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5. 2021

바다야 바다야 이오니아 바다야

#4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또 이 도시는 큰 바다와 작은 바다를 낀 도시로 '두 바다의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자료를 번역하는 동안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런 한편,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에서 이오니아 해를 낀 이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됐다. 어느 시대에나 영원한 부귀영화는 없었으며 빈부귀천은 그 시대의 혼돈에 따른 작은 조화의 한 단면일 뿐이었다.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오늘날의 타란토의 위상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타란토의 옛 영화는 이 도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단지 그들의 흔적만 남겼을 뿐이다. 그 세월이 어느덧 2천 년을 넘겼고, 오늘날은 유럽 최고의 철강산업 단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고, 일바의 아스날 해군의 주요 군사기지 역할(La città è sede dell'Arsenale marittimo della Marina Militare, dell'Ilva)을 하고 있었다.


   지난 여정 두 얼굴의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두 바다의 도시 중에서 타란토의 관문인 돌다리를 지나 석호 쪽과 이오니아 해 쪽 일부를 잠시 둘러본 후 타란토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 도시의 중심은 어항 쪽의 풍경과 달리 도시가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연말연시를 맞이해 자동차들이 길 가장자리에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길은 일방통행로로 이어졌으며, 구도시(Centro storico) 중심부에 도착했을 때 겨우 주차공간을 발견했다. 그나마 그곳은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시동을 켜 둔 채 정차를 해 놓고 눈 앞에 펼쳐진 이오니아 해를 바라볼 수 있었다.



바다야 바다야 이오니아 바다야




연말연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하고자 나선 여행에서 난생처음으로 전설의 바다 이오니아 해와 마주친 것이다. 드넓은 타란토 항구 저 너머로 2020년의 마지막 호흡이 간당간당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항구와 사뭇 다르게 타란토는 여유가 넘쳐났다. 저만치 항구가 보이는 발아래로 무시로 파도가 밀려들었다. 물빛은 너무 맑아 속이 훤히 비쳤으며 내가 서 있는 곳은 오래전에 건설된 아르고네제(Castello Aragonese)성이 코 앞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이 성이 건축된 시기는 서기 780년경으로 당시 비잔틴 사람들은 사라센과 베네찌아 공화국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로카(Rocca_요새)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요새는 창과 화살, 돌, 그리고 뜨거운 기름으로 싸웠던 높고 좁은 탑들로 구성되었다. 



그 후 1481년경, 작은 배들이 지나갈 수 있고 성의 방어를 향상하기 위해 현재의 운하보다 더 좁고 불규칙한 해안선이 건설되었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1486년에는 나폴리의 페르디난도 1세(Ferdinando I di Napoli)가 건축가이자 군사 기술자인 프란체스코 디 조르지오 마르티니(Francesco di Giorgio Martini)를 임명하여 성을 확장하고 현재의 구조를 완성했다고 했다. 



이날 나의 목적은 일몰과 일출을 만나기 위함이었으므로 아르고네제 성은 물론 지근거리에 빤히 보이는 타란토의 명물 뗌삐오 디 포세이도네(Tempio di Poseidone (Taranto))를 그냥 지나치는 실수를 범했다. 이 신전은 현재 뼈대 두 개만 남았지만 사실상 타란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구도시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바로 곁에 요새와 운하가 있었던 것이다. 



 운하는 석호 안쪽과 타란토 항구를 연결하고 있었다. 어선들은 요새 곁에 건설된 운하를 통해 이오니아 해로 진출했으며 이 지역의 해군 함정도 (위 자료사진) 운하를 통해 드나들었다. 이날 주차공간의 여유만 있었더라도 요새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 것. 



하지만 무엇이 그리 바빴던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진풍경을 곁에 두고 이 도시가 멀리 바라보이는 바닷가로 떠나기 바빴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다음에 가 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돌아섰다. 정말 아쉬웠다. 그 대신 이오니아 해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서서 전설을 썼다가 다시 지우는 파도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이오니아 해의 전설을 간직한 견고한 요새는 오랜 세월 동안 고스란히 잘 보존되고 있었으며 타란토의 오늘을 상징하는 주요 유적으로 남아 한 여행자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고 서 있는 것이다. 요새의 상단 구조를 참고하면 전술한 창과 화살, 돌, 그리고 뜨거운 기름으로 적들의 접근을 막았던 훌륭한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늘날의 타란토는 이들 유적들 외에 크게 눈에 띄는 모습을 찾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모습이었다. 어쩌란 말인가.. 한 때 이 바다가 사랑한 옛사람들은 온데 간데 없고.. 파도는 변함없이 옛사랑을 찾아 무시로 들락거리는데 말이다. 세월은 가고 흔적만 남은 오래된 도시에서 무심한 바다만 바라본다. 


바다야 바다야 이오니아 바다야..!!


L'inizio del 2021 a Taranto, Regione Puglia in ITALIA
il 05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두 얼굴의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