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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31. 2020

그리움, 9월에 만난 첫눈 최종회

#41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리움이 묻어날까..?!!



세상이 잠시 소란스러운 동안 이웃과 소통하며 보낸 시간들이 황금에 비할 수 있을까. 이웃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자 기적 같은 일들이 나의 브런치를 수놓고 있었다. 연말연시가 오시면 그분들께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아껴두었던 돌로미티 비경을 마저 보여드리며 한 해를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니와 나는 첫눈을 따라 빠쏘 지아우 고갯마루에 이르러 능선을 돌아봤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지난 여정 댓글에 묻어난 아름다운 이웃들 편 서두에 이렇게 썼다. 잘 쓰던 못 쓰던 첫눈을 주제로 마흔 편을 썼고, 오늘 최종회로 한 해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 꿈같은 일이자 시간이 지나갔다. 세상을 살다 보면 당신의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뒤를 돌아보니 그랬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얄궂은 운명을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 하니의 경우도 그랬다. 잘 나가던 일이 한순간에 뒤틀어지며 머나먼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이틀 전 그녀의 통화 음색에 그리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그리움, 9월에 만난 첫눈 최종회


먼 나라 먼 땅에서 만난 풍경은 여전히 나를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돌아보고 또 뒤돌아 보고.. 그렇게 빠쏘 지아우 고갯마루에서부터 다시 고갯길을 따라 하산길에 접어든 것이다. 그곳은 지난여름 19박 20일 동안 돌로미티를 여행할 때 묵었던 장소였다. 굽이굽이 고갯길이 19번째로 이어진 곳. 작은 오두막집이 있는 곳이다. 그 오두막 집 지붕에 첫눈이 살포시 얹혔다. 그리고 다시 함박눈이 우리를 배웅해 주던 곳. 

  


지난여름 우리가 묵었던 이곳은 바캉스 시즌이 끝나면서 인적이 드물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주로 고갯마루까지 이동하여 그곳에서 트래킹을 즐겼다. 우리가 이곳에서 이틀을 보낸 이유는 돌로미티가 내어주는 샘물 때문이었다. 잠시 정차를 하고 샘물을 마셔보니 물맛은 달콤했다. 




물 맛에 관한 한 소믈리에 수준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하산길.. 그곳을 다시 찾아 트렁크를 열고 준비해 간 물통(5리터들이) 전부에 샘물을 받았다. 심지어 작은 음료수 병에까지 샘물을 가득 채웠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물은 비교가 안 되는 고급진 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샘터에서 작은 페트병을 씻어서 물을 받고 있었다. 



지난여름 이 샘터는 이끼가 끼어있었는데 퇴수구를 열어놓고 깨끗이 청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다시 올 줄 몰랐지만 첫눈을 따라오다 보니 마침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우중충 하기만 했던 하늘에서 함박눈을 쏟아붓는 것이다. 함박눈과 그녀.. 절묘한 조합이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눈이 날리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어느덧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는데 그 위로 첫눈이 다시 오시는 것이다.



서기 2020년 12월 31일 오전(현지시각),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자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 그녀가 그리워하고 있는 풍경이 오롯이 묻어났다. 첫눈을 따라 최초 치비아나 고갯길(Passo Cibiana)에서부터 이곳 빠쏘 지아우 고갯길(Passo di Giau)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3박 4일에 불과했지만, 수년간 이곳에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배어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우리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뭉기적 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산하의 바람과 물이 되어 영원히 머물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집으로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탈리아의 코로나 비루스 그래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체질적으로 허약한 그녀는 코로나를 무서워했다. 



그때부터 바를레타에서부터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왕복 3000킬로미터에 이르는 머나먼 길을 이동하여 한국으로 도피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바를레타에 홀로 남겨진 1인.. 잠시 잊고 살던 그리움이 무엇인지 실감하며 한 해를 보내 드리고 있다. 그동안 연재 포스트를 사랑해 주신 이웃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린다. 끝 


In attesa della prima neve che cade di nuovo_Passo Giau
il 31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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