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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9. 2021

수제햄과 삼겹살의 해후

-살시챠와 빤체타로 만든 꼬치 찜요리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일까..?!!



  서기 2021년 1월 17일(일요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최강 한파가 불어닥쳤다. 놀라지 마시라.. 금년 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상 1도를 기록한 것이다. 1월 중에 비바람이 오락가락하시더니 음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웃길 일이다. 영하 10도씨 혹은 20도씨의 체감 온도를 느끼고 눈이 쌓인 데서도 잘 살아가는 데 웬 영상 1도씨.. ㅋ 



글을 쓰면서도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지만 이곳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최강 한파가 맞다. 시민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다니고 아이들은 꽁꽁 싸맨 모습이 눈에 띈다. 이날 오전 10시경 산책 겸 운동삼아 방파제를 들렀다. 방파제 위에 올라서니 아드리아해가 졸고 자빠진 듯하다. 바람과 파도는 잦아들었으나 음산한 기운이 방파제 위로 들락거린다. 



연중 가장 썰렁한 풍경을 자아내는 때가 이때이다. 풀꽃들은 마르고 어쩌다 눈에 띈 녀석들의 표정도 잔뜩 움츠려 들고 있다.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비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넘실거리면 오히려 더 나을 듯했다. 글쎄다. 최강 한파는 한파였는지 카메라를 쥔 손이 시려온다. 



한국에서는 이런 날 생각나는 게 있었다. 속을 따뜻하게 데울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것. 요즘 우리나라의 겨울 풍속도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 위축되어 보이지만, 한 때 겨울이 오시면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때만 해도 하니와 대작을 할 정도로 겨울은 겨울다운 맛이 있었다. 집 앞 포장마차에 들러 옷깃을 여미고 닭똥집이나 어묵 등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 천국이 포장마차 안으로 스멀스멀 기웃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오래된 습관을 부채질한 것은 최강 한파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파에 어울리는 식재료를 구입했다. 그게 오늘 소개되는 살시챠와 빤체타로 만든 꼬치 찜요리(Spiedini di salsiccia e pancetta al vapore in casa mia)인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이 요리는 초간단 리체타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만들기 쉽고 맛도 괜찮아 밥반찬은 물론 손님 상에 올려두면 각광을 받을 게 틀림없다. 



초간단 리체타는 이러하다.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고급 수제 햄을 사용하시기 바란다. 그걸 꼬치에 끼우고 얇게 저민 삼겹살을 돌돌 말면 끝. 여기에 띠모나 살비아 혹은 로즈마리노를 아주 잘게 다져 올리브유에 재워 두고 겉에 바르면 풍미가 최고급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내가 사용한 방법은 청양고추를 사용했다. 따로 후추를 뿌릴 이유도 없다. 살시챠 속에 간과 양념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는 숯불에 구워 먹으면 시쳇말로 끝내준다. 이날 나는 잘 데운 팬 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돌려가면서 고루 굽다가.. 비노 비앙꼬 두 큰 술 정도를 고루 펴고 뚜껑을 덮었다. 대략 5분의 시간이 지나면 요리 끝. 이때 서로 헤어져 살던 살시챠와 삼겹살이 뜨거운 포옹을 하며 관중들을 흐뭇하게 할 것이다. 바를레타의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최강 한파가 합작한 맛있는 꼬치요리.. 나 혼자 게눈 감추듯 다 먹었다. ^^


Spiedini di salsiccia e pancetta al vapore in casa mia
il 19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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