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6. 2021

흙 없는 마을 찾아가는 길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첫회

흙이 없는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브런치를 열면 표지 사진 아래로 맨 먼저 보이는 풍경은 빼곡한 숲과 비포장 도로와 하얀 눈을 머리에 인 험준한 바위산이다. 이 길은 남미 칠레의 악명 높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가 집권할 당시에 만들어진 길이다. 그는 재임기간 중에 까르레떼라 오스트랄(La Carretera Austral)이라는 이름의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976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1996년에 이르러서야 완공되었다. 


까르레떼라 오스트랄 지도 출처: La Carretera Austral



이 길의 공식적인 이름은 루타 CH-7(ufficialmente ruta CH-7)로 불린다. 도로의 시작은 칠레의 유서 깊은 항구도시 뿌에르또 몬트(Puerto Montt)에서부터 파타고니아 깊숙한 비야 오이긴스(Villa O'Higgins)까지 장장 1240킬로미터로 이어진다. 대략 서울-부산을 두 번 왕복해야 하는 거리이다. 실제로 이 길을 따라 여행한 경험에 따르면 그 보다 더한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뿌에르또 몬트-오이긴스로 직접 갈 수 교통편이 없기 때문이다. 



출발지에서부터 도착지까지는 중간중간에 놓인 선착장을 경유해야 하며 도시와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에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시간도 대략 난감하다. 경유지에 도착하는 즉시 버스를 갈아탈 수 없는 곳이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부터 남쪽으로 이동하면 할수록 도시의 사람 수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파타고니아 중심부에 이를 때쯤이면 갈수록 오지로 변하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교통편이 넉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뷸구하고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이 루트는 바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도로는 동태평양의 협만을 끼고 있으며 안데스 산맥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지고 있는데.. 아무 데나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또 곳곳에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는가 하면 파타고니아 깊숙한 도시에서만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니와 나는 이 길을 따라 천천히 남하하며 파타고니아 여행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포스트의 시작은 뿌에르또 뜨랑퀼로에서부터 코크랑까지 여정을 끝낸 후 코크랑에서 다시 깔레타 토르텔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은 생략했다. 언제인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첨부한 자료사진과 같다. 링크를 클릭하면 까르레떼라 오스트랄 지도와 함께 먼 나라 여행길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파타고니아 여행에 앞서 지도를 펴 놓고 이미지 트레이닝은 물론 관련 정보를 챙겼다. 이때 숙지된 자료들은 여행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런 반면 의외의 복병을 만나기도 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적지 않으므로 곳곳에 민박 시설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열악했다. 그렇지만 여행자에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영상을 열어 보시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가 여기까지 도착했는지 단박에 알게 될 것이다. 



흙이 없는 마을 찾아가는 길




우리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깔레타 토르텔에 인접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운 작은 버스는 수량이 넘쳐흐르는 리오 코크랑(Rio Cochrane) 강 하류에 도착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목적지애 도착한 줄 착각했다. 그런 잠시 후 버스가 이곳에 정차한 이유를 알게 됐다. 



정류장 근처에는 몇 가구의 집들과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간이 비행장이 있었으며, 강 건너에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바위산이 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꼭대기에는 하얀 눈과 구름이 덮여있었으며 골짜기로 수직 폭포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리고 강 건너에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는데 두 마리의 소와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강변으로 걷고 있었다. 잠시 후 저만치서 모터보트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까지도 버스가 정차한 이유를 자세히 몰랐었다. 혹시나 강 건너에 살고 있는 사람을 태우고 가는가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트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버스의 짐칸에 실린 물건들이 모두 하역되고 있었다. 잠시 후 하역된 물건들은 작은 보트로 옮겨지고 있었다. 여전히 궁금했다. 궁금증은 이내 풀리는 듯 싶었다. 보트에 실린 물건들은 우리의 목적지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다시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냥 버스에 싣고 가면 될 텐데..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잠시 후 물건을 옮겨 실은 보트와 함께 버스는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손님들과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다시 출발했다. 강가를 떠나 다시 먼짓길을 따라 얼마쯤 이동하자 저만치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강이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도착하자 손님들이 모두 하차하고 난 다음 보트의 용도를 알게 됐다. 



버스 종점은 이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었지만 종점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저만치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사진 나무 계단으로 길게 바닷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버스에서 미리 하역한 짐들은 강 하구와 피오르드를 거쳐 마을로 돌아갔던 것이다.



도시에서 공수된 생필품들 또한 이렇게 운반되었던 것이므로 물류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야채와 과일은 물론 생필품 가격이 상상밖이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마을의 중심부였다. 



칠레의 아이센 주(regione di Aysén)에 속하는 깔레타 토르텔은 대략 500여 명이 몰려 살고 있었는데 이 마을의 중심에는 흙이 없는 것이다. 상상이 가시는가.. 세상에 흙이 없는 마을도 있었던 것이다. 



마을은 거대한 피오르드(Fiordo) 기슭 바닷가에 만들어졌으며, 마을을 떠 받치고 있는 것은 나무로 만든 도로와 골목이었으며 집들 또한 목재로 만들어진 것이다. 쉽게 상상이 안 가실 것이다. 지도에서 만난 칠레의 동태평양의 피오르드가 매우 궁금했지만, 막상 이곳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별천지라는 말이 어울렸다. 



서기 2021년 1월 25일 저녁 무렵, 오래 묵혀 숙성된 사진첩을 열어보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 처했어도 살아가기 미련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전에 사라졌던 원주민(인디오)의 후손을 만났으며,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서 자라고 있었던 야생화는 물론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를 만나기도 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제외한 여타 지역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그리고 마을 뒷산에 올라 피오르드 협만을 굽어보며.. 갈 수 있는 데까지 먼 곳으로 가 보고 싶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노라면 지치고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잊고 싶은 일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그때 무기력해진 당신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삶에 희망을 북돋울 수 있는 먼 나라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곳에서 만난 건 흥미로운 구조의 마을뿐만 아니었다. 자기 이웃은 물론 먼 우주와 소통하고 있었던 풀꽃들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꽃잎을 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절망에 익숙했다면 꽃을 내놓았을까..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나부터 먼저 가슴이 설렌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5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꿈꾸는 그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