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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7. 2021

그 바닷가에 남은 그림자 하나

#15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모두 다 어디로 떠난 것일까..?!



그런 까닭에 어떤 사람들은 정체도 알 수 없는 외계인이 인간의 조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것. 두 허점을 파고든 그럴듯한 주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동조하는 창조설은 은하계에서 너무도 미미한 존재인 태양계가 어느 날 혼돈을 거듭하며 따로 분가를 할 때.. 안드로메다 등 생명체를 지닌 어떤 별이 우리 행성에 부딪치면서 씨앗 혹은 생명체를 품었을 개연성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하늘을 우러러볼 것이며 일출과 일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될까. 
나는 잠시 언덕 위에서 풀꽃들과 아드리아해를 번갈아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또르레 떼스타 델 갈리꼬(Torre Testa del Gallico)라는 낡은 전망대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또 어떤 전설이 깃들었을까.. 벌써부터 설렘이 두 근 반 세근반..  


지난 여정 요정(妖精)들이 사는 언덕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희한한 일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데 나의 발길을 붙드는 풍경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세상 끝까지 쫓아갈 형편이 아닌가.. 저만치 보이는 낡은 전망대와 주변을 바라보는 순간 피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드리아해와 전망대를 번갈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바닷가에 남은 그림자 하나




전망대 이름은 또르레 떼스타 델 갈리꼬(Torre Testa del Gallico).. 브린디시에서는 지안꼴라(Giancola)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또 자딧꼬(Jaddico)나 까뽀갈로(Capogallo)로 부르기도 하며, 전망대가 있는 곳은 중요한 습지로 보호되고 있는 곳이었다. 



탁 트인 바닷가.. 그곳에는 국도변으로 아주 가끔씩 자동차가 지나다니고 오후 햇살을 받은 전망대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아드리아해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낯선 이방인 1인이 바닷가 풀섶을 드나들며 전망대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브린디시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전망대는 오트란토 지역의 살렌토 해안 전망대(Una torre costiera del Salento della terra d'Otranto)란다. 이곳은 청동기 시대 때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으며, 로마 시대 때 원형경기장을 지으면서 사용한 용광로가 발견된 곳이라고도 한다. 



살렌토 지역의 다른 전망대처럼 지어진 시기는 나폴리 왕국 때였으며 보존 상태는 매우 열악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있을까.. 바닷가에서 홀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낸 세월이 500년도 더 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복원공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복원의 흔적은 묻어나지 않았다. 바닷가 언덕을 오가며 나폴리 왕국의 그림자 하나가 눈에 선하다. 세상에 중요한 게 다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어린왕자


닷새째 되던 날, 역시 양의 덕택으로 어린 왕자의 아래와 같은 생활의 비밀을 알 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속으로 생각하였던 문제의 결과 인양,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이런 말을 물었다.


"양이 말이야,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을 테지?"

"양은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지 먹는단다."

"가시가 돋친 꽃도 먹어?"

"그럼, 가시 돋친 꽃도 먹고 말고."

"그럼 가시는 어디에 소용이 있어?"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때는 엔진에 너무 꼭 박힌 볼트를 빼내 보려고 한참 골몰한 중이었다. 기계 고장이 매우 중대한 것같이 생각이 되기 시작했고 또 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최악의 경우를 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척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가시는 어디에 소용이 있어?"


어린 왕자는 한 번 물어보면 결코 그대로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약이 오른 판이라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가시, 그건 아무 소용없는 거야. 꽃이 고약해서 그런 것뿐이지!"

"그래?"



그러나 잠깐 묵묵히 있다가 그는 원망스러운 듯이 이런 말을 툭 던졌다.


"나는 아저씨 말을 믿지 않아! 꽃들은 약해. 그리고 순진해. 꽃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한 완전책을 쓰는 거야. 가시가 자기들을 보호하고 있으니까 자기들이 아주 무서운 것이기나 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요놈의 볼트가 그래도 꼼짝을 안 하면 망치로 두들겨 깨 버리리라.'

어린 왕자는 다시 내 생각에 방해를 놓았다.


"아저씨는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꽃들이……."

"아니다, 아니야! 아무렇게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되는대로 대답한 거다. 나는 지금 중대한 일을 하고 있어."


그는 어이가 없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중대한 일!"



어린 왕자는, 내가 손에는 망치를 들고 손가락은 시커먼 기름투성이를 해 가지고 그에게는 추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 위에 몸을 굽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는 어른들 모양으로 말하는군."


이 말을 듣고 나는 좀 부끄러웠다. 그러나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해. 모든 걸 뒤죽박죽을 만들어!"



그는 정말로 성이 잔뜩 나 있었다. 

그는 샛노란 금발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어떤 별에 살고 있는 얼굴이 시뻘건 양반 하나를 알고 있어. 그는 꽃 향기를 맡아본 일도 없고, 더하기밖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 온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착실한 사람이다, 나는 착실한 사람이다, 하고 되뇌이고 있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잔뜩 교만을 부리고 있어. 그렇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건 버섯이야!"


"뭐라고?"


"버섯이란 말이야!"



어린 왕자는 이제는 성으로 인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고 있어. 그렇지만 양들이 꽃을 먹어 왔던 것도 벌써 수백만 년째야. 그런데 어째서 꽃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 내느라 고생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하는 게 중대한 일이 아니야?…… 꽃과 양의 전쟁이 큰일이 아니야? 이게 시뻘건 뚱뚱보 양반의 더하기보다 더 중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란 거야? 그리고 말이야, 만약에 내 별 말고 다른 데는 아무 데도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내가 하나 알고 있었는데, 어린양이 제가 하는 일이 무언지도 모르고, 어느 날 아침 요렇게 단번에 먹어 없애 버릴 수가 있는데 그게 그리 중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는 얼굴을 붉히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누군가 수백만 개, 수천만 개 별 중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바로 별들만 쳐다봐도 행복한 거야. 속으로 '저기 어딘가에도 내 꽃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렇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 봐. 이건 그에게는, 별들이 모두 갑자기 빛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래, 이게 중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해는 이미 진 뒤였다.



내 손에는 연장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망치며, 볼트며, 갈증이며, 죽음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별, 어떤 떠돌이별, 나의 별, 즉 지구 위에는 위로를 해주어야 할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품에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을 당하고 있지 않아. 네 양에다가 굴레를 그려 주마. 그리고 네 꽃에는 갑옷을 그려 주고.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무척 서투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그의 마음을 도로 붙잡을 수 있을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그다지도 신비로운 것이다.





사람들이 쓰고 만든 역사와 유물들은 다 부질없는 짓일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우리들의 기억에만 희미하게 남아있거나 유적으로 남은 것들이.. 이곳 오트란토 지역의 살렌토 해안 전망대에 오롯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또한 머지않아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지워질지도 모를 일.. 그 곁 습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이 얼마나 대견한지..



파도는 무시로 해안을 들락거리며 아드리아해의 바닷바람을 퍼 나르고 있었다.



나는 바다를 향해 우두커니 서 있는 전망대가 몸씨 궁금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다 꺼져가는 그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점점 더 늦어지고 있었으며, 오후 햇살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주차해 둔 자동차를 옮겨 습지로 다가서니 그곳에 산책을 나온 사람들 몇몇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량해 보이는 듯 아름다운 풍경이 언덕 위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


Torre Testa del Gallico di Brindisi_Regione Puglia in ITALIA
il 16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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