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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5. 2021

요정(妖精)들이 사는 언덕

#14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저 언덕 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이날 또르레 뿐따 뺀나를 한 바퀴 돌아오면서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았다. 피곤이 몰려들었다. 왜 그랬는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일출을 맞이한 즉시 이곳으로 이동을 했으므로 식곤증과 더불어 피곤이 몰려드는 것이다.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 꿀떡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쉬고 있느니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차를 돌려세웠다. 그런데 이때부터 아드리아해는 나를 다시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폴리 왕국 때 세워둔 전망대가 곳곳에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며 그곳의 풍광은 뛰어났다. 뿐따 뺀나가 바닷가의 편평한 곳에 위치했다면 또르레 떼스타(Torre Testa)는 해안의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이런 일은 이탈리아 동해안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서 연이어 이어졌다.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


   지난 여정 이탈리아 동해안의 망중한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또르레 뿐따 뺀나를 떠나 바닷가로 이어진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닷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부터 떨어진 외딴곳이자 절벽 위였다. 그 즉시 저 언덕 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전편 사진과 영상에 확인되는) 잠시 후 나는 절벽 위로 접근할 수 있는 작은 길을 발견하고 자동차를 주차했다. 그런 잠시 후.. 나의 궁금증은 절로 해소되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요정(妖精)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요정(妖精)들이 사는 언덕




   나는 조금 전 또르레 뿐따 뺀나에서 바닷가 (La spiaggia di Punta penna)를 거쳐 아드리아해 곁에 있는 지방국도를 따라 천천히 북상했다. 그러한 잠시 갈대숲을 벗어나자 탁 트인 공간으로 아드리아해 바다가 비췻빛으로 묻어났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드넓게 펼쳐진 곳. 



그곳에서 전망이 좋을 것만 같은 바닷가 절벽을 만나게 됐다. 아드리아해는 물고기를 내어주지 않았던 것일까.. 새해 첫날부터 낚시 삼매경에 빠진 한 사람이 낚싯대를 바다에 넣었다 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 바닷바람을 쇠고 언덕 위로 가 보았다. 운이 좋으면 뾰족한 절벽 끄트머리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곳에 서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행운이 뒤따라야 한다. 사람들은 그걸 운칠기삼(運七技三)으로 부른다. 당신이 가진 기술은 겨우 30% 밖에 써먹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능력자들은 반대의 경우를 보이다가 어느 날 개죽쑤듯 망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소박한 꿈에 깃든 행운은 실패할 일이 없다. 내가 언제 어디를 가도 행운이 뛰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나는 다시 어린왕자와 조우했다. 바닷가 언덕 위에는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머리를 박고 자란 뿌리 깊은 화초가 살아가고 있었다. 



-참 아름답기도 하지 아가야.. 안녕 ^^

-와~ 아더찌 넘 반가워요. 우리동네에 아더찌 모르는 아이들이 업떠요.ㅋ



어린왕자


아, 어린 왕자! 나는 이렇게 해서 조금씩 조금씩 네 쓸쓸한 생활을 알 게 되었다. 너는 해 지는 고요한 풍경밖에는 오랫동안 오락이라는 게 없었지. 나는 넷째 날 아침, 네가 이런 말을 했을 때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나는 해 지는 풍경이 좋아. 우리 해 지는 걸 구경하러 가."

"하지만 기다려야 하는데."

"뭘 기다려?"

"해가 지길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처음에 너는 몹시 이상해 하는 눈치 더니 나중에는 나를 보고 웃었다.

너는 이런 말을 했었다.


"난 아직도 우리 집에 있는 줄 알았어."


과연 그렇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미국이 오정인 때에 프랑스에서는 해가 진다. 해 지는 것을 보려면 1분 동안에 프랑스로 갈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조그마한 네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자국만 뒤로 물려 놓으면 그만이었지. 그래서 네가 보고 싶을 때마다 해 지는 풍경을 구경할 수가 있었지.


"하루는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 구경했어."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어,


"아저씨…… 몹시 쓸쓸할 적엔 해 지는 게 구경하고 싶어 져……."

"그럼 마흔네 번 구경하던 날은 그렇게도 쓸쓸했더냐?"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너는 어느 별에서 온 거니..?

-ㅋ 안드로메다요. 아더찌, 그 별 아세요? ^^

-알다마다.. 글치만 너무 먼 곳에 있는 걸..ㅜ

-와 신난다! 거기가 저의 고향이데요. ㅋ


언덕 위에서 만난 요정과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 



-그래? 너무 반갑구나 아가야. ^^

-다른 사람들도 알아요? 아더찌! ㅋ 


-내 말 잘 들어보거라. 세상은 참 신묘하고 아름다운 곳이야. 사람들은 이 세상을 만든 이를 조물주라 부르기도 하고, 하느님이라 부르기고 하며 천지신명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지.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등에 대해 물으면 공부 못하는 바보가 되는 거야.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기 때문이지. 그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은 둘로 쪼개어졌단다. 창조설과 진화론이 대표적인 예로 서로 충돌하고 있단다. 




나는 그중 창조설에 동조하는 1인이란다. 우리 행성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빕비아(Bibbia) 등으로 불리는 성경이란다. 아저씨가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은 물론 세계의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지. 그 책에는 창세기에서부터 요한의 묵시록(Apocalisse di Giovanni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까지 66권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진화론은 배격하고 창조론을 믿지만 떼 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과 조금은 달라.


-너무 재밌고 궁금해요. 아더찌..ㅋ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아가야.ㅎ 



-빕비아에 실린 내용은 허점투성이야. 억지로 짜 맞춘듯한 느낌이 물씬 배어나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무조건 믿어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믿기만 하면 천당에 간다는 거야. 반대로 안 믿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단다. 그게 만연되어 어느 날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단다.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대한민국에 살고 있단다. 얘야 어린왕자 알지..?


-네, 잘 알아요 아더찌..ㅋ

-그렇구나.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단다.


"하루는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 구경했어."



-아더씬 왜 그럴 거라 생각해요? ^^

-난 말이다. 그 아이가 왜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 구경했는지 알아요.

-왜요. 아더찌..ㅋ

-자꾸만 아더찌 아더찌 하고 혀 짧은 소리 말고 들어 봐.ㅜ

-네, 아더찌! ㅋ



-어린왕자가 마흔네 번 구경한 그곳은 안드로메다 곁에 있는 작은 별이란다.

-브라보! 아더찌.. 맞아요 마자..ㅜ 

-사람들은 어느 날 네가 살고 있는 이 언덕 너머 아드리아해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그리스에서 신화를 만들었단다. 에티오피아의 공주이자, 케페우스 왕과 카시오페이아 왕비의 딸이 어느 날 위기를 맞이했단다. 어느 날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인신공양이 될 뻔한 사건이었지.



-무서워요.ㅜ

-조금만 참고 기다려봐. 하하 

-빨리 쫌요. 아더찌..! ㅋ 

-알써, 공주는 괴물에게 바쳐질 운명으로 바닷가 언덕 위에 묶여 있었지. 이때 마침맞게  메두사를 퇴치하고 돌아가던 페르세우스가 나타나 괴물을 퇴치하는 행운을 거머쥔 거야. 그래서 자신을 괴물로부터 구해준 페르세우스와 결혼했다는 거지.. 히히 재밌냐? ^^

-넘 재밌떠요! ㅋ 그 담은 말 안 해도 알겠떠요. 

-그렇지, 공주가 죽자 그녀가 떠나온 곳의 이름을 따서 안드로메다라는 별자리를 만든 거지..





아드리아해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절벽의 언덕 위에는 겨울을 잊고 피어난 풀꽃들의 요정이 오후 햇살을 받아 싱싱하게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아침 해돋이를 보면서 안드로메다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해가 저만치 평원 너머로 떨어질 때는 해가 지는 풍경을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바라봤을 것. 어떤 사람들이 진화론을 말할 때 선뜻 동의하지 않은 것처럼 창조론 조차 허점 투성이었다. 



그런 까닭에 어떤 사람들은 정체도 알 수 없는 외계인이 인간의 조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것. 두 허점을 파고든 그럴듯한 주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동조하는 창조설은 은하계에서 너무도 미미한 존재인 태양계가 어느 날 혼돈을 거듭하며 따로 분가를 할 때.. 안드로메다 등 생명체를 지닌 어떤 별이 우리 행성에 부딪치면서 씨앗 혹은 생명체를 품었을 개연성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하늘을 우러러볼 것이며 일출과 일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될까. 



나는 잠시 언덕 위에서 풀꽃들과 아드리아해를 번갈아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또르레 떼스타 델 갈리꼬(Torre Testa del Gallico)라는 낡은 전망대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또 어떤 전설이 깃들었을까.. 벌싸부터 설렘이 두 근 반 세근반.. <계속>


Torre Testa del Gallico di Brindisi_Regione Puglia in ITALIA
il 15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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