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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2. 2021

장엄한 비경을 담는 여행자의 자세

#65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돌로미티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에서 건진 나의 작품들..!! 



거기에 돌로미티의 대표선수를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고 꿈을 실현하고 있는데 표정이 어두울 수 있을까.. 하니와 이곳 주차장을 떠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가 조망되는 지점에 이르자 가슴에 환한 등불을 켜 놓은 듯했다. 짜릿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것이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가 내 가슴에 안긴 것이다. 뷰파인더 가득 담긴 세 봉우리는 삼 형제를 닮았다. 크기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봉우리를 보고 또 보며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점점 더 멀어질수록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 그게 인체의 메커니즘이자 신이 선물한 아름다운 그림자가 아닌가..


지난 여정 그곳에 가면 행복해지는 사람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그동안 말로만 듣고 사진과 영상으로 만난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는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 봉우리 곁을 지나칠 때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시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배가되는 것. 세 봉우리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다가서자 뷰파인더가 감동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장엄한 비경을 담는 여행자의 자세




   조물주가 빚은 걸작품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처음으로 그 모습을 작품이라 말했다. 내가 건져낸 사진에 작품(作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익숙하지 못한 나의 표현이다. 누구나 이곳에 서면 사진작가가 되던지 영상 촬영감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아무 곳이나 어디든지 시선이 향하는 곳을 향해 셔터를 누르면 그냥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 연출자가 조물주라는 말이다. 나는 그저 당신이 펼쳐놓은 시놉시스에 따라 셔터만 눌렀을 뿐인 것. 하니와 나는 세 봉우리 곁에서 꽤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잠시 후 돌아본 그곳에는 세 봉우리를 감싼 구름이 선경을 연출했다. 우리가 떠나온 길을 돌아보니 사람들이 개미보다 더 작게 보였다. 이 산중의 작은 점 하나로 변한 사람들.. 그들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도 똑같은 점 하나가 아닌가. 점 하나와 거대하고 장엄한 세 봉우리.. 



그 점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이든 만족하지 못한다. 점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을 놓고 저울질하며 살고 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종교에 의지한다. 어떤 점은 수행자가 되는가 하면 또 어떤 점은 다른 점들을 꼬드겨 나락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세상의 점들은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지도자 신분에 집착하기도 한다. 또 어떤 점들은 재산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명예를 위해 죽기 살기로 덤비는 점도 있다. 암컷과 수컷의 이름으로 된 점들이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찌질대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어떤 점들은 고부갈등 때문에 죽자 사자 한다. 점들은 선진국형과 후진국형으로 나뉘어 있다. 



그 점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답시고 학교를 만들고 공부를 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각각의 점들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매긴다. 어떤 점들은 가난한가 하면 어떤 점들은 부자도 있다. 남의 것을 강탈하는 점도 있고 점을 지우는 살해 점도 있다. 착한 점들도 있고 나쁜 점들이 있는가 하면 드런 점도 있다. 



먼 우주를 바라보는 점도 있고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점도 있다.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점도 있고 이웃을 향해 못된 짓을 일삼는 점도 있다. 우리말을 쓰는 점도 있고 전혀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는 점들도 있다. 옷을 잘 입는 점들도 있고 헐벗고 굶주리는 점들도 있다. 바닷가에 사는 점들도 있고 산중에 콕 박혀 사는 점들도 있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점들도 있고 비행기를 조종하는 점들도 있다. 노래를 잘하는 점들도 있고 춤을 잘 추는 점들도 있다. 남의 말은 절대로 안 듣는 점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 데나 귀가 솔깃한 점들도 있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점 들도 있고 짜장면을 좋아하는 점들도 있다. 글을 잘 쓰는 점들도 있고 자기 자랑 밖에 모르는 점들도 있다. 브런치를 하는 점들도 있고 마냥 놀고 자빠진 점들도 있다. 



아름다운 점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 점들도 있다. 점. 점. 점.. 하루 종일 끼적거려도 다 쓰지 못할 점들이 우리 행성에 빼곡하다. 그런 점들이 어느 날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격인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근처에서 발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점들은 우뚝 솟아있는 세 봉우리 앞에서 당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점일까.. 그러고 보니 우리는 100호나 1000호쯤 되는 커다란 작품 속에 끼어든 붓털 한 올이 남긴 자국처럼 눈에 띌 듯 말 듯하다. 장엄한 비경을 담으며 잠시 나를 돌아본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02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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