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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9. 2020

파타고니아의 장엄한 일출

#8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카메라에 포착된 특별한 세상..!!



그리고 또 하나.. 정신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아름다운 추억이다. 당신의 추억 속에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다면 하루속히 지워야 할 것이며, 두 번 다시 가슴에 남겨두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여행은 그런 거 같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이 당신의 가슴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듬어 주거나 치유해 줄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그런 곳이었다. 돌로미티가 그런 곳이었다. 물과 공기와 다른 또 다른 양식 즉 아름다움이 그곳에 오롯이 남아있었다.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당신의 가슴에 신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지시길 바란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에 가시 거덜랑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경험칙에 따르면 자주 먼 길을 떠날 수 없는 여행은 훌쩍 떠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준비를 많이 하는 게 좋다. 배낭여행으로 떠난 파타고니아는 출발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은 물론 현지에서 어떤 것을 카메라에 담아올지 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귀한 풍경들.. 

요즘 브런치에 공개되고 있는 파타고니아 풍경들은 죽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니의 그림과 함께 전시회를 하고 싶었다. 혼자 즐기는 것보다 여러분들과 공유하면 행복이 배가될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는 자주 인용한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예술가의 십계명>도 포함됐다. 


따라서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사전첩 속에서 빠르마지아노 렛지아노처럼 숙성에 숙성을 거치다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예술가의 십계명 다섯째와 여섯째를 소개하며 여정을 이어나간다.



파타고니아의 장엄한 일출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또레스 델 빠이네 평원에 일출이 시작됐다. 이제 한 능선만 넘으면 비교적 평탄하고 웅장한 계곡 속으로 떠날 테지만.. 나는 그 순간 우리가 왔던 길 너머로부터 비쳐오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등 뒤에서 프레시를 비추는 듯한 풍경이 세상을 마법 속으로 묻어놓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마치 다른 행성에 가 있는 듯한 풍경이 한 여행자 곁에서 잠시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실로 장엄하게 내 앞에 우뚝 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루뭉술.. 대충 그려놓은 듯한 작품 속에는 오만가지가 질서 있게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영겁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곳..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면 다시 그곳을 주시하느라 하니는 어느새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빨리 안 오고 머해..?"



(잘 암시롱..! ^^)하니도 잘 알 것이다. 정상을 향해 걷지 않았다면, 이 순간..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매일 단 한차례 태양이 연출하는 우주쇼를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조물주가 하루의 위대함을 장엄한 또레스 델 빠이네 산군에 영사기처럼 최고의 작품을 그려놓고 있는 것이다. 태양계의 하루가 빚어내는 우주쇼가 이런 모습인데.. 대자연의 위대함을 간파한 한 여류시인이 전시회를 핑계 삼아 자랑질을 하거나, 예술을 빙자하여 삶의 방편으로 삼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했을까..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를 다녀온 이후로부터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세상을 보는 잣대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위대함들이 그저 하찮아 보이거나 별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귀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깟 알량한 지식들을 무참히 뭉게 버리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파타고니아의 장엄함 일출과 때 묻지 않은 풍경들 때문이었다. 나는 그 즉시 파타고니아에 머리를 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곳은 엘 찰텐의 피츠로이였으며, 이곳처럼 찬란하고 장엄한 햇살이 평원 너머에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빨리 오라니까..!! ㅜ"


"알았어. 금방 뒤따라 간다니까..!"



하니와 나의.. 길 위에서의 대화는 이렇게 파타고니아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다시 또 추월하고.. 우리는 이른 아침 야영장을 출발하여 어느새 한 능선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이정표에는 별표를 해 놓고 "당신의 위치는 여기"라고 적어두었다. 갈 길은 멀었지만 하루 한 차례 빚어지는 장엄한 일출의 장관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참으로 위대한 조물주의 우주쇼.. 그를 통해 우리 행성에 매일 아침 쌓아둔 시간을 계수하게 된다. 우리는 그 시간 끄트머리에 매달려 희로애락, 생로병사 타령을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Patagonia Torres del Paine CILE
Scritto_il 18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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