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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6. 2021

그님의 마지막 숨소리

#5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그님의 임종을 지켜보셨는가..?!!



우리가 잘 몰랐던 이오니아 해의 전설을 간직한 견고한 요새는 오랜 세월 동안 고스란히 잘 보존되고 있었으며 타란토의 오늘을 상징하는 주요 유적으로 남아 한 여행자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고 서 있는 것이다. 요새의 상단 구조를 참고하면 전술한 창과 화살, 돌, 그리고 뜨거운 기름으로 적들의 접근을 막았던 훌륭한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늘날의 타란토는 이들 유적들 외에 크게 눈에 띄는 모습을 찾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모습이었다. 어쩌란 말인가.. 한 때 이 바다가 사랑한 옛사람들은 온 데 간데없고.. 파도는 변함없이 옛사랑을 찾아 무시로 들락거리는데 말이다. 세월은 가고 흔적만 남은 오래된 도시에서 무심한 바다만 바라본다. 


바다야 바다야 이오니아 바다야..!!



지난 여정 바다야 바다야 이오니아 바다야 편 끝머리에 이렇게 썼다. 초행길의 타란토 여행에서 만난 이오니아 바다는 아름다웠다. 오늘날은 이탈리아에 편입된 땅이지만 한 때 이곳은 그리스의 문화가 지배하던 곳. 타란토 구도시 중심에는 신전이 있었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신전을 떠받치던 10개의 기둥 중에 두 개의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위 자료사진 출처: Colonne del Tempio Dorico



그님의 마지막 숨소리


신들이 사라진 자리에 돌무더기와 함께 신전의 흔적만이 이오니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곳은 하루를 마감하는 태양이 저물던 곳이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그님을 배웅하는 듯 뜨거운 눈시울을 닮았다. 조금 전 나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자동차가 주차된 곳)에 서 있었다. 시내 한쪽을 잠시 둘러본 나는 신전에서 바라보이던 그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곳은 타란토 항구가 마주 보이는 곳이자 활처럼 휘어진 내항의 끝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오니아 해의 갈대


나는 그곳에서 한 해의 마지막 일몰이자 마지막 호흡인 나지막한 태양의 숨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맘때 이탈리아의 각 도시들은 중국의 춘절 때 풍경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란하다. 도시는 폭죽의 굉음 때문에 마치 전쟁터를 빼닮은 듯했다. 처음에는 그 장면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춘절의 의미나 이탈리아의 폭죽놀이는 많이 닮았다. 묵은 것을 치우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액막이를 위해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력설에 나누는 덕담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다만, 새해를 대하는 자세는 참으로 요란하다 못해 난리법석이다. 이렇게 요란한 시간은 한 해 마지막 날부터 새해가 되는 자정이 도래하는 시점부터 도시는 불바다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새해가 더 나아졌을까.. 



인생의 타임라인은 과거와 현재기 힘을 합해 내일을 만든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인간계는 그렇게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다. 타란토 중심에서 벗어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바닷가에 갈대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곧 사그라들 볕을 온몸에 두르고 잔잔한 파도소리를 듣고 있었다.  



타란토 바닷가에 꽃잎 내놓은 풀꽃과 수선화


바닷가에 조성해 둔 숲을 지나자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노는 장면이 목격되었으며, 자리를 이동하는 사이 나홀로 피어난 수선화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이들은 세발자전거를 타고 엄마더러 징징대고 있었다. 뭔가 모를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에 비해 풀꽃과 수선화는 방긋방긋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왜 이런 풍경으로부터 멀어지거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단 말인가. 아마도 그들은 폭죽을 언제 터뜨릴까 궁리를 하며 자정을 기다리겠지.. 그런 한편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사그라들기를 바랄 것이다. 그건 옳은 희망사항이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해. 코로나 청정지역 대한민국 정도만 되어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하니와 함께 보냈을 게 아닌가. 그런 가운데 내 친구가 되어준 풀꽃과 수선화..(고맙구나. 아이들아. ^^)



저물어 가는 타란토 바닷가




일몰 명소를 물색하던 나는 마침내 파도에 떠밀려온 해초가 가득한 한 바닷가에 자동차를 주차했다. 그곳은 조금 전 다녀온 타란토 시내의 신전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곳이자 항구가 잘 조망되는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2020년의 마지막 일몰을 지켜볼 것이며,  도시 위로 떠오르는 2011년 새해를 지켜볼 작정이었다. 



인적이 거의 없는 이오니아 해 해변은 특별했다. 나뭇잎처럼 생긴 해초가 파도에 떠밀려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발을 다뎌보니 스펀지처럼 폭신푹신거렸다. 해변에서 가까운 곳에 지난여름 바캉스 시즌에 사람들이 들끓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탈의실과 샤워장 그리고 매점이 나란히 붙어있는 작은 건물 옆 공터에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요깃거리를 챙겼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길을 나섰더니 해질 녘 허기가 몰려든 것이다.  



그님의 마지막 숨소리




그런 잠시 후 부모님을 멀리 떠나보내는 듯한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이 아닌가 싶었던 시간들.. 늘 봐 왔던 죽음이지만 막상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하늘나라로 떠날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이 함께 했다. 생전 그렇게 목 놓아 꺼이 꺼이 운 적이 또 있었을까.. 



태양계의 하루는 조석으로 늘 같아 보이지만 매일 다른 모습이라는 걸 머리가 굵어지면서 알게 됐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빛의 현상은 태양으로부터 출한지 대략 8분 20초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포착된 것이다. 그 빛은 태양의 흑점 변화(온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작은 변화에 대해서는 기온 정도로 느낄 뿐 언제나 동일해 보일 것. 그러므로 매일 우리가 보고 지나치는 일출과 일몰의 현상은 각기 다른 현상이 아니겠는가..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보시는 거 다 아시죠..? ^^


그러고 보니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은 또 하나의 생명체처럼 여겨지고 참으로 안타까운 임종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님이 숨을 거두는 장엄한 일몰 현장에서 자동차의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의 볼륨을 크게 높였다. 



혼자 바라보는 이오니아 해 너머의 긴 호흡.. 자칫 눈시울이 뜨거워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L'inizio del 2021 a Taranto, Regione Puglia in ITALIA
il 05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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