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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7. 2021

흙이 없는 피오르드 마을

#2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버스가 깔레타 토르텔의 종점에 사람들을 쏟아놓자 배낭도 챙기기 전에 언덕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봤다. 마을은 나지막한 피오르드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바닷가에는 나무로 만든 길(나무데크)이 바닷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의 나라 같은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 흙이 없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피오르드 곁에 있는 이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갈까 궁금할 뿐이었다. 다시 버스로 돌아가 하니가 챙겨놓은 우리 배낭을 찾아 깔레타 또르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기 2021년 1월 25일 저녁 무렵, 오래 묵혀 숙성된 사진첩을 열어보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 처했어도 살아가기 미련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전에 사라졌던 원주민(인디오)의 후손을 만났으며,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서 자라고 있었던 야생화는 물론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를 만나기도 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제외한 여타 지역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그리고 마을 뒷산에 올라 피오르드 협만을 굽어보며.. 갈 수 있는 데까지 먼 곳으로 가 보고 싶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노라면 지치고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잊고 싶은 일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그때 무기력해진 당신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삶에 희망을 북돋울 수 있는 먼 나라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곳에서 만난 건 흥미로운 구조의 마을뿐만 아니었다. 자기 이웃은 물론 먼 우주와 소통하고 있었던 풀꽃들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꽃잎을 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절망에 익숙했다면 꽃을 내놓았을까..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나부터 먼저 가슴이 설렌다. 



   지난 여정 흙이 없는 마을 찾아가는 길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사진첩을 열어보니 당시의 느낌이 오롯이 묻어났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에 요동치는 아름다운 추억들.. 사람들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간을 돌려 다시 깔레타 토르텔로 돌아가 본다.



흙이 없는 피오르드 마을




냥이 집사의 머리통을 닮은 거대한 바위산은 머리에 눈을 이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돌덩이로 이루어진 갓은 단박에 알 수 있다. 태곳적이나 다름없는 오래전..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천지개벽이 일어난 현장의 모습이다. 마그마가 들끓다가 식으면서 형성된 땅.. 나무 숲은 몇 안 되는 흙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만년설이 내놓은 옥수를 머금고 살아가고 있었으며, 산기슭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위 자료사진 좌측 아래로 보이는 하얀 선은 나중에 알고 보니 습지 위로 길게 세워둔 나무다리였다. 그 앞에 몇 가구가 보이는데 조금 전 우리가 서성거리던 곳이었다. 버스는 저곳에서 잠시 주차하며 짐을 보트에 하역했던 것이다. 숲 너무로 리오 코크랑(Rio cochrane) 강이 흐르고 있다. 


이곳은 리오 코크랑의 하류이자 피오르드와 맞물린 곳이다. 지구촌에 있는 피오르드는 노르웨이나 그린란드, 알래스카와 칠레에 주로 분포된 곳으로 지금 칠레의 피오르드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빙하기 때는 이곳 전부가 얼음이 뒤덮여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까지 이어지는 여행 루트는 어떻게 될까..



깔레타 토르텔로 가는 여행정보




지난 여정 서두를 다시 참조하며 실로 장엄한 풍경이 비경이 펼쳐진 깔레타 토르텔의 여행 정보를 만난다. 하니와 내가 이곳까지 여행한 루트를 돌아보면 까마득하다. 이 세상 끝까지 가 보고 싶었던 꿈을 실행시킨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북미로 향하지 않고 한국의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로 향했다. 비행시간만도 30시간이 더 걸리는 긴 여정 끝에 우리는 마침내 칠레의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이다. 그곳에서 잠시 머물며 시차에 적응하며 주변을 둘러본 후에 즉각 남반구의 봄을 찾아 뿌에르또 몬뜨까지 내려갔다. 



그곳은 파타고니아 일주의 전초 기지 격이었으며 주변은 칠레의 로스라고스 주의 빼어난 절경이 널린 곳이었다. 말로만 듣던 북부 파타고니아의 대자연을 만끽한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까르레떼라 오스트랄(La Carretera Austral)을 따라 깔레타 토르텔까지 기나긴 여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그마치 2147킬로미터나 되는 거리이자, 그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상이 냉장고 속의 맛난 음식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첨부한 구글 지도 산티아고에서부터 깔레타 토르텔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열어보시면 보다 상세한 루트를 알게 될 것이다. 뿌에르또 몬뜨에서부터 깔레타 토르텔로 이어지는 길 까르레떼라 오스트랄은 1976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1996년에 이르러서야 완공되었는데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는 비포장 도로의 먼짓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 전 버스에 실린 짐을 하역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장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이런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다. 우리 행성의 비경이 칠레의 피오르드에 오롯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소년기 때부터 꿈꾼 곳이자. 하니와 함께 꼭 가 보고 싶었던 여행지였다.



우리는 마침내 꿈이 현실로 바뀐 현장에 발을 디딘 것이다. 버스 종점에는 이곳을 둘러본 여행자들이 버스 편을 기다리며 드러누운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양해를 구하고 기록을 남겼다. 하니와 나의 모습이 배낭여행자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청춘:안청춘 이랄까.. 



이곳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곳이지만 동시에 문명 저편으로부터 멀어진 곳이기도 했다. 요즘처럼 휴대폰이 일상화된 때가 아니었으며 아직도 무전기(장단파)를 통해 다른 지역과 소통을 하고 있기도 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깔레타 토르텔은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 조차 그렇게 보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평화가 깃든 마을.. 세상의 잡음은 덜덜거리는 버스의 엔진 소리가 거의 전부라고나 할까..



신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비경을 만들어 놓고 우리는 물론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등장한 나무데크가 이 마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도로라는 것을 눈치챌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저 장식용인 줄만 알았던 나무 데크가 알고 보니 골목길이자 도로였던 것이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리오 코크랑 강의 풍경이 단박에 이해됐다. 버스 종점에서 짐을 하역했다면 그 모든 것을 하나씩 어깨에 메고 높은 언덕 아래로 혹은 마을 중심으로 옮겨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곧 마을 입구에 발을 디뎠다. 그곳에 여행자를 환영하는 입간판이 서 있었다. 깔레타 토르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ienvenidos a Caleta Tortel..!



나무로 만든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흔히 볼 수 없는 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칠레의 피오르드가 펼쳐진 곳이자 우리에게 전혀 색다른 여행을 경험하게 해 준 명소였다. 흙 없는 마을에서 맨 먼저 한 일은 숙소를 구하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해프닝이 시작되고 마을을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 흙이 없는 마을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마을도 있었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7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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