고 나섰다. 콜로세움은 세계 최고 최대의 건축물, 위대한 건축물, 전대미문의 건축물 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거기에 일반인들까지 덩달아 합세한 것. 나 또한 이 같은 수식어에 쉽게 동의했다. 그런데 이 같은 칭찬은 콜로세움의 건축 과정이나 배경이 생략되거나 부풀려진 것이랄까. 망설임 끝에 돌아본 콜로세움의 진정한 용도는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사실을 알고 나면 콜로세움에 대한 칭찬이 부끄러움으로 바뀔까.. 콜로세움을 다녀온 지 대략 일주일 만에 기록 삼아 첫 편을 끼적거린다. 그동안 살펴본 자료(아래 첨부)들 때문이었다. 그 현장으로 가 본다.
떼르미니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콜로세움 역까지 가는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떼르미니 역으로부터 세 번째 정류소가 콜로세움 역이었던 것. 공간이 좁은 작은 지하철 내부는 붐볐는데 주로 관광객들이었다. 또 서울에서 자주 만나던 지하철을 비교해 볼 때 지하철 내부는 비좁을 뿐만 아니라 때가 꼬질꼬질 묻어나는 게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대한 첫인상을 구겨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콜로세움의 위상을 짐작하게 만드는 한 풍경이랄까.
전철이 콜로세움 역에 도착하자마자 한 무더기의 승객들이 우르르 한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역사를 빠져나오자 마자 후끈한 공기가 느껴졌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따갑고 뜨거운 날씨가 콜로세움 역전까지 가득한 것. 역전에서 바라본 콜로세움은 뷰파인더에 다 들어오지 못했다. 광각렌즈를 장착해도 소용없는 일. 나는 우선 콜로세움이 잘 조망되는 언덕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때부터 콜로세움은 한 이방인으로부터 관찰의 대상이 됐다.
좁은 언덕길은 관광객들로 붐볐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까지 합세해 이동이 매우 불편했다. 그런데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든 건 길 옆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이었다. 쓰레기의 종류는 마시다 버린 페트병으로부터 빵 봉지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이런 낯선 풍경은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돌아 고대로마의 발상지로 알려진 빨라티노 언덕(Il Palatino è uno dei sette colli di Roma)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살고 있는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와 비교가 됐다. 로마의 콜로세움은 관광객들로부터 몸살을 앓고 있었을까.
Foto da Rome Colosseum / Colosseo_di_Roma_panoramic.jpg
자료를 준비하는 동안 콜로세움 내부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위 사진(링크)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 전개될 관련 포스트에 (브런치 베타 덕분에)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므로, 잘 봐 두시면 콜로세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꼴불견을 빼놓고 인류 문화유산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콜로세움을 360도로 스켄하다시피 했다. 콜로세움은 실로 엄청난 규모로 나를 압도했다. 또 거석으로 지어진 외관은 인간이 만든 건축물일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거대한 조각품 같았다. 사람들이 콜로세움의 외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이날 두 개의 렌즈를 지참하지 않았다면 콜로세움은 외눈박이로 밖에 촬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구든지 로마에 들러 콜로세움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반드시 광각렌즈를 지참해야 했다. 콜로세움 역으로부터 이동을 시작하여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동안 콜로세움을 촬영할 수 있는 동선은 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광각렌즈를 지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침내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돌아 팔라티노 언덕에 도착할 때쯤 콜로세움이 가장 잘 조망되는 뷰포인트를 찾았다. 바로 이 장면(위 자료사진)이다. 나는 이곳에서 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상념에 젖곤 했다. 콜로세움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6하 원칙(La cosiddetta regola delle 5 W_5 W1 H)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얄팍한 지식을 총동원해 보는 것. 그러나 콜로세움은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상념에 젖었는지 근처의 소나무 그늘에 앉거나 누워 일어날 줄 몰랐지만, 예약된 기차 시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렌체로 돌아가면 카메라에 담긴 말없는 콜로세움을 다시 불러놓고 위대한 건축물에 서린 피와 땀에 대한 얽힌 이야기를 둘로 나누어 보고 싶었다. 황제와 로마 시민 혹은 노예들.. 콜로세움은 하루 3만 명이 동원돼 10년 동안 이어진 공사 끝에 이루어진 건축물이었지만, 두루뭉술한 '정치적 용도' 외 진정한 용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누군가 분명하게 한마디는 해야 했다. 또 로마제국의 위대함을 목마르게 칭찬했거나 칭찬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위대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소상하게 드러내며 자기의 정체성까지 밝혀야 옳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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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