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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1. 2021

가슴에 담은 토레스 델 파이네 비경

#21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지난 여정(인연(因緣)) 끄트머리



우리가 자주 입에 올리는 인연(因緣)이란 인(因)과 연(緣)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인연은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고 사물과도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니와 함께한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으로 정해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에 한 곳이 또레스 델 빠이네라는 빼어난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인연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인(因)을 만들고 파타고니아의 대자연과 천지신명이 연(緣)을 만든 것이다. 브런치가 인을 만들고 브런치 이웃분들이 연을 만들어 장황한 나의 생각을 마음 가는 대로 끼적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까지 이어진 여정에는 무수한 볕과 바람과 물과 풀꽃이 함께 했으며 카메라가 최종 인증숏을 날렸다. 우리는 마침내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에 서서 조물주의 걸작인 장엄한 세 봉우리와 함께 일부러 퍼 담아둔 듯한 초록빛 호수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감개무량했다. 




가슴에 담은 토레스 델 파이네 비경


   기나긴 여정이었다. 우리는 바위 조각들을 피해 걸으며 마침내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눈 앞에는 어느 곳에 시선(視線)을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장엄한 비경이 펼쳐졌다. 산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으며,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전망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었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댓다. 뾰족한 세 봉우리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으며, 그 아래 만년설은 볕에 녹아 쉼 없이 옥수를 호수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호수는 에메랄드빛으로 변한 곳. 

우리는 정상의 바위 덩어리에 걸터앉아 생수로 목을 축이는 한편,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와 간식을 챙겼다. 정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똑같았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빠져있는 것. 


아무런 말도 필요 없었다. 어쩌면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정상에 올라섰으면 내려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앞만 보면서 걸어온 길..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그러나 정상에서 곧바로 하산할 수는 없지.. 곁에 있던 딴 나라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여 하니와 함께한 인증숏을 남겼다. 이런 기록은 평생에 단 한 번 밖에 남길 수 없는 귀한 장면이다. 같은 장소를 두 번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여행길이든 사회생활에서든 그 어떤 곳에서든 정상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그렇다고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도 없는 법. 다만,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에 머무는 동안 비경을 카메라에 담는 건 잊지 말아야 했다. 



천천히 둘러본 또레스 델 빠이네 비경
















사람들은 갑자기 놀라거나 장엄한 풍경 앞에 서면 할 말을 잊는 법이다. 정상에 다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만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곳이 전망대(Mirador Las Torres)이자 산길(Fin del sendero)이 끝나는 곳이다. 나는 우리 곁을 따라다닌 이 계곡의 발원지를 찾아 호수에 손을 담그는 한편 물을 맛보고 싶었다.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21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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