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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6. 2020

파타고니아, 네가 보고 싶었다

#3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너를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알기나 하니..?!!



파타고니아의 전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그곳에 오래된 전설이 있어요. 인디오들의 슬픈 전설입니다. 그들이 남긴 전설이지요. 노란색 꽃이 피고 새까만 열매를 맺는 나무.. 그 열매 이름은 깔라파테(Berberis microphylla)라 불러요. 아주 작은 열매랍니다. 나무에는 가시가 돋쳤어요. 열매 맛은 달콤해요. 열매의 진한 즙 때문에 이빨이 새까맣게 변해요. 이들은 주로 풀숲에 살아요. 오래전.. 이곳 원주민들이 따 먹던 열매랍니다. 그들의 전설에 따르면.. 열매를 따 먹으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고 해요. 그 전설은 매혹적이었어요. 열매를 따 먹은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갔지요.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곳이 파타고니아였어요. 그러나 그곳에 인디오들은 살지 않아요. 그들 모두 침탈자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요. 서구인들 때문이었어요. 그들이 남긴 전설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로 돌아갔지만 그들이 사라진 다음이었지요. 전설이 깃든 나무.. 그들은 발아래에 살아요. 당신이 만약 파타고니아에 가시 거덜랑.. 가끔씩 발아래를 바라보세요. 그곳에 전설이 숨어있어요. 여행자는 길 위에서 가끔씩 슬퍼요.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의 전설에서 이렇게 쓰고.. 여행자는 길 위에서 가끔씩 슬퍼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사는 동안 희로애락을 겪게 마련이다.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전설에 따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발아래 풀숲 곳곳에는 깔라파테 열매가 까맣게 익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파타고니아, 네가 보고 싶었다


이른 아침,  먼동이 트기도 전에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엘 찰텐(El Chalten)의 숙소를 나섰다. 가로등이 노랗게 빛나는 가운데 사방은 어둑어둑했다. 우리가 묵고 있던 집 뒤로 라구나 또레(Laguna Torre)로 가는 오솔길이 나있었다. 라구나 또레라는 말은 호수보다 작은 크기의 커다란 웅덩이를 말한다. 우리가 가는 목적지는 세로 또래(Cerro Torre)에서 가까운 곳으로 그곳은 만년설과 빙하가 흐르고 있는 곳이다. 



호수를 방불케 하는 그곳은 오래전 빙하가 만들어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빙하가 흐르면서 지표면을 긁어 생긴 웅덩이인 것이다. 그곳에는 유빙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웅덩이의 물 전부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엘 찰텐으로부터 대략 10킬로미터 떨어진 그곳을 이른 아침부터 찾아 나선 것이다. 



우리가 처음 피츠로이를 여행했을 당시는 2천 년대 초였으므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땐 피츠로이가 좋아서 다시 가고 싶었지만, 여유가 많았으므로 엘 찰텐의 명소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넉넉한 여유가 생긴 건 이유가 있었다. 관련 브런치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 여행 목적지에 다다르면 하니는 터미널에서 짐을 지키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숙소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엘 찰텐은 민박집과 등급이 낮은 호텔이 있어서 여행자들은 능력껏 숙소를 찾으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나는 엘 찰텐 곳곳을 헤매기 시작했다. 민박집이든 호텔이든 빈방이 없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경과하여 하니가 걱정되었다. 터미널로 다시 찾아가니 피곤한 기색의 하니가 배낭을 붙들고 앉아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다시 숙소를 찾아 나섰는데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엘 찰텐은 시즌을 맞이하여 텐트촌은 물론 숙소가 남는 곳이 없었다. 이를 딱히 여긴 민박집주인이 뒤돌아서는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제안을 했다. "빈집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음 날 떠나는 동양인이 묵고 있다고 했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터미널로 다시 향해 짐을 꾸려 그 집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일본인 두 부부가 묵고 있었는데 새로 지은 집이었다. 방은 세 칸이 있었는데 우리는 침대가 두 개 놓여있는 안쪽 방을 사용했다. 거실 겸 주방에는 가스레인지와 테이블이 있었지만 냉장고만 없었다. 배낭 여행자에게 냉장고가 필요할까.. 다음 날 일본인 두 사람은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곧 가까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엘 찰텐을 접수(?)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이 라구나 또레였다. 어느 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 늦은 오후 저녁나절이나 될까.. 파타고니아를 다시 찾아간 것도 희한한 경험이지만 우리를 위한 공간까지 챙길 수 있는 행운이 뒤따른 것이다. 어쩌면 그런 행운은 천지신명의 조화가 아니었을까.. 파타고니아의 전설에 마침맞은 일이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산길 곁 풀숲에서 방긋 웃으며 우리를 맞이하는 깔라파테들이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아 잘 있었니? 

-(기뻐하며)와.. 할아버지 할머니 너무 반가워요. ^^


곁에 있던 친구가 반가워하는 친구를 나무랐다.


-(볼멘소리로)야아.. 삼촌이라고 불러라고 했짜나..!

-(다시 기뻐하며 여럿이..)와.. 숙모 하고 삼촌 방가방가 ㅋ 

-고맙구나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단다! ^^


il tesoro nascosto di El Chalten in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patagonia ARGENTIN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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