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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8. 2020

타이타닉호와 루체른 호수의 만추

#5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

어느날 당신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을 맞이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4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



   브런치를 열자마자 표지 사진 아래 등장하는 풍경은 지난 10월 24일(토요일)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의 만추 풍경이다. 우리는 이날 하니와 함께 독일 프랑크 프루트 공항으로 가던 중에 고속도로에서 본 루체른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잠시 휴식도 취할 겸 곧장 램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호숫가에 잠시 주차를 해 두고 망중한을 즐긴 것이다. 3박 4일의 일정 중 이틀에 해당하는 날짜였다. 


하니가 타고갈 A비행사의 비행 스케쥴은 일주일에 세 차례(월.수.금) 운항하는 프랑크 프루트_인천공항(서울) 직항 노선이었다. 따라서 이틀의 시간이 남아있었으므로 루체른 호숫가에서 1박을 하고 갔으면 싶었다. 말로만 듣던 루체른 호수는 만추를 두르고 어디로 가시는지 가슴이 시려왔다. 계절도 계절이려니와 하필이면 이틀 후 하니와 작별을 하는 절묘한 시점이었다. 착찹했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본 별리의 아픔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목격한 수 많은 별리 현장에서 몇 안 되는 아픔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타이타닉호와 루체른 호수의 만추





돌이켜 보면 조모님의 죽음과 부모님의 죽음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가 세상을 먼저 떠났을 때 대성통곡을 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둘도 없었던 할머니는 물론 나의 분신과 다름없었던 친구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대략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대략 일주일 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런 경우의 수는 죽음 때문에 일어난 별리 현상이었다. 


그러나 하니의 경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여행일 뿐이자 잠시 곁에서 멀어질 뿐이었다. 이미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했던 바.. 언제부터인가 코로나 19 때문에 죽음이 일상이 된 이탈리아에서 잠시 한국으로 피신하기 위한 절차를 밝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청정국인 대한민국으로 떠나게 될 것.(이미 한국에 도착해 있다) 



그 과정은 결코 짧지 않았다.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부터 독일 프랑크 프루트로 이어지는 동선은 왕복 3,000킬로미터에 육박했다. 그 여정에 독일 국경을 코 앞에 두고 루체른 호수에 들른 것이다. 무슨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콘티처럼 호숫가를 서성이며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한편 하니가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고 별 탈이 발견되지 않아 자가격리를 마친 지금, 다시 당시를 돌아봤다.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장면과 사흘간의 사랑


그랬더니 그 속에 영화 타이타닉의 마지막 장면과 흡사한 느낌이 묻어나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영화 타이타닉은 살제로 일어난 사건을 각색해서 만든 것으로,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영화는 흥행 수입만 1조원을 넘긴 대작이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잘 알고 있으므로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찾아 유튜브를 뒤적거렸더니.. 그곳에 타이타닉의 명장면이 소개되고 있었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고는 대략 이러했다. 1912년 4월 10일, 영국의 사우샘프턴에서 출항해 프랑스의 셸부르와 아일랜드의 퀸즈타운에 기항한 후 미국 뉴욕을 향해 출항한 바 있다. 그리고 타이타닉의 운명은 캐나다의 뉴펀드랜드 해역에서 서서히 마감되고 있었다. 그 때가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이었으며, 견시(선박 주변을 감사하는 당직자)를 보던 갑판 선원이 전방 450m에 높이 20m미만의 빙산을 발견하고 조타실에 보고한 후 급히 우현으로 전타를 지시한다.(Hard Staboard!!) 




자동차에 견주면 전방의 물체를 피해 핸들을 우측으로 최대한 돌리는 것이다. 당대 최대 선박인 4만 6천톤의 타이타닉호는 23노트의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었다. 매우 빠른 속도였다. 길이 267미터에 달하는 배가 이상을 감지하고 정지하는데 필요한 거리(800미터)를 참조하면, 이미 좌초 직후 침몰이라는 등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해수면은 호수처럼 잔잔할 때 타이타닉호 앞에 빙산이 나타난 것이다.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좌초 직후 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사고로 1,514명이 사망했다. 타이타닉호에는 승객 1316명과 승무원 908명이 타고 있었다. 빙산에 좌초된 타이타닉호의 2,224명 승선자 중에서 711명이 구명보트에 의해 구조됐고, 1513명은 결국 바다 밑으로 수장된 것이다. 당시 뉴펀드랜드 해역의 바닷물 온도는 영하 2도씨라고 기록하고 있으므로, 선체와 함께 수장된 승객 외 바다에 빠져 구명정이 오기를 기다린 승객 대부분은 저체온증으로 동사를 하고 말았다. 영하의 바닷물속에서는 불과 10여분만에 동사를 한다고 한다. 



이런 과정 등을 영화에 담았는데.. 루체른 호숫가의 기록을 들추어 보며 영화 타이타닉의 명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여럿 있었다. 나는 그 중 영화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여 타이타닉호의 파편인 한 판넬에서 나누는 대화를 주목하고 있다. 잭은 차가운 물속에서 판넬을 겨우 붙들고 있고 로즈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쉰 목소리로 '컴백'을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다. 



로즈는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했다. 잭의 마지막 염원이 그 속에 담겨져 있었으므로.. 로즈는 젖먹던 힘을 다해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리고 다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난 것이다. 그녀는 구명정에 구출됐고 잭은 차가운 대서양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것. 글을 끼적거리고 있다보니 그 장면 때문에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나는 영화속의 잭과 로즈를 루체른 호숫가를 서성이는 우리의 사정에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랄까.. . 



적지않은 사람들이 순애보를 말하지만 사실을 개연성으로 끌어들인 이 영화의 명장면과 비교가 안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좋아하고 현상에 매달리는 아이같은 사람들 눈에 이깟 순애보는 다 무슨 소용일까마는.. 자고 나면 이별이 습관이 된 세상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절체절명에 빠졌을 때 혹은 두 사람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닥쳤을 때.. 당신의 선택은 어떠할 지 매우 궁금하다. 나는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사람들은 가끔씩 착각을 하지.. 세상이 온통 자기 것이라고 믿어. 그래서 당신이 슬프면 덩달아 슬퍼 보이지. 이별을 앞둔 루체른 호수는 울고 있었어. 호수는 촉촉이 젖어있었지. 곱게 화장한 얼굴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 그 곁에 서성이는 두 사람.. 침묵이 흘렀지.. 두 사람을 갈라놓고 있는 알 수 없는 공간.. 말은 안 해도 알지. 잠시 후 우리는 헤어지게 될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 누군가 말을 걸면 울음을 터뜨릴 거 같아. 그래서 예쁜 아이들에게 물었지.. 아가야, 왜 울고 있었니..? 그 아이가 대답했다. 눈에 티끌이 들어갔어요. 거짓말이지.. 아니, 정말이에요.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었다. 가을을 놔두고 갈 사람..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그대 다시 오시려나.. 이런 느낌 처음이야. 왜 하필 루체른 호수 곁이었지.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곳. 항상 건강해야 하오. 사랑해요..!



우리는 지금 극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시대에 살고있다. 손바닥 위에서 세상을 들여다 보게된 꿈같은 세상. 그러나 세상이 제 아무리 밝아졌다고 한들.. 우리는 시방 코 앞의 미래를 모르는 미약하거나 어리석은 존재들이 아닌가.. 타이타닉호의 운명이 그것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있었다. 그 때 당신은 한 인간이 로즈에게 건넨 블루 다이아몬드에 정신이 팔릴 것인가.. 로즈는 억만금에 해당하는 가짜사랑을 팽개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 대략 3박 4일간 선상에서 일어난 순애보이자 뭇 사람들을 울린 명장면이었다. 지금 우리의 좌표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Un viaggio di addio troppo lungo_verso alla Germania
il 07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U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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