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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4. 2021

이탈리아 동해안의 망중한

#13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우리나라 동해안과 이탈리아 동해안의 사소한 차이..!



당신의 작품에 나타난 어린왕자는 자기가 태어난 은하계의 어느 별로 되돌아 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가 12세 때 집 근처에 있던 앙베리외 비행장을 들락거리면서 배운 조종술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생각이다. 그는 먼 하늘을 날아 장차 당신이 가야 할 본향을 그리워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때 묻지 않은 나의 유년기를 돌아보고 있었다. 왜, 그때가 더 그리울까..


   지난 여정 개다리춤 소환한 바닷가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2021년 첫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장화 밑바닥에 위치한) 타란토에서 일몰과 일출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브린디시에서 모처럼 기분 좋은 풍경을 만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길 수 있는 바닷가 모습이었지만 내겐 소중했다. 가슴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유년기의 내 모습이 그곳에서 묻어난 것이다. 




이탈리아 동해안의 망중한




   사노라면 피치 못할 마음의 생채기가 생길 것인데.. 나이가 들면서 아직도 다 아물지 못한 생채기를 치유하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모두 다 아물었나 싶으면 부지불식간에 망각 깊숙한 곳으로 사라진 녀석들의 똬리를 틀고 있다가 나타나는 것이다. 브린디시의 또르레 뿐따 뺀나는 그런 나를 기분 좋게 만들며 치유를 해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곳을 그저 잠시 들었다가 갈 요량이었지만 결국 늦은 점심을 바닷가에서 먹게 되었다. 나의 자동차는 또르레 뿐타 뺀나 공원 입구에 주차해 두었는데 이후 네댓 대의 자동차가 더 주차되곤 했다. 새해 첫날이어서 그랬는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이후 나는 가끔씩 대한민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하곤 하는데 그 가운데 바다가 포함됐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난 다음 주변을 둘러봤다. 아드리아 해의 바닷물은 얼마나 맑은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한 모금 입에 넣고 싶을 정도로 투명했는데 우리나라 동해안과 비교해 보면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해수욕장이 없는 동해의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초가 눈에 띄지 않는 반면 타란토 바닷가에서 봤던 나뭇잎을 닮은 마른 해초가 해변을 덮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와 인접한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 해변과도 차이를 보였다. 그곳 바닷가에는 새파란 파래가 자라고 있었고, 고동이 곳곳에 달라붙어 있어서 우리나라의 바닷가를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유영하곤 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처럼 반도 국가이며 지중해(서해)와 아드리아해(동해)와 이오니아 해(남해)를 가진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리스 희랍 신화와 같은 역사적 전설이 덜 묻어나는 게 우리나라의 바닷가라고나 할까.. 



동해안이나 남해와 서해를 여행할 때는 주로 풍경에 의존하거나 그곳의 특산물을 생각했지만 아드리아해가 길게 뻗은 이탈리아 동해안을 돌아보면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심취(?)한 그리스(희랍) 신화가 자꾸 겹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신화 속의 신들이나 신들의 활약상을 보면 상상력이 무한 팽창되는 것이다. 희한한 일이다. 유년기에 빠져들었던 신화의 바닷가에 어느 날 내가 서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 북쪽 베네토 주에 위치한 '물의 도시' 베네찌아(Venezia)는 우리에게 흉노족(匈奴族)으로 알려진 훈(Hun)족의 침공을 피해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아드리아해의 석호로 이주해 오면서 만들어진 도시(425년)였다. 훈족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도 나지 않을 정도로 잔인했다고 하므로 그들은 바닷가 갈대숲 너머로 피신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바닷가는 나폴리 왕국이 지배한 곳이자 그리스의 문화가 통째로 옮겨진 곳이다. 



이날 또르레 뿐따 뺀나를 한 바퀴 돌아오면서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았다. 피곤이 몰려들었다. 왜 그랬는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일출을 맞이한 즉시 이곳으로 이동을 했으므로 식곤증과 더불어 피곤이 몰려드는 것이다.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 꿀떡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쉬고 있느니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차를 돌려세웠다. 그런데 이때부터 아드리아해는 나를 다시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폴리 왕국 때 세워둔 전망대가 곳곳에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며 그곳의 풍광은 뛰어났다. 뿐따 뺀나가 바닷가의 편평한 곳에 위치했다면 또르레 떼스타(Torre Testa)는 해안의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이런 일은 이탈리아 동해안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서 연이어 이어졌다.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 <계속>


La Spiaggia della citta' di Brindisi_Regione Puglia in ITALIA
il 14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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