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돌로미티의 어느 둘레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왜 행복해할까..?!!
암봉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세월이 얼마만큼 되는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관련 연재 글에 돌로미티 산군이 형성된 시기는 대략 7천만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까마득히 먼 시간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 암봉 아래서 감동에 빠져들거나 작아지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조석으로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달리 변함없이 우뚝 솟아있는 당당함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보듬고 있는 것이다. 비교우위에 빠져들며 불행과 절망을 말하기 전에 당신의 현주소를 돌아보면 조물주의 놀라운 계획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드넓은 가슴을 지닌 것이다. 가슴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에서 천국이 발견된다.
지난 여정 그곳에 가면 작아지는 사람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 앞에서 티끌만 하게 변한 사람들을 노트북의 화면 등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당신의 존재에 대해 한 번쯤을 생각해 볼 것이다. 이웃 한 분은 이 같은 장면에 대해 "웅장한 자연은 숨소리 조차 가만가만히 눌러 쉬는데 티끌 같은 인생들은 오늘도 아귀처럼 다투면서 요란한 하루 해를 보냈습니다. 내일도 변함없이 그러하겠지요~"라며 댓글로 화답했다.
옳으신 말씀이다. 우리는 사는 동안 수행자가 아니라면 살아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될 것이다. 어쩌면 수행자에게도 삶의 스트레스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행복을 말하기도 하고 불행을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서기 2021년 1월 30일(현지 사각), 1월이 어느덧 하루만 남겨놓고 주말을 맞이하고 있다. 세월 정말 빠르다. 엊그제 새해 해돋이를 본 것 같은데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우리 곁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하니는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는 불행인 것이다. 감염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집콕 등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의 매일 통화를 나누는 하니도 그러했다.
그녀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빼놓지 않는 아침 산책이나 운동을 하지 못해 늘 푸념을 늘어놓는다. 몸 상태가 찌뿌듯하고 기운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날은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음색이 톡톡 튄다. 물어보나 마나 이날은 가까운 산을 다녀온 것이다. 산을 다녀온 것만으로도 행불행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원인은 어디서부터 비롯될까..
안 청춘인 우리가 돌로미티 여행을 19박 20일 동안 하면서 "피곤을 몰랐다"라고 하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은 동선은 자동차 이동거리 포함 돌로미티 구석구석을 드라이브 한 거리는 대략 4천 킬로미터에 해당한다. 짧은 기간 동안 싸돌아 다닌 거리만 해도 피곤애 지칠 것이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이런 현상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절경 때문이기도 했고,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돌로미티가 지닌 때 묻지 않은 공기와 물을 이유로 들었다. 깨끗한 공기와 물은 우리 인체를 이루는 필수적 요건이자 오염된 물과 공기는 우리 몸에서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공기오염을 다룬 자료에 따르면 성인 기준 물은 하루에 대략 2킬로그램을 마셔야 하며(음식에 포함된 수분까지), 공기는 13.5킬로그램을 흡입해야 한다고 한다. 거기에 음식은 1,2킬로그램을 먹어주어야 한다는 것. 이렇듯 음식을 50일 동안 먹지 않거나, 5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거나, 5분 동안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와 물의 중요성은 새삼스럽지 않다.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중의 물과 공기가 청정하거나 오염이 덜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힘든 트래킹을 끝마치고 다음 날 아침에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근육통은 물론 차박이나 야영으로 피곤해야 정상일 텐데 다음날은 거뜬한 것이다.
하니와 나는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하며 입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동인 집콕을 하면 보다 편안해야 할 텐데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과 두뇌의 활동 후에 나타나는 도파민(dopamine)과 전두엽((前頭葉, 이마엽, frontal lobe))의 활동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도파민은 뇌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이다. 흥분성 전달물질이기 때문에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물질인 것이다. 만약 도파민의 분비가 적거나 없다면 불행을 느끼게 되는 이치랄까..
도파민의 분비가 적으면 우울증을 겪게 되는데 하니의 통화 너머 음색이 가끔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이며 그 날은 산책을 하지 못했거니 하루 종일 집콕을 한 날이었다. 이렇게 우울한 증상이 지속되면 파킨슨 병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와 통화 중에 빼놓지 않고 좁쌀 짓(?)을 하는 이유는 단백질을 섭취했는지 유무이다. 단백질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고 기억장애를 예방하는 식품인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매일 계란 한 두 개(이탈리아 요리학교 영양학 담당 교수는 몸무게 1kg당 1g 권장)라도 먹어야 한다며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도파민이 넘치면 이것도 문제이다. 도파민 분비가 과도해지면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당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다양한 중독현상을 만든다는 것. 도파민과 뇌의 전두엽은 이렇듯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 머리의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두엽 속에는 '변연계'라는 게 있다. 즉 뇌의 전두엽이 어떤 이유로 못쓰게 되는 경우의 수가 발생하면 변연계가 매우 작아지거나 사라지게 되어 자기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가끔씩 뉴스를 도배하는 사이코패스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무서운 예이지만 가족을 살해해 놓고도 그 곁에서 태연히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자기밖에 모르거나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누가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는 것. 반면에 전두엽이 건강한 사람들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세상 모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툭하면 싸움질하는 사람들은 전두엽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하며 그런 이웃을 둔 사람들이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주요 기능 중에 하나는 창의력을 키우는 것.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처럼 머리를 작동시키고 연구하는 등 일에 몰두하면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건강하고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새해 들어 소원한 꿈과 목표를 실현시켜 주는 일은 전두엽의 역할이다.
이런 꿈과 목표 조차 단 번에 실행하면 전두엽이 놀란다고 한다. 천천히 훈련해야 전두엽이 강하게 자라난다는 것. 당신이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현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전두엽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차근차근히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다시 도파민으로 돌아가 볼까.. 하니가 즐겨하는 산책이나 꾸준한 운동은 도파민을 분비케 하여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뒷산이나 가까운 곳을 다녀오면 만면에 화색이 돈다. 목소리로 맑다. 기분이 좋아 죽는다.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요즘처럼 자유롭게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없을 때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인류 최초 최고의 꿈을 실현해 낸 인터넷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부를 하거나 자료를 뒤적거리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청춘도 아닌 안 청춘이 컴 앞에 앉아 자료를 뒤져가며 번역을 하고 공부를 하는 일이 쉬운가..
돌아가신 부모님 세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날이면 날마다 기적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나 특정인의 소유처럼 여겼던 지식이 인터넷에 무한 도배되어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자료라 할지라도 눈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장엄한 절경을 앞에 두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글을 쓰고 있으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혹여 내가 발행한 포스트에 이웃분들이 댓글로 화답을 하면 행복이 충만해지는 것이다. 그게 전두엽의 역할이며 도파민의 상생 작용으로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돌로미티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둘레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왜 행복해할까.. 우리가 완주했던 이곳의 둘레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환했다. 행복이 넘쳐나 보였다. 많이 걸어서 피곤할 법도 한데 완주할 때까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뛰어난 자연경관도 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사이코패스가 될 이유가 없는 것.
거기에 돌로미티의 대표선수를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고 꿈을 실현하고 있는데 표정이 어두울 수 있을까.. 하니와 이곳 주차장을 떠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가 조망되는 지점에 이르자 가슴에 환한 등불을 켜 놓은 듯했다. 짜릿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것이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가 내 가슴에 안긴 것이다. 뷰파인더 가득 담긴 세 봉우리는 삼 형제를 닮았다. 크기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봉우리를 보고 또 보며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점점 더 멀어질수록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 그게 인체의 메카니즘이자 신이 선물한 아름다운 그림자가 아닌가..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30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