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대자연이 연출한 지상 최대의 느낌표..!!
어느 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 늦은 오후 저녁나절이나 될까.. 파타고니아를 다시 찾아간 것도 희한한 경험이지만, 우리를 위한 공간까지 챙길 수 있는 행운이 뒤따른 것이다. 어쩌면 그런 행운은 천지신명의 조화가 아니었을까.. 파타고니아의 전설에 마침맞은 일이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산길 곁 풀숲에서 방긋 웃으며 우리를 맞이하는 깔라파테들이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아 잘 있었니?
-(기뻐하며)와.. 할아버지 할머니 너무 반가워요. ^^
곁에 있던 친구가 반가워하는 친구를 나무랐다.
-(볼멘소리로)야아.. 삼촌이라고 불러라고 했짜나..!
-(다시 기뻐하며 여럿이..)와.. 숙모 하고 삼촌 방가방가 ㅋ
-고맙구나,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단다! ^^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네가 보고 싶었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깔라파테 열매의 전설에 따라 우리는 다시 파타고니아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가 보고 싶었던 엘 찰텐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감개무량했다. 그 느낌의 정도는 라구나 또레 가는 길의 첫 번째 언덕 위에서 바라본 지상 최대의 느낌표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 설악산의 어느 곳에 펼쳐진 산길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우기가 오시려면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고사목들은 점점 더 야위어 가고 있었으며 풀숲은 물론 주변의 풍광들이 점차 가을색을 띠고 있었다. 목적지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좌측으로는 라구나 또레에서 발원한 빙하가 녹은 물이 작은 강을 이루며 계속 깊숙한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리오 피츠로이(Rio Fitz Roy) 강이라 불렀다.
피츠로이 강은 장차 엘 찰텐 앞을 지나치는 리오 라스 부엘따스(Rio las Vueltas) 강과 합쳐지며 비에드마 호수(Lago Viedma)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숲 속으로 이어지는 산길에서는 볼 수 없지만 여정이 시작될 때 좌측 계곡으로 흐르는 비경을 본적 있다. 강물은 누가 본다고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다고 멈추는 것도 아니다. 숲도 그렇고 우리네 삶도 그러하지 않은가.
다만,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당신들의 삶의 모습을 유추해 낼 뿐이다. 우리는 이곳에 머물면서 철수할 때까지 파타고니아의 천의 얼굴을 만났다. 그중 하나가 라구나 또레를 휘감고 다니는 대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이었다. 그곳은 신의 영역이자 태초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시간표였다. 만년설과 빙하가 여전한 곳. 만년설은 무시로 빙하를 밀어내며 라구나 또레로 밀쳐내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피츠로이 강을 연출하며 먼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빙하가 녹아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고, 그 호숫물은 강물이 되어 다시 호수로 모여들다가 다시금 먼 하늘로 사라지는.. 매우 평범한 사이클이지만 특별한 윤회(輪廻)의 한 모습이랄까.. 라구나 또레로 발길을 옮기면 그 현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자연이 연출한 거대한 느낌표를 만나게 될 것이었다.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거대한 느낌표..
느낌표는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만든 특별한 풍경이자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큰 물음을 던지는 현장이었다. 만년설 아래로 흐르고 있는 빙하가 계곡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빙하의 끄트머리는 작은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곧 만나게 될 것) 우리가 서 있는 이곳도 빙하기 혹은 간빙기 당시 눈과 얼음과 빙하가 길게 이어졌을 것.
그 계곡으로 피츠로이 강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며, 우리는 그 곁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느낌표를 향하여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크기가 쉽게 짐작되지 않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피츠로이 산군에 파묻힌 라구나 또레에 발을 디디면 우리 인간에게도 영원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나 할까..
어떤 사람들은 신이 죽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영원 복락을 꿈꾸기도 한다. 철학과 종교가 비빔밥이 되어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인문학이 사람들을 황폐하게 만들며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것이랄까.. 라구나 또레가 위치한 곳의 만년설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 빙하를 가리키고 있다. 피츠로이를 지나치던 온난 다습한 공기는 이곳에서 비가 되고 눈이 되어 만년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왜 인간에게만 이런 과정이 생략된 것일까..
왜 인간은 물의 순환처럼 영원하지 못할까..
하니와 함께 엘 찰텐에 머무는 동안 난생처음으로 환청을 듣게 됐다. 너무 기뻐서 목이 잠긴 아버지의 큰 음성을 듣게 된 것이다. 그 장소는 라구나 또레에서 가까운 세로 또레(Cerro Torre)였으며, 여행기를 끼적거리는 동안 언제인가 만나게 될 것이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도무지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어쩌면 광화문 거리를 배회하는 짝퉁 순교자 혹은 어느 날라리 교주의 주장으로 치부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본 대로 느낀 대로 끼적일 뿐이며 지어낸 일도 아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자, 그 꿈을 실행하고 느끼는 자의 천국이다. 파타고니아의 느낌표가 내게 말했다.
il tesoro nascosto di El Chalten in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patagonia ARGENTIN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