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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3. 2020

파타고니아에 가시 거덜랑

#7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지에서 남긴 추억들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 인간의 신체 메커니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깨끗한 공기와 물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혹은 돌로미티를 여행하는 동안 피곤한 줄 모르고 싸돌아 다닌 힘은 두 가지.. 우리를 지치지 않게 만든 물과 공기 그리고 신의 그림자가 늘 동행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는 지금 칠레의 파타고니아와 이탈리아의 돌로미티 일부를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이 코로나 19의 잔칫상으로 변했다. 주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도 인적이 뚝 끊어진 상태이다. 우리가 색다른 아침을 그리워하고 있는 게 그저 된 게 아니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의 색(色) 다른 아침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칠레의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 여행기를 끼적거리는 지금 이곳은 아침이다. 아침은 간단히 우유 한 잔으로 때우고 컴 앞에 앉았다. 컴을 열자마자 시원한 풍경이 반겨준다. 사람들은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안구정화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보는 즉시 눈이 시원해지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 한편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슬슬 발동될 것이다. 



파타고니아에 가시 거덜랑



이미 이곳을 다녀오신 분들은 아쉬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방에 널려있는 풍경들을 분명히 본 것 같은데 당신의 사진첩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기념촬영으로 남긴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곳은 여행지를 기념할만한 대표선수(?)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패키지여행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챙기는 것보다 놓치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또 개별행동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하니는 북유럽과 동유럽을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후 두 번 다시 패키지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반면에 배낭여행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사진첩을 보면 넉넉하다. 배낭에 짊어진 짐만큼 카메라에 담아온 풍경들이 빼곡하다. 커뮤니티를 둘러보나 마나 어떤 여행자들이 브런치나 블로그에(그게 그거네. ^^) 올려둔 여행사진을 보면 정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같은 장소를 방문했지만 시선은 다른 것.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 번 다녀온 여행지는 두 번 다시 갈 기회가 별로 없다. 설령 기화가 닿았다고 해도 다시 한번 더 그 장소를 방문하면 호기심이 사라진 자리에 썰렁한 느낌마저 감돈다. 그런데 재차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었다. 나의 브런치에 거의 매일 오르고 있는 파타고니아와 돌로미티의 풍경이 그곳이다. 돌로미티 여행은 최근의 일이지만 파타고니아 여행은 얼추 1년 동안 감행한 장기여행이었다. 하니와 함께한 배낭여행이었다. 



카메라와 렌즈 무게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힘들게 다시 찾아간 곳은 파타고니아의 여러 명소들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엘 찰텐(El Chalten)이었다. 그곳은 피츠로이(Fitz Roy)라는 명산과 절경이 널린 곳으로 아예 그곳에서 살다가 생을 마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남긴 기록들도 무수하게 많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만난 대자연의 풍경들이었다. 보통은 그냥 지나칠법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순간의 기쁨은 이를 누려본 자만 알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기록된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여행을 다시 떠나는 기분에 젖어드는 것이다. 이런 걸 추억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있나.. 



또레스 델 빠이네 역시 두 번째 방문한 장소이다. 첫 번째 방문은 준비 부족으로 실패한 후 다시 찾아간 곳이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들이 두 번째 만난 풍경들인 것이다. 우리는 야영장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으며 고도를 천천히 높여갔다. 등 뒤로 발그레한 햇살의 응원을 받아가며 목적지인 주봉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가끔씩 뒤돌아 보면 우리가 지나온 길을 굽어보게 되고 평원 위로 아침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산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우리가 왔던 곳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 머나먼 여정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청춘일 때는 잘 모르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있다. 안 청춘일 때 사람들은 밥 말고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살다 보니 정말 소중한 자산이 추억이며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들은 돈에 매달려 그 소중한 시간을 다 허비하다가 무덤으로 돌아간다. 맹바기 같은 녀석은 평생 '거짓말의 추억'에 빠져 살다가 어느 날 사람들로부터 쥐새끼라는 별명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 똘마니 주호년은 물론 요즘 유튜브를 도배하고 있는 떡검 윤 짜장도 다르지 않다. 이 등신은 즈그 마누라와 장모까지 팔아치우고 곧 엄청난 처벌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단 몇 사람만의 예를 들어도 추억의 소중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 



서기 2020년 11월 12일 현재,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딴 곳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코로나는 난리가 아니다. 이틀 전 정부 보건당국에 따르면 새로운 감염자 수가 37,978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만 636명에 도달했다.(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12 novembre: 37.978 nuovi casi e 636 morti) 코로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구급차가 삐요삐요.. 경적을 울리며 쏜살같이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사정이 대략 이러할 때 하니는 한국으로 도피했고 나는 지난날에 기록해 둔 사진첩을 열어 사이버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내게 방콕은 아무것도 아니다. 방콕이 잦으면 잦을수록 안구정화와 추억의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되는 재밌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랄까.. 



우리 신체를 이루고 있는 메커니즘 중에 물과 공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란 걸 초딩도 다 알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정신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아름다운 추억이다. 당신의 추억 속에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다면 하루속히 지워야 할 것이며, 두 번 다시 가슴에 남겨두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여행은 그런 거 같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이 당신의 가슴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듬어 주거나 치유해 줄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그런 곳이었다. 돌로미티가 그런 곳이었다. 물과 공기와 다른 또 다른 양식 즉 아름다움이 그곳에 오롯이 남아있었다.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당신의 가슴에 신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지시길 바란다.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Patagonia Torres del Paine CILE
Scritto_il 13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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