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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2. 2021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2021, 시작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타란토에서

우리가 잘 몰랐던 세상..?!!



   서기 2020년 12월 31일 정오 경,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부지런히 짐을 꾸렸다. 1박 2일 동안 어디론가 다녀올 요량이었다. 그곳은 뿔리아 주 끄트머리에 있는 타란토(Taranto)라는 곳이다. 바를레타에서 타란토까지 거리는 대략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자동차로 1시간 50분 정도가 소요되는 곳이다. 이번에는 나홀로 여행이지만 하니와 함께 다닐 때 챙기던 준비물 대부분이 동행했다. 



1박은 차콕으로 자동차에서 잠을 잔다. 운전석 의자를 뒤로 빼내고 의자를 젖히면 비행기의 비즈니스 좌석처럼 변하게 된다. 두 다리를 쭉 뻗은 다음 침낭을 덮고 자거나 침낭 속에서 잠을 자면 기막힌 잠자리로 변한다. 여기에 야영용 가스레인지와 작은 냄비와 수저 등을 챙기고, 과일과 채소 등 식재료와 물 그리고 포도주 두 병 등을 넉넉히 챙겼다. 일정을 1박 2일로 잡았지만 혹시라도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올 참이었던 것이다. 



금번 연말연시의 일정은 타란토가 주 목적지였지만 평소 둘러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결국 바를레타(Barletta)-마 싸프라(Massafra)-타란토(Taranto)-브린디시(Brindisi)-꼬쩨/꼬스타 데이 뜨룰리 리빠뇰라(Cozze / Costa dei Trulli Ripagnola)로 긴 동선을 긋게 되었다. 그곳은 한국인들이 안 가거나 잘 못 가는 여행지였으며, 첫 번째 목적지 타란토는 이탈리아 반도를 장화에 비교했을 때 장화 바닥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탈리아 명소는 주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 반면 이곳은 덜 알려져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주요 공항(로마, 밀라노)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교통편도 좋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부터 타란토까지는 매우 편리한 고속도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를레타란 도시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조차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이다. 


이날 고속도로는 거의 텅 비어있었다. 어쩌다 한 두대의 자동차가 발견될 뿐 고속도로는 독차지나 다름없었다.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이탈리아인들이고 보면, 이날부터 이어지는 새해맞이 축제는 우리나라의 음력설과 많이 다른 분위기이다. 명절만 되면 고속도로 톨게이는 줄을 잇고 정체가 극심한데 비해 이곳은 텅 비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 19가 한몫 거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가 텅 비었지만 속도를 높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느긋하게 초행길의 풍경을 감상하며 목적지로 달리는 것이다. 이날 목적지로 택한 타란토에서는 평소와 달리 새해 일출이 시작되면 바다로부터 혹은 산중에서 맞이하던 것과 달리 도시 위로 솟구치는 일출을 보고 싶었다. 목적지 반대편에서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쪽을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생겼다. 타란토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유를 하고 돌아서는데 매우 특별해 보이는 도시가 언덕 위에 줄지어 있는 것이다. 그곳이 언급한 마싸프라란 곳이었다. 미처 몰랐던 전혀 색다른 도시이자 문명을 등진 것 같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 현장을 만나본다.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광활한 평원에 펼쳐진 감귤과 올리브 농장이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연상키는 아름다운 풍경이 초행길의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 즉시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를 해 두고 두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타란토에 들어서면서 미리 주유를 보충해 놓고 돌아서는데 당장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듯한 시꺼먼 하늘 아래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보는 봉분 너머로 석회암들과 크고 작은 동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동굴 위로 돌로 만든 집들이 언덕 위에 조각처럼 펼쳐진 곳.



이곳의 장묘문화는 봉분을 선호했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를 정차해 두고 주변을 둘러보니 봉분의 의미가 그럴듯했다. 이곳 사람들은 신석기시대 때부터 살아왔는데 그들의 집은 주로 동굴 속이었다. 석회암을 적당히 파 내고 동굴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흙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도 없었을 것이다. 돌 속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길.. 그들은 나중에 비잔틴 문명에 접어들면서 오늘날과 같은 도시의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를 한쪽에 주차해 두고 처음 본 신기한 광경에 천천히 빠져들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세상












자료를 뒤적여 보니, 마싸프라는 인구 3만 수천 명이 살고 있는 곳으로 현지 방언으로는 마자프레(mas'safra, Mazzàfre)라 부르기도 한다. 1939년 6월 1일부터 현재의 이름이 자리 잡은 것이다. 무르지아 타란띠나(Murgia tarantina) 기슭에 위치한 이 도시는 떼르라 델레 그라비네 자연공원(Massafra rientra nel Parco naturale regionale Terra delle Gravine) 일부이며, 산타 엘리야 산의 (Monte Sant'Elia) 세계 야생생물 보호구역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잠시 겉모습만 둘러본 나는 궁금증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었다. 궁금증은 내게 오래 버텨내지 못한다. 그 즉시 자동차를 돌려 마을 한복판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내고 마을을 둘러본 것이다. 예상을 너머 상상 불가한 풍경이 짐시 후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계속>


L'inizio del 2021 a Taranto, Regione Puglia in ITALIA
il 02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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