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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5. 2021

점순이 아빠의 일탈(逸脫)

#9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점순이 아빠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지난 편(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끄트머리



봄이 오시면 맨 먼저 보고 싶은 꽃이 진달래꽃이다. 진달래는 대한민국은 물론 북조선과 만주 땅까지 붉게 물들이는 진정한 우리 꽃이다. 선조님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봐 왔던 꽃이자, 나의 유소년기를 붉게 물들인 아름다운 꽃이다. 현관 툇마루를 나서자마자 언덕 위에서 나를 빼꼼히 내려다보았던 나의 동무 진달래는 3월이 오시면 피고 지다가 어느 날 자취를 감추곤 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시면 발그래 얼굴을 내밀던 진달래꽃.. 우리 정서와 마침맞은 진달래가 오늘 아침을 깨웠다. 엄마 아부지 할머니가 꽃 속에 아른거린다.




점순이 아빠의 일탈(逸脫)


   서기 2021년 2월 24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날씨가 눈부시게 화창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마스크를 착용하고 뭐가 좋은지 낄낄대며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그런데 집 앞 공원은 여전히 문을 걸어 잠갔다. 그래서 공원의 풀꽃들은 봄볕 아래 즈그들끼리만 도란거리며 작은 입을 벌려 웃곤 했다. 카페 앞 분위기도 비슷했다. 사람들이 약속 장소로 그곳에 모였을 뿐 에스쁘레소 향기가 묻어나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 때 조잘대기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입은 얼마나 간질거리겠는가.. 



이런 시기는 날씨가 좋아도 외출을 하고 싶은 생각도..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 대신 오디오북을 듣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브런치 마실을 다니는 게 더 재밌다. 오늘은 김유정 선생이 1935년에 발표한 소설 <봄봄> 때문에 상상력을 극대화한 날이었다. 혼자 씩 웃기를 반복하며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혹은 일본통치시대의 조선)는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한반도가 대일본제국에게 지배당했던 기간을 가리킨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혼을 짓밟은 통한의 시기였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는 조선시대의 사람으로 일제강점기는 물론 근현대를 사시다 돌아가셨다. 부모님은 물론 중부님 두 분도 하필이면 통한의 시기에 태어나셨다가 서기 2000년을 정점으로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집안 어른들이 태어나신 시기가 그러했으므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의 잔혹사를 듣게 됐다. 다행히도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이자 우리 민족의 저력은 대단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을 맞이하고 다시 6.25 전쟁을 맞이하여 금수강산이 초토화되었지만, 조국 광복 이후 대략 7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반도체 전자기기 석유 조선 우주 소재 군사장비 등은 세계 시장에서 단연코 으뜸을 보이거나 선두 그룹에 올라가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의 K방역은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민족의 저력과 다름없는 자랑스러운 일들이다.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어깨가 뿌듯해할 장면들이 매일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다름이 아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점순이 아빠 집으로 가 보고 싶은 것이다. 김유정 님의 소설에는 주인공이 단출하다. 먼저 동백꽃을 패러디한 글에서처럼 사춘기의 점순이와 한 소년의 미묘한 갈등으로 실레마을 산기슭이 환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단 두 사람.. 거기에 닭 한 마리가 조연으로 출연하며 수채화처럼 맑은 글 속으로 사람들을 잡아 끄는 것이랄까.. 


이번 포스트에서 만나볼 작품 <봄봄>에도 등장인물이 매우 제한적이다. 점순이와 그의 아빠 그리고 바보 같은 주인공 1인과 조연의 점순이 엄마가 전부이다. 나는 이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감상하면서 바보 같은 주인공의 어리숙함에 답답해했다. 그런가 하면 예비 장인의 모습에서 일제강점기의 우격다짐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장차 점순이와 결혼하겠다는 순진한 마음을 이용하여 데릴사위로 착각하게 만들며 머슴으로 호되게 부려먹는 것이다. 점순이의 나이는 이팔청춘(16세)이었으며 우직하고 착한 주인공은 26살이었다. 점순이 아빠( 이하 '영감탱이'라 부름)의 작전은 교묘했다. 밑도 끝도 없이 "점순이가 크면 혼인을 시켜주겠다"는 것. 그러니까 주인공은 마음대로 생각하며 점순이의 키가 더 커야 하는 것쯤으로 자의적 판단을 한 것이다. 



무슨 약정서 같은 게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놈의 영감탱이는 말로만 데릴사위였지 주인공 알기를 노예 부리듯 한 것이다. 그런 시간이 1년쯤 지난 어느 날 영감탱이에게 혼인 이야기를 끄집어내자마자 지게 짝대기로 두둘겨 패는 등 폭력을 일삼는 것이다. 점순이는 그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부엌 곁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주인공도 아무런 이유도 없는 매질을 당하면서도 키가 안 크는 점순이가 원망스럽기만 한 것이다. 점순이 키는 어디에 짓눌렸는지 도무지 자랄 생각을 하지 않자..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녀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점순이 머리에 이고 다니는 물동이는 물론 그 어떤 물건도 들지 못하게 배려했다. 



그는 하루 종일 뒷산에서 나무를 하고 밭을 가는 등 영감탱이의 놀음에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인 이야기만 하면 으레 작대기를 들거나 손찌검까지 해대는 것이다. 그게 어느덧 3년 7개월이 흐르자 16세가 된 점순이의 혼인식을 점점 더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 점순이 키는 더 크지 않았으며 어떻게 보면 옆으로 더 퍼져 보였다. 따라서 혼인 이야기만 꺼내면 영감탱이의 입버릇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이 사람아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봐봐.. 키가 아직도 안 컸잖아.. 나더러 어쩌라고(버럭!)"



물론 이런 이야기 등은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편집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순진한 주인공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산으로 나무하러 가는 길에 동구 밖 성황당에서 치성을 드리게 된다.


"숭구리당당 숭당당..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 일월성신이시여.. 제발 점순이 키 좀 크게 해 주시옵소서. 점순이 키만 큰다면 다음에 올 때 백설기와 과일은 물론 생선까지 모조리 받치겠나이다. 숭구리당당 숭당당.."



하며 돌 하나를 얹어놓고 가곤 하는 것이다. 정말 웃기는 주인공이자 연민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요즘 같으면 기도빨이 샌 사찰이나 교회 등지로 나가 100일 동안 새벽기도라도 들였을 법 한데.. 돌무더기만 쌓인 팽나무 고목 아래의 기도빨은 응답이 없었다. 그게 어느덧 3년 7개월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영감탱이는 자나 깨나 호시탐탐 주인공을 놀리지 않고 부려먹고 쥐어패고를 반복했다. 그러자 마침내 주인공은 정신이 번쩍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영감탱이를 억지로 구장댁으로 끌고 가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여차여차해서 이렇게.. 구장은 판관이 되어 주인공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사자가 원하므로 점순이와 당장 혼인을 시켜야 옳은 줄로 생각합니다. (땅땅땅!)"



그러자 영감탱이는 약정서도 없는.. 민형사상의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구두약속을 핑계로 다시 한 발짝 물러난다.

"점순이는 아직도 키가 자라지 않아 성례(혼인) 시기가 안 되었다고 사료됩니다. 어흠..!(오만방자)"



주인공은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성황당의 치성도 효험이 없고 구장의 판단이 씨알도 안 먹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두로 한 약속이 인정을 받으려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휴대폰(녹음기)을 장만하는 한편, 다시 과거로 날아가 당시 영감탱이가 했던 말을 녹음하고 난 다음, 녹취록을 만들어 법원에 고발이라도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뭥미..?! 주인공은 혼인일을 받지 못하자 이때부터 아예 일을 하지 않고 드러누워버리는 것. 이런 꼴을 그냥 봐 넘길 영감탱이가 아니다. 그는 즉시 지게 작대기로 드러누운 주인공의 옆구리로 작대기를 들이밀며 바위 굴리듯 했다. 그리고 어깻죽지를 후려치는 등 폭력이 가세하자 이번에는 주인공도 가만있지 않았다. 점순이와 혼인을 하고 싶어 그동안 참고 또 참았던 성깔이 한순간에 폭발한 것이다. 그는 영감탱이를 집 옆 논둑 곁으로 데려가 밀쳐버렸다. 


"아이고 머니나! 이 놈이 사람 잡네..!"



영감탱이는 힘을 다해 논둑을 다시 올라왔다. 그러자 주인공은 다시 발길질로 밀치기를 반복했다. 영감탱이는 죽는시늉을 하며 그때마다 논둑으로 기어 나오다가.. 다급한 김에 주인공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었다. 얼마나 꽉 쥐었는지 주인공은 소리를 지를 힘도 없이 까무러치기 직전이었다. 그때 주인공의 반격이 시작됐다. 


영감탱이의 손을 뿌리치는 즉시 이번에는 영감탱이의 바짓가랑이를 꽉 움켜쥔 것이다. 그는 조금 전 주인공처럼 자지러졌다. 주인공은 절대로 움켜쥔 손을 놔주지 않았다. 이런 과정 전부를 점순이와 점순이 엄마가 부엌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영감탱이는 소리치며 두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하자 점순이와 엄마가 허겁지겁 달려와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주인공의 손이 영감탱이의 사타구니에 가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어여뻐해 주었던 점순이의 속마음이 이때 들통나기 시작했다. 아빠와 한통속이었던 것이다. 점순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머니나! 이 망할 게 아빠 죽이네!'


포스트에 등장한 봄 풍경은 서울 대모산에서 아침에 만난 기분좋은 풍경이다. 하니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


하며 주인공 귀를 잡아당기며 영감탱이 편을 드는 것이다. 망연자실한 주인공.. 이게 소설 <봄봄>의 대단원의 풍경이다. 어느 날 영감탱이는 점순이를 미끼로 한 순진한 농촌 총각을 꼬드겨 3년이 넘도록 부려먹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발표 시기는 1935년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가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라고 했으므로 일제의 수탈이 극에 달하던 시점에 쓴 소설이다.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은 안타까운 기다림이었지만, 일제에 짓눌렸던 우리 선조님들을 슬프도록 힘들게 만든 장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끝.


Ecco come arriva la primavera_il Monte DEMO, Seoul COREA
il 24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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