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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6. 2021

미리 열어 보는 천국의 문

#3 파타고니아, 일주일간의 천국 여행

생애 통틀어 처음 만난 아름다운 하늘에 넋을 놓다!!




먼저 쓴 포스트(하늘과 땅 그리고 나) 끄트머리



세상 모든 일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여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라고 말한 성경의 기록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자주 읊조리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그저 된 게 아니란 걸 브런치 이웃 한 분이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분의 필명은 루씨로 이틀 전 당신의 브런치에 영화 <밥정>의 리뷰 글을 남겼다. 하늘과 땅 그리고 나.. 의 어울림을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감동이 묻어나 나의 댓글에 화답한 그분의 글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맺는다. 코로나 시대에 작은 난로가 되어줄 줄 믿는다.




미리 열어 보는 천국의 문


   서기 2021년 2월 25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화창한 날씨를 보였다. 최근의 날씨를 참고하면 사실상 봄이 오신 것이다. 옷차림도 가벼워졌으며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날씨가 이대로만 이어진다면 하니는 아드리아해 바다 건너에서 봄바람에 실려 이탈리아로 돌아올 것인가..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통화 내용의 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지지 않는다. 정말 지긋지긋한 녀석이다. 매일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들여다보며, 이제나 저제나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지만 나아지는 듯 다시 상승세를 타는 것이다. 한국에서 들려온 백신 접종 준비와 시작은 이탈리아와 무관한 듯, 이곳 방역당국은 3월 5일까지 지역(주)간 이동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에서는 교민들에게 메일을 보내, 2021년 2월 24일(현재 시각) 0시 이후 입국자부터 해외에서 입국하는 내국인(대한민국 국민) 대상으로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방역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느덧 1년을 넘기면서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쳐가는 게 눈에 띌 정도이다. 그야말로 빌어먹을 비루스가 언제부터인가 지구촌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시쳇말로 '돌아버릴 지경'일 것이다. 지옥이 따로 없는 것. 그녀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이런 상태에 대처하는 등의 볼멘소리가 섞여있는 것이다.

그녀와 통화를 마치고 파타고니아 여행 기록이 오롯이 남아있는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첩에 등장한 풍경은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만난 최고의 풍경 가운데 한 장면으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Puerto Río Tranquilo)라는 곳이다. 남미 칠레의 까를레떼라 오스뜨랄(La Carretera Austral (ufficialmente ruta CH-7)을 따라가면, 바다 같은 호수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이곳에서 생애 통틀어 처음 만난 아름다운 하늘에 넋을 놓고 있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호숫가로 나와 아름다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그곳에는 현지인들이 초초(Chocho_Lupinus)라고 부르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꽃들이 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과 호수 그리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천국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곳. 헤네랄 까르레라 호수와 맞닿은 하늘은 천국의 문이었을까..



우리가 피렌체서 살 때 집 앞 엎어지면 코가 닿을 곳에 피렌체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가 있었다. 그리고 두오모 바로 앞에 두오모 부속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이 위치해 있는데 그곳에는 피렌체로 관광을 온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곳을 명소로 만든 건 조각가 로렌죠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1378-1455)의 유명한 작품 때문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는 그 작품을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으로 불렀다. 이 작품은 1425년에서 1452년 사이에 금세공인과 로렌조 기베르티가 만든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피렌체의 르네상스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 세례당 입구에 걸려있는 기베르티의 작품은 모조품으로 원작(부조로 만든 패널)은 두오모 곁 무세오 델 두오모(Museo dell'Opera del Duomo)에 보관되어 있다. 이 작품이 미켈란젤로로부터 '천국의 문'으로 호평을 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곳에는 10개의 금박 부조로 만든 작품 속에 바이블 내용을 새겨둔 것이다. 

그 내용은 기독교인들이 잘 아는 창세기의 여러 장면이다.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와 그의 가족, 아브라함, 에사우와 야곱, 요셉과 그 형제들, 모세와 율법, 여호수아가 입성한 약속의 땅, 다윗과 골리앗, 솔로몬과 시바 여왕이 부조되어있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그려진 장면은 인간의 원죄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장면(창세기 2~3장)이 묘사됐다. 카인과 아벨은 창세기 4장의 모습을, 노아와 그의 가족은 창세기 6~9장, 아브라함에 대한 기록은 창세기 18장22장에, 에사우와 야곱의 기록은 창세기 25장 27장에, 요셉과 그 형제들의 기록은 창세기 37장과 39장에, 모세와 율법에 관한 기록은 출애굽기 19장과 24장에, 여호수아가 입성한 약속의 땅의 기록은 여호수아기 3~4장과 6장에, 다윗과 골리앗의 기록은 사무엘 상권 17장과 18장에,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기록은 열왕기 상권 6~7장과 10장에 기록된 모습이다.


천국의 문에 부조된 바이블 내용은 신앙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를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흥미진진한 내용에 상상력이 배가될 것이다. 나는 이 기록들 중에 천지창조 장면을 그린 창세기(Genesi)에 주목하고 있는 1인이다. 미켈란젤로가 프레스코(Affresco)화로 그린 시스티나 성당(Cappella Sistina) 천장에 그려진 작품 아담의 창조(Creazione di Adamo)는, 조물주가 인간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창세기 속 성경 이야기를 표현한 것으로 너무도 유명하다. 



내가 미켈란젤로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로부터 발현되었던 것이다. 당신은 실체 불명(오해 없기 바람)의 '하나님'을 하늘로부터 받은 영감(靈感)으로 현상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하늘은 어디에 있는가.. 어느 날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티 없이 맑고 고운 하늘(cièlo)일까.. 아니면 안드로메다 너머에 살고있을 어린왕자의 별일까.. 한 때 이 문제 등을 두고 꽤 오랫동안 고민한 적이 있었다. 천국의 존재 때문이자 '천국의 문' 때문이었다. 

그런 어느 날, 코로나 때문에 들끓는 답답한 마음이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는 장면을 목도(目睹)하고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본 하늘은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세상의 하늘이 아니었다. 오감의 촉수가 미치지 못하는 곳.. 그곳에서 천국을 찾아낸 것이다. 마침내 당신으로부터 새로운 세상이 창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자연의 여러 현상과 그 현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사진첩을 열어 파타고니아의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더 마음을 다잡는다. 천국의 문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었다.


Il Nostro viaggio di una settimana in paradiso_Puerto Río Tranquilo
il 25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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