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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1. 2020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25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그 고갯길을 언제 또다시 가 볼 수 있을까..?!!



코비드-19 시대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디든지 묻어다니는 것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하니가 그림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어느 날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고갯길을 덮은 하얀 비단결처럼 코로나 이 녀석을 꼼짝달싹 못하게 덮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거.. 지난여름에 다녀온 빠쏘 지아우의 고갯길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코로나를 잠시 잊게 된다. 세상을 하얗게 덮은 첫눈 때문이었으며,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집콕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그 고갯길을 언제 또다시 가 볼 수 있을까..?!!



지난 여정 하얀 비단결에 싸인 고갯길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불과 나흘 전의 일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중북부에서는 홍수와 폭우는 물론 폭설까지 내려 난리가 아니었다. 우리가 돌로미티로 여행을 떠날 때 지나쳤던 모데나 지역은 폭우가 쏟아져 마을이 호수로 변하는가 하면 돌로미티로 가는 입구 베네토 주의 벨루노(Belluno)에는 1미터가 넘은 폭설이 내렸다. 그런가 하면 피렌체의 아르노 강의 수위가 범람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자연재해는 인간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모습일까.. 사람들은 이 같은 일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탈리아가 코로니 19 시련에 이어 자연재해로 생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민주시민들의 염원이었던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더 썩을 곳이 없을 정도로 악취를 풍기던 공직사회의 위기를 살려낼 기반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가 이중고를 겪고 있었던 반면에 우리나라는 대략 70년 동안 앓아왔던 국민적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대략 한 주만에 일어난 두 나라의 사건이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정말 꿈같은 일이다. 지난여름 하니와 함께 다녀온 돌로미티의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 고갯길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 여행지였다. 광활한 알삐(Le Alpi_알프스 산맥)의 돌로미티 산군은 두 여행자를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은 돌로미티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 이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며 촬영된 사진이다. 구불구불 용틀임이 이어지는 고갯길은 이곳뿐만 아니라 돌로미티 산군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다녀온 시기는 8월이었으므로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은 물론 깜뻬르(Camper_캠핑카)가 줄을 잇고 있었다. 돌로미티 어디를 가도 이들 차량들이 대거 주차된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알삐 전체는 피서객들과 여행자들이 한데 몰려들고 있었다. 우리가 겪어본 이곳의 기온 분포는 영상 6도씨부터 18도씨까지였으며 일교차가 꽤나 컸다.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썰렁함 이상으로 추위를 느끼게 되고, 사람들이 모여사는 산 아래로 이동하면 그곳에는 22도씨 정도로 따뜻한(?) 날씨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반도 1,5배 크기의 이탈리아는 알삐와 같은 천혜의 자연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이 다가오면 태풍을 걱정하지만 이탈리아는 우기(겨울) 때만 되면 자연재해를 겪곤 하는 것이다. 피렌체의 경우 1966년에 발생한 대홍수로 르네상스 시대 때의 예술품이 수장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고 인명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장화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도시라는 걸 이탈리아어를 가리키던 선생님으로부터 들어서 알게 됐다. 아무튼 물의 도시는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도시인데.. 이탈리아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알삐 길이만큼 서쪽에서 동쪽으로 길게 흐르는 포강(Fiume po)을 볼 수 있다. 길이는 652 km이며, 유역 면적은 71,000 km²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포강 끄트머리 동쪽에 물의 도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바닷물이 밀물 때 폭우가 쏟아지면 배수가 되지 않으므로 평야지역인 주변은 물바다로 변할 게 틀림없다. 모데나의 경우 강으로부터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번처럼 300mm 이상의 폭우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물난리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 등에 대해서 알게 된 때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부터였으며, 모데나의 농촌 주변에 쌓아둔 제방 때문에 알게 됐다. 꽤 큰 수로 곁에 시설해 둔 고급 리스또란떼 내부에는 홍수 때문에 잠겼던 물건들을 소품으로 진열해 두었는데 황톳물이 뽀얗게 말라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위 자료사진 참조) 또 평지보다 드높은 제방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피에몬테 주의 한 리스또란떼에서 일할 때 오너로부터 알삐의 성격을 알게 됐다. 포강 유역은 곡창지대로 드 넓은 평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당시 포강 유역의 모내기가 2월 중에 이뤄지고 있었다. 그 이유를 오너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알삐는 푄 현상을 유발한다고 했다. 겨울이 되면 알삐 북쪽은 추우나 알삐 이남의 이탈리아는 이 현상으로 따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한 나라가 이탈리아지만 북쪽은 위도가 보다 높은 곳이므로 왜 그럴까 싶었는데 그 해답을 듣게 된 것이다. 돌로미티에 인접한 벨루노의 경우도 지대가 낮은 곳으로 삐아뵈강(Fiume Piave)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곳. 이 강의 하류는 물의 도시 인근으로 흐르고 있다. 이탈리아의 날씨 일부를 소환한 건 다름 아니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자연재해를 겪을 때 유독 드러나지 않는 곳이 알삐이자 돌로미티 산군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빠쏘 디 지아우 고갯마루에 도착하자마자 주차를 해 놓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신발은 등산화를 챙겨 신고 스틱을 챙겼다.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지난여름의 추억이 남아있던 장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드넓은 평원처럼 펼쳐진 고갯마루는 나지막한 구릉지대로 형성된 곳으로 눈이 덮여 좁은 오솔길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 대신 가을의 흔적들이 눈 아래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떨기나무의 잎이 발그레 익어갈 때쯤 첫눈이 오신 것이다. 첫눈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 있는 일이지 아마도..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은 해발 2,236m에 이르는 곳이다. 



고갯길을 자동차 없이 오른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알삐 곳곳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도로망이 잘 연결되어 있었다. 한 번이라도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척박한 산골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돌로미티를 여행하는 동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상으로 그들의 터전을 잘 일구고 있었다. 



하니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고갯마루의 한 곳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로 정해진 곳으로만 다녔으므로 주변은 대자연 본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풀 한 포기 떨기나무 한 그루 그리고 이끼까지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풍경들은 지난여름에 봤던 것이므로, 첫눈이 오시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우리는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가 발도장을 찍었던 지난여름의 그 장소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저만치 고갯마루가 보이는 나지막한 능선에 올라서면 양쪽 옆으로 널린 기막힌 풍광들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탈리아의 변덕스러운 자연현상도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눈이 오시면 온몸으로 이불 삼아 눈을 덮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재해 조차 우리가 만드는 일인지 모를 일이다. 자연이 만든 형상을 참조하면 피해를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른들이 위험한 장난을 하는 아이를 일러 '물가에 내놓은 듯하다'라고 하는 말씀은 일리가 있다. 돌로미티에 가면 자연스럽게 금수강산 대한민국을 떠올린다. 금실로 수놓은 나라.. 머지않아 그 아름다운 나라에도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갈 것이다. 그 초석을 닦아낸 게 불과 이틀 전의 일이다. 사진첩을 열어 그때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여전히 그곳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그땐 가 볼 수 있을까..


그 고갯길을 언제 또다시 가 볼 수 있을까..?!!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_Passo Gi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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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11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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