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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1. 2021

안 먹어도 배부른 풍경

#19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알아두시면 유용한 식재료 하나..!!



한 때 나폴리 왕국이 다스리던 나라의 임금님도 그러했을까.. 어린 왕자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는 모순투성이였다. (지가 젤 잘난 줄 알아..ㅜ) 한 때 나라의 변방에 위치한 바닷가를 지키던 전망대도 쓸모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왕들은 소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불통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전망대의 친구가 되어주던 풀꽃들은 달랐다. 어느 날 잠시 들른 바닷가 외딴곳에서 만난 그들은 벼랑 끝에서 꽃을 피우며 인사를 건네는 내게 손짓을 했다. 



-안녕 얘들아. 너희들은 왜 위험한 절벽 끝에 살고 있는 거니..? ^^

-(일제히)와 아더찌다. 이곳은 전망도 조코요. 토끼가 덤빌 수 없는 곳이거덩요. ㅋ

-그렇구나. 잘 있거라 아가들아. 챠오~ ^^

-아더찌.. 만나서 행복해떠요. 잘가떼요. 엉엉 ㅜ 


나는 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아드리아해 바닷가를 따라 북상하며 귀가를 재촉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잠시 후 나는 뿔리아 주의 바닷가에 위치한 명소 곁을 지나다가 그들이 내민 손에 이끌려 다시 차를 돌려세울 수밖에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피곤했을 법도 한데 어디서 그런 힘이 샘솟았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여정 소중한 이웃과 감동의 편지 한 통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지내놓고 보면 모두 다 그리운 것일까.. 나는 또르레 떼스타 델 갈리꼬 혹은 지안꼴라(Torre Testa del Gallico o Giacola) 전망대를 떠나면서 남긴 글에서 실제로 눈시울을 적셨다. 어느 날 만난 타국의 유적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두 번 다시는 가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근거리에 있지만 호기심으로부터 멀어진 풍경들은 다시 찾게 되지 않는 것이다. 



안 먹어도 배부른 풍경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두 번 세 번 연거푸 다시 찾을지 모르겠으나, 사노라니 그냥 가슴에 묻어두는 게 훨씬 더 나을 때도 있었다.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운전석 좌측으로 비옥하고 넓은 평원이 펼쳐지고 있었으며 우측으로는 아드리아해가 나를 따라나섰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전형적인 모습이 좌우로 펼쳐지는 것이다. 



잠시 후 가로수 너머 평원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즉시 조금 전에 지나쳤던 곳으로 차를 돌려세웠다. 운전석에서 목격된 풍경은 쥬키니(zucchine) 호박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 보니 까볼로(Il cavolo, 양배추)였다. 양배추의 시든 이파리가 오후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딴 세상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배추가 대체로 한 종(種)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다양한 종류가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양배추는 브라씨까 올레라체아 또는 브라씨까 실베스트레(Brassica oleracea o Brassica sylvestre)로부터 출발해 오늘날 다양한 품종으로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야채는 물론 식재료가 눈에 띄면 그 즉시 기록을 해 놓고 번역을 해보는 등 정체를 알아보는 습관이 됐다. 요리사 눈에는 식재료만 눈에 띄는 것일까.. 가까이서 관찰해 보니 식용으로 먹기보다 관상용으로 집에서 키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장에서 한 두 포기를 봤을 때가 비교가 안 되는.. 안 먹어도 배부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양배추 종류는 두 종류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양배추가 있다. 그냥 양배추로부터 검은 양배추, 일본 양배추, 중국 양배추, 하얀 양배추, 보라색 양배추, 겨자, 순무, 브로콜리, 브뤼셀 양배추, 그리고 붉은 양배추 등이 이에 속한다. (cavolo, cavolo nero, cavolo giapponese, cavolo cinese, cavolo bianco , cavolo viola, senape, rape, rape, broccoli, cavoletti di Bruxelles, cavolfiore, cavolo rosso)



양배추가 드넓은 평원 가득 자라고 있는 풍경만으로도 이탈리아인들이 얼마나 즐겨먹는 야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뿔리아 주에는 이곳 외에도 엄청나게 많이 재배된다.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한 채소이며 효능을 참조하면 더욱 놀랍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양배추의 효능을 참조하면 이러하다.



양배추의 기원에 따르면 기원전 4000년 경에 중국에서 재배되었다고 한다. 양배추가 유럽에 전해진 시기는 기원 후 600년 경이라 하는데 16세기 중엽에 프랑스의 한 탐험가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에 전해지면서 세계인들이 즐기는 야채로 거듭나며 품종 또한 다양해진 것이다. 이런 과정 등으로 우리 식탁에 오른 양배추는 한 때 약용으로 사용될 정도였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시대 때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었다는 것. 몸에 좋은 다양한 효능 때문이었다.



양배추는 몸의 독성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 C와 황이 활성산소와 요산으로 인한 독성을 제거하고, 함유된 인돌-3-카르비놀 간의 독성을 제거하여 몸의 해독 기능을 높인다고 한다. 우리 인체의 독성으로 말미암아 류마티스성 질병과 피부병은 물론 통풍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하므로 가히 약초라 불릴만하다. 



뿐만 아니라 항암 성분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양배추는 물론 배추에도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i)라는 항암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 성분이 효소 작용을 통해 암세포를 억제한다고 하므로 눈여겨 봐 주시는 게 좋다. 이런 성분 때문에 미국의 암협회에서 암 발병 위험도를 낮추는 음식으로 양배추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는 것. 실험 결과 앵배추를 꾸준히 먹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비교했더니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의 식성을 비꼬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몸에 좋다면 다 먹어치우는 식습성 때문에 '책상다리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겁나 웃기는 민족이군.  ^^) 반면에 음식을 잘 먹는 것은 복이다. 나 또한 잡식성이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러나 자칫 기호식품에 빠지게 되거나 편식을 하게 되면 건강을 해치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이때 양배추를 찜해두면 나쁜 식습관에서 생기는 몸의 이상 신호를 바로 잡아줄 것으로 믿는다. 



특히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PC를 사용할 때 눈이 피곤해질 것이다. 이때 양배추 중에서 보라색 양배추를 눈여겨봐 둘 필요가 있다. 이곳에 함유된 항산화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은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 A(Retinolo)로 작용해 시력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것.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일일이 식재료의 성분까지 체크하고, 의사들도 머리가 뻐근할 용어를 일일이 기억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러나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는 순간 양배추의 효능은 물론 요리법이 와르르 쏟아지게 될 것이다. 천하보다 더 귀한 당신을 위해 잘 챙겨두시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양배추 밭에서 눈호강을 하며 건강까지 다잡게 된다.



양배추밭을 떠나 빠르게 북상하면서 갈림길에 들어섰다. 자료사진의 이정표에는 바리와 꼰베르사노(꼬쩨)가 적혀있디. 바리 쪽 방향은 남쪽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이자 우리 집 바를레타로 북상하는 길이다. 그런데 나는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집으로 가는 길 반대방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집을 향해 북상하던 중 아드리아해가 보이는 바닷가의 눈에 익은 풍경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곳에는 석기시대 때 만들어진 지붕이 뾰족한 돌집(capanne di pietra)이 바닷가를 따라 곳곳에 널려있었다. 다시 한번 더 피곤해진 발걸음을 붙드는 장면이 석기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해가 뉘엿거릴 때까지 발품을 팔았다. <계속>


Cozze/Costa dei Trulli Ripagnola_La Regione Puglia in ITALIA
il 20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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